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50% 오를 때 성남시 77% 뛴 이유[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전세·매매 가격 상승의 원동력은 결국 일자리 증가


부동산 시장에서도 시장 경제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은 지역의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 더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어느 지역에 공급이 많은지 또는 적은지를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국토교통부에서 매달 말일 전월의 인허가 물량과 착공 물량을 토대로 일정 기간 후 입주할 물량을 유추할 수 있다.

주택 수요에는 매매 수요와 임대 수요가 있고 매매 수요 안에서도 투자 수요와 실수요로 나눌 수 있다. 임대 수요는 100% 실수요라고 보면 된다. 집을 산다는 것은 시세 차익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위라고 할 수 있다.일자리가 장기 수요 끌어올린다
다만 실수요는 직장 접근성이나 교육 문제 등 그 지역에 거주해야 하는 이유가 없어지지 않는 한 그 지역에서 계속 거주할 가능성이 높은 ‘장기 수요’라는 특징이 있는 반면 투자 수요는 그 지역 호재 실현 여부 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단기 수요’라는 특징을 띤다. 이런 특징 때문에 상승기에는 투자자가 몰리는 지역이 단기 상승을 보이지만 하락기에는 가장 먼저 떨어지는 경향도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하락을 주도했던 지역의 공통점은 투자 수요가 많이 들어간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 수요는 집값 등락이라는 변수에 따라 수요가 늘거나 줄어들거나 하지만 실수요는 다소의 하락이 예상돼도 거래 비용이나 자가 거주가 임대 거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리하기 때문에 하락기에도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이에 따라 상승기에는 투자자가 선호하는 지역이 오히려 더 상승하기도 하지만 하락기에는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지역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실수요가 많은 지역은 어디일까. 일반적으로 실수요자가 거주 지역을 선택할 때 직장의 접근성·학군·편의 시설과 같은 주변 환경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정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직장과의 접근성이다. 아무리 풍광이 좋은 곳에 살더라도 자신의 직장까지 매일 서너 시간씩 들여 출퇴근한다면 오래 견디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일자리가 많은 지역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한국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은 지역은 어디일까. 통계청에서 최근 발표한 지역별 종사자 수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한국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 강남구로 80만1419개가 있다. 둘째는 삼성전자가 소재한 경기 화성시(56만4646개), 셋째는 판교 테크노밸리가 있는 성남시(53만4792개)다. 그 뒤로 서울 서초구(48만7976개)와 경기 수원시(48만1383개)가 뒤따르고 있다. 상위 5개 지역 모두 수도권 소재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섯째로 기계 산업의 메카 경남 창원시(46만9009개)가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서울 영등포구(43만5017개), 경기 용인시(41만4867개), 서울 송파구(40만781개), 충북 청주시(39만4442개)가 10위 안에 들어 있다. 상위 10위 안에는 수도권에서 8개 지역이 분포하고 지방에 2개 지역이 차지하고 있다.생산직 많은 지역, 매매가보다 전셋값이 높아그런데 단순히 일자리만 많다고 그 지역에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것은 아니다. 그 지역의 일자리의 이직률도 같이 생각해 봐야 한다. 생산직이 많은 지역은 나이가 많지 않은 1인 가구가 주민의 상당수를 이루기 때문에 주택 매매 수요보다 임대 수요가 더 많다. 1인 가구의 특징은 부양할 가족이 없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다른 업장에서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 쉽게 이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역의 특징은 전셋값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매매가에 비해 전셋값이 높다는 뜻이고 반대로 해석하면 전셋값에 비해 매매가가 낮다는 뜻도 된다. 대표적인 지역은 경북 구미시다.

그런데 어느 지역에 일자리가 ‘얼마나 많은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자리가 ‘얼마나 많이 늘고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자리가 10년 전에도 10만 개이고 현재에도 10만 개인 지역보다 예전에는 2만 개였지만 지금은 5만 개로 늘어난 지역의 집값이 더 강세다. 지난 10년간 3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는 것은 그에 비례해 주택 수요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경기도 화성시로, 27만7148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2011년 8위에서 2021년 2위까지 순위가 올랐다. 그런데 화성시의 일자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이유는 삼성전자의 약진도 있지만 그보다는 화성시의 외형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화성시는 지난 10년간 일자리 수가 96.4%나 늘었지만 주민 수 또한 71.6%나 늘었다. 인구 증가를 감안한 일자리 증가율은 24.8%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6위에서 3위로 상승한 성남시는 지난 10년 동안 20만3759개의 일자리가 늘어나 단순 증가치로는 2위에 그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성남시 인구가 4.9%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일자리 증가율은 66.5%로 실질적인 전국 1위라고 할 수 있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11년에는 순위권 밖이었지만 2021년에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지역은 경기 용인시와 충북 청주시다. 이에 비해 서울 중구나 경기 안산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특히 서울 중구는 지난 10년간 일자리가 4%밖에 늘어나지 않아 3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10년간 서울 중구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49.2%에 그쳐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24위, 전셋값 상승률은 57.8%로 23위에 그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에 비해 일자리 증가율 전국 1위 지역인 성남시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76.8%, 전셋값 상승률이 70.6%를 기록해 중구와 대비된다.

결국 이처럼 매매가든 전셋값이든 실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일자리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지역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원하는 지방자치단체라면 우수 기업 유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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