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도 너무 올라’…공공요금발 물가 충격에 서민 허리 휜다

서울 지하철 1550원·버스 1500원 시대
전기 인상은 시작일 뿐 추가 인상 요인 산적

[비즈니스 포커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2023년 1분기에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한다고 발표한 2022년 12월 30일 서울 한 시장에서 상인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해 벽두부터 전기요금에 이어 지하철·버스 요금까지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른다. 고물가·고금리에 공공요금까지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 인상이 기초 물가 인상 등 연쇄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커지는 적자에…지하철·버스 줄인상

‘서민의 발’인 지하철·버스 요금도 인상된다. 서울시는 4월부터 서울 지하철·시내버스·마을버스 요금을 모두 300원씩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요금이 인상되면 서울 대중교통 일반 요금은 카드 기준으로 지하철은 1250원→1550원, 시내버스는 1200원→1500원, 마을버스는 900원→1200원이 된다.

서울 지하철 기본 운임은 2015년 100원 인상돼 1250원이 된 후 8년째 동결 상태였다. 그동안 대중교통 요금을 동결하면서 지하철과 버스의 누적 적자가 심해진 데다 노약자 무임 수송 손실 예산 지원이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되면서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시의 판단하에 요금 인상을 추진하게 됐다.

수송 원가에서 평균 운임을 나눈 요금 현실화율은 지하철·버스 모두 60% 정도에 불과하다. 승객 1명을 수송하는 데 100원이 든다고 가정할 때 60원만 받은 셈이다. 서울 지하철의 한 해 평균 적자는 9200억원 규모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1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지하철 탑승 인원이 줄면서 서울교통공사는 96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은 물가·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적자 규모가 1조2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 노약자 무임 수송에 따른 비용 보전 손실이 가장 컸다. 2020년 공사의 무임 수송 손실액은 2020년 2643억원, 2021년 2784억원으로 총 공익 서비스 손실액 4848억원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고령화로 매년 무임 수송 인원이 증가하면서 1인당 평균 운임이 원가의 절반에도 못 미쳐 1인당 운임 손실이 2019년 494원에서 2021년 1015원으로 급증했다.

택시 기본 요금도 오른다. 2023년 2월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된다. 기본 거리는 현행 2km에서 1.6km로 줄어든다. 20%로 일률 적용되던 심야 할증률이 2022년 12월 1일부터 오후 11시~오전 2시 기준 40%까지 늘어난 데 이어 기본 요금까지 오르면서 택시 요금 부담이 더 커졌다.


그래픽=송영 기자


빚 내서 버텨 온 한전, 전기료 역대급 인상

전기요금도 인상된다. 올 1분기 전기요금이 kWh당 13.1원 인상돼 월 307kWh를 쓰는 4인 가구 기준 약 4022원 늘어난다. 4인 가구에 청구되는 전기요금은 5만2000원대에서 5만7000원대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상률은 전 분기 대비 9.5% 수준으로 역대 최고 인상률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국회에 제출한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은 kWh당 51.6원으로, 올 1분기 인상 폭은 1년 치의 4분의 1 정도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국내 요금에 반영하고 한전의 누적된 적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한 것이다. 한전의 2022년 영업 적자는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에너지 수요가 높은 동절기 서민 부담을 고려해 1분기 가스요금은 일단 동결하기로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번 요금 인상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가 한전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와 미수금 규모를 해소하기 위해 원가 이하의 전기·가스 요금을 현실화(인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채권 시장 교란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한전채 발행 규모도 올해 2022년 대비 3분의 1로 축소하기로 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위기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국내 요금에 적기에 반영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만큼 2026년까지 전기·가스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방침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한전은 약 7조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적자 해소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사진=연합뉴스


‘외식하기 겁나네’…냉면 1만원 돌파

고물가 속에 가파르게 오른 외식 물가도 부담이다. 외식 대표 메뉴인 김밥 한 줄 가격이 3000원을 넘었고 자장면 한 그릇 값은 6000원을 넘어섰다.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2022년 12월 서울 기준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최대 15.4% 뛰었다. 자장면은 5692원→6569원으로 15.4% 올라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김밥은 2731원에서 3100원으로 13.5% 뛰었다. 삼겹살(200g 환산 기준)은 1만6897원→1만9031원으로 12.6%, 칼국수는 7615원→8538원으로 12.1% 각각 상승했다. 삼계탕도 1만4231원→1만5923원으로 11.9% 올랐다. 냉면은 9731원→1만577원으로 8.7% 오르며 1만원을 넘어섰다.

비빔밥(8.4%), 김치찌개 백반(6.0%) 등 다른 외식 품목도 1년 전보다 가격이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물가가 크게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민 체감이 큰 외식 물가는 7.7% 올라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5.1%로 외환 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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