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수학여행으로 가던 경주, MZ 핫플 됐다[MZ공간트렌드]

전시·체험·공연까지 한 번에…‘경주엑스포대공원’

경주엑스포대공원의 상징 경주타워

고루한 수학여행지는 옛말이다. 경주가 달라졌다. ‘황리단길(황남동과 경리단길의 합성어)’로 카페 열풍을 불러일으키더니 최근엔 관광 명소마다 특색 있게 조성된 야간 경관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좋아요’를 부르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곳곳에 문화 유적지가 산재했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경주엑스포대공원이다. 1998년 국제박람회를 계기로 출범한 엑스포대공원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전시·체험·공연 등 다양한 경험을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건축, 예술이 되다경주엑스포대공원의 상징 경주타워는 7세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인 황룡사 9층 목탑을 본떠 만들어졌다. 82m의 아찔한 높이와 중심부가 뻥 뚫린 파격적 설계로 경주 어디에서든 존재감을 뽐낸다. 꼭대기 층인 전망대에서는 보문호를 중심으로 자리한 보문관광단지·경주월드 등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탑을 품은 건물’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낸 이는 재일 한국인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 1937~2011년)이다. 타워 중심에 새겨진 빈 곳에는 사라진 황룡사 9층 목탑을 되살리고자 하는 그의 사려 깊은 뜻이 담겼다. 당시 그의 디자인은 설계 공모에서 우수작에 선정됐지만 최종 당선작에는 뽑히지 못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세상에 모습을 보인 탑은 그의 응모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고 수년간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결국 이타미 준이 별세한 지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대법원은 그를 경주타워의 저작권자로 인정했다.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기념관

경주타워에서 대로를 따라 약 5분이면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기념관에 닿는다. 쿠마 켄고는 현무암을 이어 붙이듯 쌓아 올린 독특한 외관은 주상절리에서, 건물 전체를 덮고 있는 황금빛의 격자와 3개의 언덕 형상은 각각 신라 금관과 고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외벽 앞에 서면 대자연의 섭리가 느껴지는 듯하다. 엑스포 기념관은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제8회 경주시 건축상에서 공공 부문 특별상을 받았다.

미디어 아트 ‘찬란한 빛의 신라’

사막과 오아시스를 형상화한 동궁과 월지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찬란한 빛의 신라’미술도 해시태그(#)로 표현할 수 있어야 흥하는 시대다. ‘찬란한 빛의 신라’는 MZ세대의 욕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공간이다. 전시는 경주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을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미디어 아트로 구현해 낸다. 인터랙티브 아트를 통해 다채롭게 변하는 천마총 금관을 체험하고 석굴암의 시작부터 완성을 그린 영상 전시관에 머무른다. 사막과 오아시스를 형상화한 동궁과 월지관, 성덕대왕신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무빙 라이트쇼, 움직임에 따라 연꽃이 피어나는 인터랙티브 전시 상영관 등 ‘인스타그래머블’한 전시가 오감을 자극한다.

박대성 화백의 '신라 몽유도원도'
솔거미술관 그리고 BTS거장의 손길이 가득하다. 솔거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승효상은 사람과 공간, 자연의 경계를 허물기를 원했다. 제3 전시관 한쪽에는 자연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오는 통유리창이 있다. 해의 길이에 따라,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그림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된다. 미술관엔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의 작품 830여 점이 소장돼 있다. 전시는 크게 박 화백의 작품을 전시하는 상설 전시와 시기마다 다른 주제의 작품이 전시되는 기획 전시로 나뉜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SNS에 업로드해 화제가 된 전시가 바로 박 화백의 ‘원융무애전’이다.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바탕으로 그려진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경주의 정체성과도 일맥상통한다. 모든 전시관은 정해진 동선에 따라 이동해야 한다. 한 치의 꼬임도 없이 자연스럽게 짜인 덕에 작품에만 오롯이 몰두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이다.

박소윤 한경무크팀 기자 so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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