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 ‘정리 해고는 부당 해고’ 인식 뒤집은 노동 소송의 강자
입력 2022-12-26 08:00:30
수정 2022-12-26 08:00:31
넥스틸 정리 해고 사건 대법원 파기 환송 판결 이끌어 내 주목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ESG 컨설팅도 수행
2018년 강관 제조 업체인 넥스틸이 법무법인 지평을 찾았다. 당시 넥스틸은 2015년 미국 반덤핑 관세 등의 이유로 경영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희망 퇴직에 이어 정리 해고를 실시해 법원에서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재심 판정을 받은 때였다.
사건의 쟁점은 넥스틸의 정리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4조 정리 해고의 요건 중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갖췄는지 다투는 사안이었다. 김지형 대표변호사, 이광선 변호사, 구자형 변호사 등 지평 노동그룹은 넥스틸의 경영상 어려움을 입증해야만 했다.
사건은 쉽지 않았다. ‘정리 해고는 부당 해고’란 인식이 공식처럼 여겨질 때였다. 법원 판결도 왔다갔다 했다.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모두 부당 해고를 인정했고 제1심은 정당한 정리 해고로 인정했지만 원심은 정리 해고를 할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다며 부당한 정리 해고라고 판단했다.
지평 노동그룹은 재무제표 이면에 있던 당시 글로벌 경제 상황, 철강업계의 특수성을 파고들었다. 넥스틸의 정리 해고 당시 급격한 영업 침체와 유동성 위기가 단시일 내에 쉽사리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인원을 감축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봐도 합리성이 있다는 점, 반드시 지속적인 적자 누적이 있어야만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했다. 실제 당시 넥스틸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를 기록했지만 부채 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당좌 비율 등의 재무 상태는 빨간불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2022년 6월 9일 지평 노동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넥스틸의 정리 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는 2014년 쌍용차 정리 해고 사건 이후 정리 해고가 적법하다고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지평 노동그룹은 법무법인의 자랑이다. 종합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평이지만 그중에서도 2022년 지평을 빛낸 팀은 단연 노동그룹이다. 넥스틸 사례 외에도 지역 센터 소속 직원이 제기한 불법 파견 소송에서 산업안전보건공단을 대리해 제1심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승소했고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의 무효를 주장하며 임금 차액의 지급을 구한 사건에서 전력거래소를 대리해 승소하는 등 높은 승소율을 자랑한다.
대법관을 역임한 김지형 대표변호사를 필두로 노동법 전문 부장판사 출신인 권창영 변호사(노동법 박사), 김성수 변호사와 사내변호사 출신으로 지평의 노동그룹장을 맡고 있는 이광선 변호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광선 변호사는 한경비즈니스가 평가한 ‘베스트 변호사’ 설문 조사에서 4년 연속 최고 평가를 받으며 맹활약한 인물이다.
지평 노동그룹은 불법 파견, 통상 임금, 노동자 지위 확인 소송, 집단적 노사 관계 등 각종 중요 노동 소송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 또 사내 하도급 점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조사, 집단적 노사 관계 자문,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컨설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컨설팅 등 다양한 컨설팅과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