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분양 쓰나미’ 막으려면 건설사 분양가 낮춰야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입력 2023-02-17 06:04:03
수정 2023-02-17 06:04:03
미분양 6만8107채 2013년 8월 이후 최대치…증가 속도도 역대급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2022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6만8107채로, 2013년 8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직까지는 미분양 물량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미분양 물량 위험 수위가 6만2000채라고 한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증가 속도다. 2021년 9월 미분양 물량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인 1만3842채를 기록한 이후 불과 1년 3개월 만에 다섯 배로 늘어났다. 더구나 12월 한 달에만 미분양 물량이 1만 채 이상 늘어나면서 증가 속도나 폭이 역대급을 보이고 있다. 악성 미분양, 2024년 본격화된다그러면 이렇게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원 장관의 말대로 문제가 없는 것일까. 미분양 물량은 빈집의 숫자가 아니다. 분양에 실패한 수치에 불과하다. 시장에서 진짜 위험한 것은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준공 후 미분양이 늘고 있다는 것은 다 지어진 집, 다시 말해 빈집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게 되면 자금난에 압박을 받은 시행사는 분양가보다 싼값에라도 처분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전체 분양 물량 중 준공 후 미분양 물량 비율이 낮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비율이 높아지면 시장가를 하락시키면서 이미 분양 받은 사람들의 자산 가격을 낮추게 된다.
다행히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2022년 12월 말 기준으로 7518채다. 이는 역사상 최저치인 2022년 5월의 6830채에 비해 10% 정도 늘어난 수준이고 역사상으로 봐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다시 말해 역사상 최저치에서 미분양 물량은 392%나 늘어났지만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0%밖에 늘어나지 않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 원 장관의 논리다.
그런데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 꾸준히 미분양 물량을 사주면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줄어든다. 2022년 5월까지의 시장이 이러했다. 하지만 6월 이후 시장 분위기가 나빠지기 시작하자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사주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준공 후 미분양 재고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공 후 미분양 재고가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지난 몇 년간 미분양 물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1년 9월의 전체 미분양 재고는 1만3842채였다. 이 재고 중 한 채도 팔려 나가지 않는다면 준공 후에는 이 물량 전체가 준공 후 미분양으로 전환될 것이다. 다시 말해 당분간 준공 후 미분양의 최대치가 1만3842채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통상 분양일로부터 준공일까지 2년 6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준공 후 미분양 재고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는 1년 후다.
결국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현상이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시기는 2024년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논리로 원 장관은 현재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발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상당히 위험하다. 시간의 문제이지 지금부터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1년 후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준공 후 미분양뿐만 아니라 전체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다는 것은 경제 전체로 볼 때 상당히 위험한 신호다. 예를 들어 어떤 단지가 절반밖에 분양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시공사는 공사를 중단해야 할까. 아니다. 분양한 사람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공사는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예상했던 자금의 절반밖에 분양 대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자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원금 회수에 불안을 느낀 금융권에서 쉽게 대출을 해줄 가능성은 낮다. 이렇게 되면 미분양이 난 건설사나 시행사는 자금난에 빠지면서 심하면 부도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미분양 사주라고? 모럴 해저드 된다 그러면 이 사태를 어찌 풀어야 할까. 건설 업체들의 주장대로 미분양 물량을 정부에서 사주는 것이 유일한 해법일까. 아니다. 수출 기업에 재고가 쌓인다고 정부가 사주지 않는 것처럼 미분양 물량을 국민의 세금으로 사준다면 또 다른 모럴 해저드가 될 것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첫째, 건설사가 분양가를 더 낮춰야 한다. 현재 미분양이 발생되고 있는 원인은 주변 집값이 내려가면서 분양 주택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숨어 있는 수요를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미분양 재고를 살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는 최대한 세제 지원을 해야 한다. 미분양 물량을 취득하면 취득세 100% 면제, 양도소득세 5년간 면제, 종합부동산세 분리 과세의 혜택만 줘도 (분양가 인하 효과와 시너지를 일으키며) 숨어 있는 수요의 일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자기 이익을 위해) 집을 사는 사람에게 왜 세금 혜택을 줘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미분양 재고가 팔리지 않는다면 취득세가 한 푼이라고 걷힐까. 양도소득세나 종부세가 발생할까. 정부에서 지출하는 돈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가)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부가 매입해 줘야 할 상황이 되면 그때는 진짜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먼 산 바라보다가 가래로 허겁지겁 막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의 미분양 물량 수준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이나 문재인 대통령 시절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2010년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방 분양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는 말이 일부 건설사의 엄살이 아니라는 뜻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 몇 달간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미분양 물량을 줄이는 것은 어느 부처 장관도 아니고 바로 국토교통부 장관의 책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