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이어 창구까지... '은행은 공공재' 발언에 수수료 없앤 은행들

서울 시내의 은행 창구.(사진=한국경제신문)



시중 은행들이 수수료 면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신한은행이 시중은행 최초로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체 및 자동이체 수수료를 면제한데 이어 국민, 우리, 하나은행도 동참에 나섰다.

여기에 더해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체 및 자동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 신한은행은 오는 10일부터 만 60세 이상 고객의 창구 송금수수료도 전액 면제한다.
불 붙은 비대면 수수료 없애기 경쟁
신한은행은 디지털 뱅킹 채널을 통한 금융업무가 쉽지 않아 창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시니어 고객의 창구 송금수수료를 면제해 고객들이 더 쉽고 편안하게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창구 송금수수료는 금액에 따라 건당 600~3,000원이 발생하며 이번 면제 조치를 통해 혜택을 받는 고객은 약 2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1월 시행한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체 및 자동이체 수수료 면제에 이어 디지털 금융 취약계층인 시니어 고객들도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창구 송금수수료 면제를 시행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고객중심 경영철학을 지속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모바일 및 인터넷 뱅킹 수수료 면제에 동참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모바일앱 '하나원큐' 및 인터넷뱅킹에서 타행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취약 계층을 위한 금융 지원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8월부터 '하나원큐' 앱 이용 시 면제하고 있는 타행 이체 수수료를 인터넷뱅킹까지 확대함으로써 손님들은 수수료없이 타행 이체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수수료 면제는 전산 테스트를 거쳐 이르면 오는 10일부터 전면 실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2월 8일부터 개인 및 개인사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이체 수수료,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이번 시행으로 개인 및 개인사업자 고객들이 '우리WON뱅킹'을 비롯한 우리은행 모바일·인터넷뱅킹을 통해 다른 은행으로 이체할 경우, 타행 이체 수수료 및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9일부터 KB스타뱅킹을 비롯한 모바일뱅킹 및 인터넷뱅킹의 타행 이체 수수료와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를 모두 면제한다. 이체 수수료 면제 시행으로 개인고객은 물론 개인사업자까지 누구나 모바일·인터넷뱅킹을 통해 수수료 없이 타행 이체 거래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은행들은 수수료 면제에 대해 '사회적 책임'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개인 고객 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까지 대상을 확대해 고객들의 금융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의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일상회복 단계에서 금융 취약계층의 고통 분담에 동참하고자 수수료 면제 방안을 마련했다”며,“우리은행은 앞으로도 고객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소상공인 등 금융소비자의 금융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이번 이체 수수료 면제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수수료 면제로 인해 미성년자, 사회초년생, 고령층 등 수수료 감면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금융 취약계층과 경기 둔화 및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사업자들의 금융 부담 역시 다소 줄어들게 됐다. 특히 수수료 면제 대상에 개인사업자가 포함되면서 소상공인을 비롯한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은행들이 코로나 19 이후 급증한 가계, 기업 대출을 바탕으로 달성한 최대 이익, 커진 예대금리차 등에 대한 여론을 의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수수료 면제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시중은행들의 잇따른 '수수료 인하' 경쟁에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정치권은 은행의 예금과 대출 이자 차이인 예대 이율 차이가 커지면서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발언을 이어왔다.

급기야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게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은행은 공공재' 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비대면 수수료 면제에 이어 취약 차주의 중도 상환 수수료 1년간 면제, 대출금리 인하도 실시하고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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