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4사, 2050년 탄소 중립 공약…2030년 중간 목표는 온도차
입력 2023-01-29 09:16:56
수정 2023-01-29 09:16:57
스페셜 리포트 - 업종별 탄소 중립 전략 ① 석유화학
[ESG 리뷰]“기후 변화 및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인간 활동 때문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2021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서는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활동에 대해 지적한다. 전 세계는 2015년 체결된 파리협약을 통해 지구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억제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
한국도 2021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으로 탄소 중립 여정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대로는 매우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1.5도 경로에 근접하지 않은 계획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전환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정책이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석유화학 온실가스는 3년 연속 증가세
2019년 기준 한국의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의 약 37%(전력 사용 등 스코프 2를 포함할 경우 56%)는 산업 부문에서 나온다. 그중 석유화학 업종은 국가 총배출량에서 8.5%의 비율을 차지해 철강(17.2%)에 이어 둘째로 다배출 업종에 해당한다. 최근 나프타 분해 공정(NCC) 증설 등으로 배출량이 많이 증가한 업종 중 하나다.
실제 2021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제조업 분야 석유화학은 2021년 5270만tCO₂eq로 전년 대비 12.4% 증가했다. 2019년 4640만tCO₂eq에서 2020년 4690만tCO₂eq로 3년 연속 배출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규모를 확대하면서도 혁신적 온실가스 감축 전략이 요구된다.
석유화학 업종은 크게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으로 구분된다. 업스트림은 석유화학 공정의 첫 단계인 나프타 분해를 통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고 다운스트림은 업스트림으로부터 원재료를 받아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다.
탄소 배출 관점에서 보면 석유화학 기업들은 자체 발전소를 보유한 경우가 많고 여기서 나오는 스코프 1(직접배출) 비율이 높은 편이다. 또 제품 사용단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업종으로 탄소 가격 상승에 따라 점진적으로 축소가 예상되는 산업군에 해당한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사업 전환이 필요한 분야라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석유화학 업종 탄소 중립 전략은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정책 유무와 스코프 1 감축 전략이 관건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자원 순환 관련 사업화 전략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량화·고강도 소재인 탄소 섬유 등 저탄소 기술을 통해 제삼자의 배출량 감소를 돕는 배출 회피(avoided emissions)가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많은 석유화학 업종 중 4대 기업으로 꼽히는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한화케미칼의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분석해 이들 기업의 탄소 중립 전략을 비교해 본다.
4대 석유화학 기업의 탄소 중립 및 중간 목표는?
먼저 정책적 측면에서 각 기업의 탄소 중립 목표와 계획을 들여다봤다. 넷 제로를 선언했는지, 중간 목표는 어느 수준인지, 과학적 기반의 감축 경로가 있는지, 이때 넷 제로 선언에 숨은 함의는 무엇인지 보고자 했다.
한국의 4대 석유화학사는 모두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통해 탄소 중립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집약적이면서 원료 지향적 산업인 만큼 적어도 목표가 없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중 LG화학은 2020년 7월 한국의 화학사 중 가장 먼저 ‘2050 탄소 중립 성장’을 발표했다. 이후 2년간 전사 차원의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탄소 감축 활동을 진행한 결과 2022년 초 ‘2050 넷 제로’라는 상향된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2050 탄소 중립 성장에서 ‘2030 탄소 중립 성장, 2050 넷 제로’로 목표를 한 차례 수정한 것이다.
과학 기반 탄소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IPCC 특별 보고서에서는 2050년 넷 제로, 2030년까지 45% 이상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기후 변화 전문가는 “LG화학의 탄소 중립 성장은 2030년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라며 “2030년 이후로는 탄소 감축이 급격히 쉬워질 것으로 기업들이 인식하기에 나올 수 있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르면 넷 제로 계획과 2030년 중간 목표가 있지만 매우 도전적인 과제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반면 LG화학에는 큰 노력으로 보인다. 배터리 소재를 필두로 업의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적어도 탄소 배출을 늘리지 않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IPCC의 요구나 사회적 기대 수준까지는 충족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탄소 감축에 동참하는 계획으로 해석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2050 탄소 중립, 2030 탄소 감축 성장(25% 저감)’ 목표를 밝혔다. 2030년까지 2019년 배출량 대비 25%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2023년 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25% 저감은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LG화학의 계획보다 조금 더 나은 목표로 보인다. 다만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부분의 빠른 성장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힘든 목표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100 선언도 스코프 2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롯데케미칼은 RE100 가입 시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경쟁사보다 발 빠른 행보를 보인다. 다만 석유화학은 업종의 특성에 따라 RE100에 가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언 자체(RE100 선언 또는 자체 선언)보다 실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같은 이행 의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화솔루션은 2050 탄소 중립 선언을 했다.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35%, 2050년까지 100%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2022년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담았다. 구체적으로 △태양광 발전 및 한국형 RE100 이행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70%) △자체 생산한 수소를 기반으로 2040년까지 공정상 연료를 100% 전환하며(15%) △고효율 설비 도입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고(10%) △탄소 포집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5%).
한화솔루션은 2009년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에 가입했고 2013년 CTS(Carbon Trust Standard) 인증 획득, 2021년 K-RE100 참여 선언 등을 주요 성과로 밝혔다. 글로벌 이니셔티브 참여는 탄소 중립 의지를 밝히는 또 다른 방법이자 그 자체로 구속력 있는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로드맵 이행 여부를 들여다봐야 한다.
한화솔루션은 기후 변화 관련 비즈니스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 기술, 풍력 발전 사업, 수소 에너지 사업 확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전환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 부분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은 ‘2030년 탄소 중립 성장 원년, 2050년 스코프 1·2 탄소 중립 달성 목표’를 밝혔다. 2030년 배출 전망치(BAU) 대비 29% 감축하고 2035년을 탄소 중립 원년으로 삼아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친환경 고부가 산업 비율을 20% 확대할 계획이다.
BAU 대비 29% 감축은 현실적 목표로 해석된다. 배출 전망치에 따라 불확실성은 있지만 통상적으로 성장에 따라 배출량이 늘어나고 기업이 국가 평균 성장률보다 더 성장한다는 가정 아래 현재보다 배출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탄소 배출량 공시, 통일된 기준 필요해
실제 탄소 배출량 감축 추이는 기업마다 기준이 다른 만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아직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가 진행 중이고 자율 보고 형식에 따르기 때문이다. 스코프 1·2는 연결 기준과 해외 사업장 포함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난다. 또 스코프 3(공급망 등을 포함한 총 외부 배출량)는 기업마다 산정에 포함하는 카테고리가 달라 단순 최종 수치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의미 있는 분석에 어려움이 따른다. 다만 현재로선 스코프 3를 산정해 공시했는지 여부도 변별력 있는 포인트가 된다.
LG화학은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 1·2)을 글로벌 기준 1033만9725tCO₂eq로 보고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2020년 대비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스코프 3 배출량은 한국 사업장에 한해 작성한 결과 132만247tCO₂eq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은 한국 사업장에서 스코프 1·2 배출량을 보고해 2021년 기준 654만2106tCO₂eq를기록했다. 2019년 대비 2020년 총배출량이 줄었지만 2021년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ESG 팩트북에서 스코프 3 항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화솔루션은 온실가스 총배출량(스코프 1·2)을 2021년 기준 255만7067tCO₂eq로 밝히고 있다. 생산 공정 내 에너지 효율 향상, 건물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2021년 5만9659tCO₂eq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스코프3 항목으로 469만9172tCO₂eq를 보고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 기준 총배출량(스코프 1·2) 340만9409tCO₂eq로 2020년 대비 배출량이 적게나마 줄었고 스코프 3 배출량을 산정해 368만4896tCO₂eq로 밝힌 점을 2021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탄소 중립 목표와 수치를 공개하는 ESG 공시 측면에선 의무화가 진행되면서 관건은 ‘사업 보고서’ 보고로 요약된다. 아직까지는 4대 기업 중 어떤 곳도 사업 보고서를 통해 주요 기후 변화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기업들은 향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_ 공시 대응의 바탕이 되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전담 협의체(TCFD)와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기준에 따라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와 관련한 정보(일부 수치)를 보고하고 있다. 아직 TCFD의 취지에 맞게 시나리오 분석을 하는 기업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한계점으로 보인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18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