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효과' 나타나는 항공 시장…“2023년은 재편의 해”

일본 여객 수요 증가로 LCC 빠른 회복…대한항공 합병은 아직 더 기다려야

[비즈니스 포커스]

코로나19 입국 규제 완화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한일 항공편이 잇따라 재개되고 있는 2022년 12월 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시민들이 탑승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항공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이다. 전 세계 항공사들은 부도를 피하기 위해 자산 매각과 합병 등에 나섰다. 여객 칸을 뜯어내 화물을 싣고 무착륙 비행 등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대형 항공사들은 화물 수송을 늘리고 장거리 취항으로 근근이 버텼지만 저비용 항공사(LCC)는 줄어든 여객 수요에 대한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이들은 영구채 발행, 유상 증자 등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을 비롯한 인력들은 무급 휴직을 받아들여야 했다. 생존이 목표였던 3년이었다.

이렇게 지속된 팬데믹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았던 글로벌 항공업계가 2023년에는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출입국 규제를 완화하면서 모처럼 공항이 붐비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단거리 노선의 여객 수요가 늘어나자 3년 만에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3년 만에 흑자 기대하는 LCC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 세계 항공사들이 2022년까지 적자 규모를 줄이고 2023년에는 47억 달러(약 6조2000억원)의 이익을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허덕였지만 2022년에는 세계 각국의 출입국 규제가 완화되면서 여객 수요와 화물 수요가 되살아났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항공업계도 2023년도를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항공협회가 2022년 12월 8일 주최한 ‘항공 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백승한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23년 국제선 여객 수요가 최대 8271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92% 수준까지 회복한 수치다.

기대를 높이는 것은 근거리에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여행 수요다. 2023년 일본 여행객은 최대 1972만 명으로 2019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2022년 12월 7일 중국 정부가 10가지 방역 조치 완화를 발표했는데 중국의 출입국 규제가 완화된다면 중국 여객 수요는 지금의 일본처럼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항공협회는 “2023년 한국 항공업계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쌍두마차를 내세워 국제선 항공 여객 수요 원상 회복 시기를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 항공 산업의 ‘턴 어라운드’는 일본에서부터 시작됐다. 2022년 10월 11일 일본 정부가 개인 여행객의 무비자 관광을 허용하면서 LCC를 중심으로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단거리 노선에 특화된 LCC는 자유로워진 일본 여행이 한층 더 반갑기만 하다. 증권가는 일부 LCC들이 이르면 2022년 4분기부터 시작해 적어도 2023년 1분기에는 흑자를 이룰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최근 급증한 동남아·일본 여행객 수요가 흑자 전환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특히 회복 속도가 빠른 곳은 제주항공과 진에어다. 증권가는 2022년 4분기 제주항공은 8억원, 진에어는 25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만약 두 항공사가 4분기 흑자를 기록한다면 2019년 1분기 이후 3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다.

물론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각종 경제 지표는 2023년 글로벌 경기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항공 여객과 화물 수요 역시 경기가 부진하다면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2023년 흑자 전망은 국제 운송의 증가와 중국의 방역 규제 완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으로, 일부 지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등 위험 변수가 생기면 글로벌 항공업계의 수익성은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대 국적사 통합, 장기화 가능성 높아”
2022년 항공업계는 ‘리오프닝’을 기대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회복 속도는 더뎠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우려해 출입국 규제를 유지했고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고정 비용도 컸기 때문이다. 회복은 2022년 말이 돼서야 비로소 시작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특히 2023년 2월까지 성수기에 진입한 항공 시장은 2023년 1분기부터 본격적 도약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여름과 다르게 일본 효과가 더해져 LCC를 중심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부 LCC에 일본은 많게는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노선이다.

경기가 침체된 와중에 항공 업종은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LCC 이스타항공은 법정 관리에 들어가 공개 입찰을 통해 성정을 인수자로 선정했다. 현재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AOC)을 발급받기 위해 재무 구조 개선안을 제출한 상태다.

뭐니 뭐니 해도 항공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기업 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최근 주목받은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 경쟁 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 여부를 이르면 2023년 1월 확정한다고 밝혔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이르면 2023년 1월 26일, 늦어도 3월 23일까지는 기업 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합병을 위해 대한항공은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반납해야 한다. CMA는 대한항공이 합병 이후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의 최대 주 7개 슬롯을 버진애틀랜틱에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항공이 히스로공항의 10개, 아시아나항공이 7개 슬롯을 보유 중인데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슬롯을 모두 버진애틀랜틱에 넘겨 주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한국 LCC가 인천~런던 노선을 운항할 장거리 항공기나 능력이 없기 때문에 신규 진입 항공사는 영국 항공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항공은 영국을 포함해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에서 기업 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영국이 합병을 승인한다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심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2022년 11월 합병에 대해 시간을 두고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2023년 항공업계는 통합과 재편 등에서 여러 중요한 이슈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최 애널리스트는 “양대 국적사의 통합은 하반기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신생 LCC의 자금 부담은 여전해 향후 근거리 여객 시장의 경쟁 강도는 팬데믹 이전보다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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