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의 통화 정책, 주목해야 할 3가지 포인트[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입력 2023-02-20 06:00:10
수정 2023-02-20 06:00:11
금리 인상 시작 1년…정책 전환 시작했던 1994년과 1999년의 사례 점검할 때

지난해 3월부터 숨 가쁘게 올려 왔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정책이 3월이면 1년을 맞는다. Fed뿐만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도 경기와 증시 그리고 통화 정책 여건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피벗(pivot), 즉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언제 내릴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대거 교체된 FOMC 보드 멤버Fed가 금리를 인상한 지 1년을 맞아 앞으로 통화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내다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금리 결정권을 가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보드 멤버들이 대거 교체된 점이다. 지난해 금리가 말이 뛰는 식으로 인상된 데는 FOMC 보드 멤버들이 강한 매파 성향의 위원들도 채워졌기 때문이다. 최고 금리를 7%까지 올려야 한다는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 자이언트 스텝을 주도한 로레타 메스트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와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총재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말 열린 올해 첫 Fed 회의부터 이들이 빠지는 대신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연방은행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은행 총재 등과 같은 비둘기파 성향을 지닌 인사들이 새롭게 들어왔다. Fed 내부 인사 중 “최고 금리가 4.5% 이상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통화정책담당 부의장이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입김이 더 세지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Fed의 금리 정책 잣대인 개인 소비 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최고 금리를 하향 교차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임금과 물가 간 악순환 고리(wage-price spiral)가 차단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점을 예고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집값도 올해부터는 인플레이션 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과 물가 간 악순환 고리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바탕으로 임금이 오르면 기업이 제품 가격에 전가하고 이에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다시 요구하면 물가 상승이 본격화된다는 이론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도 소비자 물가가 1%포인트 오르면 임금 상승률이 4분기 시차를 두고 0.3∼0.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볼커 모멘텀을 추진한 이후 Fed의 금리 정책은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해 나가는 ‘고-스톱-홀드(go-stop-hold)’ 원칙을 유지해 오고 있다. 벌써 올해 8월 열릴 잭슨홀 미팅과 9월 Fed 회의가 관심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물가가 잡히는 상황에서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는 ‘슬로세션(slowcession)’에 빠지면 금리를 내리는 방안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
향후 Fed의 통화 정책과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해 봐야 할 것은 ‘그린스펀 수수께끼’, 즉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 시장 금리가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다. 2004년 금리 인상 당시에는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으로 이 현상이 나타났지만 지난해 9월 이후에는 Fed 자체 요인에 기인하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
Fed는 제1선 목표인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오판해 선제적인 대응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고용과 경기 예측이 크게 빗나가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다. 지난해 마지막 회의 이후 Fed와 파월 의장은 피벗 추진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기대가 살아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활동에 네트워킹 효과와 심리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자금 흐름에서도 군집 성향이 강해졌다. 최근처럼 전환기에 새로운 조짐인 그린 슛 현상이 나타나면 투기 자금이 선두에 서고 그 후 투자 자금, 안전 자금 순으로 따라오느냐에 따라 투자 성과가 결정된다. 그린 슛의 단초는 경기보다 정책이 먼저 제공해 준다.
올 들어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 세 가지 그린 슛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 권역별로는 지난해 말까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자금이 핵심 신흥국으로 환류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중국·한국·대만 등 동북아 3국의 주가는 불과 한 달 남짓 기간에 10% 이상 급등했다.
종목별로는 지난해 낙폭이 컸던 빅테크 종목이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애플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 삼성전자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 주가도 10% 이상 급등했다. 작년 내내 급락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를 울렸던 테슬라 주가는 연초 대비 무려 70% 가깝게 치솟고 있다.
시장 간에는 은행으로의 역무브 현상이 중단되고 증시로 이동되는 무브 현상이 감지된다. 한동안 흐트러졌던 주식과 채권 간 ‘6 대 4’ 원칙이 복원되고 있지만 아직 채권 시장에서 증시로 자금이 이동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은 등 귀금속 시장에서 증시로의 자금 이동도 마찬가지다.
3대 분야에서 그린 슛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요인은 Fed가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처음 제시한 ‘피벗’ 추진 가능성의 영향이다. Fed의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자금 흐름은 금리차와 환차익을 겨냥한 포트폴리오 성격이 강했다. 피벗 추진으로 금리 인상이 중단되고 내린다면 투자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증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지금과 상황이 비슷했던 ‘1994년 이후’와 ‘1999년 이후’ 사례를 감안하면 경기 향방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 중단 이후 신경제 신화가 이어졌던 전자 때는 증시가 대세 상승기가 전개됐지만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와 9·11 테러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는 과정에서 경기가 크게 부진했던 후자 때는 증시가 붕괴됐다.
지난해 12월 Fed 회의 당시 점도표를 근거로 Fed의 금리 변경 경로를 추적해 보면 3월 회의에서 한 차례 더 인상된 이후 한동안 중단되다가 올해 말에 내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피벗 추진 기대가 나온 이후 ‘100대 초반’으로 급락한 달러 인덱스도 조만간 ‘100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세계은행이 세계 경제 반기 보고서를 발표할 때까지만 1999년 이후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작년 6월 제시됐던 수준 대비 반 토막이 난 데다 선진국의 70%, 신흥국의 60%가 침체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은행의 예측대로 된다면 세계 경기는 그레이트 리세션에 빠지고 증시는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 달 후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내놓았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7%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 회원국의 80% 이상이 올해 성장률을 높인 가운데 양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도 각각 0.4%포인트, 0.8%포인트 올렸다. IMF의 예측대로 된다면 세계 경기는 슬로세션에 그치고 증시는 골디락스 국면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달 들어 미국의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90bp(1bp=0.01%포인트)까지 역전된 것도 동일한 해석이 가능하다. 전통 시각에 입각한 JP모간 등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며 주가가 조만간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등은 장·단기 금리가 모두 내려가는 추세에는 금융비용을 줄여 경기 회복을 촉진시키고 주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판단이 쉽지 않다. 결국은 올해 3월 수정 발표될 Fed의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성장률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은행의 시각대로 하향 조정되면 ‘1999년 이후 사례로’, IMF의 시각대로 상향 조정되면 1994년 이후 사례로 증시 흐름이 전개되는 가운데 3월 Fed의 전망이 나올 때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