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세 장으로 더해 보는 일상의 여유로움[MZ 공간 트렌드]

특별한 마실거리 큐레이션이 있는 곳 …'GS25 도어투성수점'

“진짜 지에스야?” “어! 진짜 지에스야!”
입구로 들어서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이곳이 어딘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보니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인증 샷을 찍는 사람, 주류 브랜드를 살펴보는 사람, 직접 컵에 커피를 받고 있는 손님, 하얀 천으로 와인 잔을 닦는 직원…. 카페인가, 바(bar)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로서리 스토어인가. 헷갈리게 하는 이곳은 ‘GS25 도어투성수점’이다. 이곳은 성수역 4번 출입구에서 웨이팅 행렬이 즐비한 소문난성수감자탕을 찾으면 된다. 오른쪽으로 코너를 돌면 편집숍이 연상되는 간판과 익스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온다.

'GS25 도어투성수점' 외관.


○ 어서오세요, 예쁜 마실거리 천국에
'GS25 도어투성수점'에서 판매 중인 와인과 페어링하기 좋은 하몽과 치즈류.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성수동에 자리 잡은 공간답게 외관에서 풍겨지는 분위기부터 그냥 편의점같지는 않다. 간판 한 귀퉁이에 작게 쓰여 있는 by GS25를 발견하고서야 ‘우리가 알던 그 편의점이 맞구나’ 싶다.

GS25는 이곳을 ‘당신의 취향을 한데 담은 GS25만의 미식 편의 공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커피·와인·맥주·위스키 등의 주류는 물론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식품을 판매한다. 앙버터 휘낭시에, 흑임자 그래놀라 스콘, 소금 버터 생크림 번 등 커피와 곁들이기 좋은 디저트와 GS25 히트 상품인 도그킹·순살꼬치·부먹치킨 등 맥주에 빠질 수 없는 치킨류도 있다. 브리치즈·스모크치즈·치즈플래터·하몽까지 와인과 페어링하기 좋은 안주류도 구비하고 있다.

주류 라인업 역시 다채롭다. 와인과 위스키는 1만원대부터 2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주로 보틀이 이쁘거나 사진이 잘 나오는 2만원대 로제와 샴페인, 모스카토류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와인을 잘 몰라 선뜻 구매하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와인의 주요 품종과 종류·도수·향·맛 등이 간단하게 적힌 설명서가 꽂혀 있었다.

이 밖에 원소주를 비롯해 설렘소주·꽃빛서리병 등의 증류주와 타이거슈가와 컬래버레이션한 우롱밀크티, 미니언즈 모양을 한 딸기우유, 카멜커피의 플랫화이트 등 다양한 마실거리도 판매한다. 특별한 모양새의 마실거리 큐레이션은 도어투 성수의 내부 인테리어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 ‘아묻따’는 잠시 넣어두기
원하는 와인을 직접 따라 마실 수 있는 디스펜서.


이곳은 ‘드링크존’과 ‘셀프 커피존’, ‘베이커리 & 치킨존’, ‘팝업존’ 총 네 개의 섹션으로 구분돼 있다. 특히 드링크존과 팝업존에서 이곳이 여타 보틀 숍이나 그로서리 스토어와는 차별화된 공간인 것이 잘 나타난다. 드링크존과 셀프 커피존에는 직접 음료를 받아 마실 수 있는 디스펜서가 있다. 카운터에서 카드를 수령한 뒤 디스펜서 아래 쪽에서 마음에 드는 컵을 선택한 후 원하는 음료의 터치패드에 카드를 갖다대면 맥주나 와인을 디스펜서에서 직접 따라 마실 수 있다. 한 잔에 3000원으로, 나갈 때 카드를 반납한 후 계산하는 방식이다.

타 와인 매장에도 비슷한 형태의 시음 시스템이 있는데 그곳은 1만원 단위로 카드를 선불로 충전한 후 나오는 주류의 양만큼만 금액을 차감한 뒤 남은 금액은 30일 안에 사용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으면 소진되기 때문에 불편함이 매우 컸는데 그 방식과 비교하면 주류의 양과 금액을 통일시켜 잔당 계산하는 이곳의 방식은 확실히 편리했다.

또한 현장에서 판매하는 와인을 바로 시음해 볼 수 있어 충동 구매가 아닌 현명한 구매가 가능했다. 팝아트의 거장 케니 샤프와 컬래버레이션한 화려한 보틀에 칠링백까지 증정하는 2만원대 화이트 와인에 넘어가 평소라면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했겠지만 3000원을 지불하고 맛본 와인이 생각보다 너무 시큼해 구매하지 않았다. 보틀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던 와인 하수에서 나름의 취향으로 와인을 고르는 경험치를 획득해 와인 중수에 한 발 다가선 기분이었다.

키친웨어 브랜드 ‘크로우캐년’의 제품들.


이곳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인 팝업존에서는 2월 한 달 동안 키친웨어 브랜드인 ‘크로우캐년’의 팝업 행사를 진행한다. 팝업 기간 동안 크로우캐년의 쇼트 텀블러와 텀블러 모델을 매장 전용 컵으로 비치하고 있어 그 컵으로 커피를 받아 마신 후 마음에 든다면 구매할 수도 있다. 이곳을 방문하기로 결심한 것도 이 브랜드 덕이다. 연두색·노란색·갈색·핑크색 등 다양한 색의 얼룩무늬 디자인의 크로우캐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홈페이지에서 판매하자마자 일분 컷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구매가 어려웠던 브랜드다. 잘 깨지지 않는 법랑 소재로 만들어져 캠핑 식기로 활용하는 이들도 많고 연예인 김나영 씨를 비롯한 다양한 셀럽들이 실생활에 사용하는 모습이 유튜브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자주 노출돼 색깔별로 모으는 마니아 층이 탄탄한 브랜드다. 이처럼 GS25 도어투성수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팝업존을 꾸미고 있다. 일명 버터 맥주로 유명한 블랑제리뵈르, 게임 ‘메이플스토리’와의 컬래버레이션에 이어 이번이 셋째 협업이다. 핫한 곳 많기로 유명한 성수동에서 살아남기 위해 트렌디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전략이 먹힌 것인지 이번 협업을 통해 출시한 짱구 에코백과 미니캐리어, 틴케이스 역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와인은 어렵고 비싸다는 편견은 이제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무리 요즘 애들이라고 할지라도 1000원짜리 세 장으로 편의점에서 와인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꼭 격식을 차리고 돈을 들여야만 여유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벼운 지갑으로 부담 없이 편의점을 찾아 와인 한 잔을 앞에 두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충분히 일상에 여유로움을 더할 수 있다.
GS25 도어투성수점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38의1 1층
강은영 한경무크 기자 qbo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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