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딘 게이 30대 신임 총장 임명…아이티 이민자 가정 출신
미국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히는 하버드대가 제30대 신임 총장에 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을 지명했다. 하버드대는 2022년 12월 15일 클로딘 게이(52) 예술과학 분야 학장을 신임 총장에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2023년 7월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하버드대에서 흑인 총장이 나오는 것은 1636년 대학 설립 이후 무려 386년 만에 처음이다. 여성 총장으로는 드류 파우스트 전 총장(2007~2018년 재임)에 이어 둘째다.
게이 총장 지명자는 1970년 미국 뉴욕의 아이티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1998년 하버드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 모교인 스탠퍼드대 정치학과에서 교편을 잡은 그는 2006년 하버드대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 7월 사회과학대 학장을 거쳐 예술과학 분야 학장을 맡고 있다.
게이 지명자는 흑인 등 소수 인종의 선출직 진출이 정부에 대한 전체 국민 인식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해 왔다. 빈곤층에 대한 정부의 주택 등 거주 지원 정책이 이들의 정치 참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하버드대 측은 게이 지명자에 대해 “하버드대의 학문적 수월성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 전력을 다한 뛰어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제29대 총장 래리 바코우 또한 “클로딘 게이는 위대한 대학을 이끄는 데 필요한 강력한 도덕적 나침반을 제공할 것”이라며 “그의 리더십 아래 하버드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386년 만의 하버드대 변화에 학생과 교수진 대부분이 환영하고 있다. 게이 지명자는 소수자를 대표하는 동시에 고용의 다양성을 이끄는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버드대는 최근 고용과 입학생 선발 등의 문제에서 인종 차별 논란을 겪은 바 있다.
게이 지명자는 이날 임명 수락 연설에서 “하버드대의 강점은 사람들”이라고 강조하며 “우리는 사회의 일부로서 참여하고 세계에 봉사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직면한 도전에 대담하고 용감하게 선구적인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장학금과 비영리 단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하버드대의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에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게 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게이 총장이 지명됨에 따라 미 북동부 지역에 있는 아이비리그 8개 사립대 총장은 여성이 5명으로 늘었다. 현재 다트머스·펜실베이니아·브라운·코넬대가 여성에게 총장직을 맡겼다. 컬럼비아·프린스턴·예일대는 남성 총장이 재임 중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