3분의 1토막 난 아파트 거래, 세금 인하 시급하다[아기곰의 부동산산책]

통계 왜곡·세수 감소 등에서 문제 발생…규제 완화로 시장 기능 살려야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주택 시장 거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22년 들어 아파트 매매 거래가 크게 줄어들어 10월까지 월평균 2만6209건에 그치고 있다. 이는 역대 최고로 활황을 보이던 2020년의 7만7840건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2021년 거래량과 비교해도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의 공식적인 통계가 시작된 2006년 1월부터 2021년 말까지 16년간 월평균 거래량 5만4150건에 비해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첫째, 시장 통계가 왜곡된다. 시세 통계를 낼 때 실제로 거래된 실거래가 또는 부동산 중개소에서 제공하는 호가를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다. 그런데 실거래가는 실제로 거래된 가격이므로 정확한 시세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거래가 활발할 때의 이야기이고 거래가 거의 없을 때에는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

예를 들어 몇 천 가구가 넘는 단지라도 몇 달에 한두 건밖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거래로 그 단지의 시세를 대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세라는 것은 매수자가 살 수 있는 가격을 말해야 하는데 어느 단지가 얼마에 거래됐다고 해서 연락해 보면 그런 가격대에 살 수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장 상황을 왜곡하는 원인 중 하나가 직거래인데 최근 거래 다섯 건 중에서 한 건 정도가 직거래라고 한다. 직거래는 가족 등 지인 간의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 (얼마간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집을 보여주고 수억원이 넘는 거래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직거래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부동산 침체기를 이용해 세금 부담을 줄이면서 가족 간의 재산 교통 정리에 나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과거에도 이런 직거래는 있었다. 하지만 일반 거래가 주류를 이뤘기 때문에 직거래는 통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비율이 낮았던 것이다.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면 발생하는 둘째 문제는 환금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팔고 싶을 때 팔 수 없다는 것이다. 주택 시장에서 환금성이 중요한 이유는 세금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는 1주택자와 같이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되거나 양도가가 12억원이 넘어도 상당한 수준의 양도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새로 취득한 주택의 취득일로부터 규제지역은 2년 이내, 비규제지역은 3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기존 주택의 양도 차익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2020년의 거래량은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물론 2020년 거래된 물량이 모두 일시적 1가구 2주택의 조건을 충족하는 거래는 아니다. 무주택자가 산 경우도 있고 다주택자가 산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총 거래량에 비례해 일시적 1가구 2주택 양도세 혜택을 노리는 물량도 많았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2022년에도 거래 절벽 현상이 니타났는데 2023년에도 이런 현상이 완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런 거래 절벽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취득세가 거래량 쥐고 흔든다첫째는 취득세의 인하다. 과거 정부에서는 보유세를 강화할 때마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와 반대로 대표적 거래세인 취득세는 오히려 더 강화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보유세를 부과하는 나라 중 높은 취득세까지 부과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보유세나 거래세 중 하나에만 주로 과세하는 형태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 취득세를 부동산 가격을 잡는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취득세를 대폭 인상했던 것이다. 이에 힘입어 실제로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거래가 급감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거래가 많아 문제가 아니라 거래가 너무 없어 여러 부작용인 발생하는 시기인 만큼 거래세를 대폭 낮추는 것이 상식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2.4~13.4%에 달하는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의 인하가 시급하다. 1.1~3.5%로 세분화돼 있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세율도 인하해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도 취득세는 1%대로 단순하게 적용된 바 있다.



<표2>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다른 규제의 영향 없이 취득세의 인상과 인하만으로 거래량이 얼마나 변하는지에 대한 분석 표다. <표2>에서 갈색은 취득세가 낮게 적용됐던 시기이고 주황색은 고율의 취득세가 적용됐던 시기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걸쳐 세 번의 취득세 인상과 세 번의 취득세 인하가 있었다. 취득세가 인상될 때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평균 48% 정도 줄어들었고 반대로 취득세가 인하될 때는 거래량이 100% 정도 늘어났다. 쉽게 말하자면 취득세를 올리면 거래량이 반 토막 나다가 취득세를 내리면 거래량이 갑절로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된 것이다. 이는 거래량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요소가 바로 취득세 정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양도세·보유세에 대한 다주택자 차별 철회해야거래량을 활성화하기 위한 둘째 방법은 양도세와 보유세에 대한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 철회다. 이전 정부에서 다주택자에 대해 규제를 강화한 이유는 다주택자로 하여금 주택을 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으니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아파트에 대한 주택 임대 사업자 제도 부활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요즘과 같은 하락기에는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은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상승기만큼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뜻도 된다.

결국 시장은 누구의 조정이나 조작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기능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집을 팔고 싶은 사람은 팔게 하고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사게 하는 것이 최고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시세를 정하는 것은 정부의 통제가 아니라 시장이어야 하는 것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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