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RA 직격한 EU의 ‘넷제로 산업법’…국내 기업 대응은

미 IRA법과 유사한 생산세액공제, 투자세액공제 도입
국내 산업의 탄소가격 내재화도 필수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사진=EU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는 EU의 ‘넷제로 산업법’ 추진 전략이 공개됐다. 이 제안은 오는 2월 9일부터 10일까지 유럽 이사회 특별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EU 위원회가 밝힌 연설 내용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WEF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대응책이자 및 중국의 녹색 산업 부문에서의 도전에 대응해 경쟁우위를 갖기 위한 EU 차원의 대응”이라고 연설했다. 이러한 법안을 바탕으로 각국 지원 및 유럽 주권 기금(European Sovereignty Fund)을 통해 녹색 산업을 가속할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EU는 코로나19 경제회복 및 친환경 전환을 위한 8000억 유로 규모의 ‘차세대 EU(NextGenerationEU)’ 채권을 발행했다. 이후 닥친 러우전쟁에 대한 대응책으로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EU 역내 재생에너지를 가속하는 정책인 ‘리파워EU(REPowerEU)’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넷제로 산업법은 이러한 EU 넷제로 정책의 확장판이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IRA 법안에 대한 경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EU와 미국 둘이 합쳐 거의 1조 유로가량을 청정에너지 산업에 투자한다는 의미로, 기후 중립으로 향하는 과정을 엄청나게 가속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IRA 법안은 지난해 8월 통과된 미국의 법안으로 세액 공제, 보조금 지급 등으로 친환경 관련 사업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기차, 이차전지,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유관 산업이 확장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현지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보조금 등 일부 규정 등에서 자국 보호주의, 무역 규제 등의 우려를 낳고 있는 규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EU의 이번 발표도 IRA 법안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완화, 탈탄소 및 청정산업 자국 유치를 통한 수익 누출 방지, 탄소중립을 위한 공급망 분석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EU의 의지가 담겼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EU의 정책은 그린 기업들의 설비투자 시 국책은행을 통한 대출과 기업들과 공동으로 R&D 투자를 하는 등의 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넷제로 산업법은 미국이 도입한 것과 유사한 생산세액공제, 투자세액공제 등을 통해 역내 기업들의 그린제품 생산과 설비투자에 직접적인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 무역 규제 대응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정세록 싱크탱크 넥스트 선임연구원은 “민간의 감축 기술 조기 사용화 지원 및 배출권 거래제의 정비를 통한 국내 산업의 탄소가격 내재화도 필수적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역내 탄소 가격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는 이미 2015년부터 이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실효성 있게 개선하는 것이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에 더욱 적응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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