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의 패션채널] 더 어려지는 에잇세컨즈, '프리미엄'이 걸리네

맨투맨, 후디, 스웻셔츠, 팬츠, 스커트 등 대부분 제품 5만원대로 책정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가 유니스 라인을 선보인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자체 브랜드 '에잇세컨즈'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캐주얼 라인을 선보이며 적극적으로 젠지 세대(1996~2000년대 초반 출) 고객과 소통하겠다는 건데요. 그런데, 걸리는 게 있습니다. 새로 선보인 라인에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쓴 건데요. 에잇세컨즈가 'SPA 브랜드'라는 걸 언제쯤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 공개한 것은 프리미엄 캐주얼 라인 '유니스'입니다. '하나의, 연결된'이라는 유니섹스의 뜻이고, 유니버시티, 유니폼 등의 사전적 의미를 더했답니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아이템을 중심으로 젠더리스 상품을 선보이겠다는 목적이고요.

젠지 세대를 위한 맞춤형 전략입니다. 성별을 초월해 다양한 취향에 대해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받아드리는 문화적 특성이 있는 만큼 이들을 잡기 위해 신규 라인을 선보이겠다는 거죠.

에잇세컨즈는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겠다고 합니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평균 실종 현상과 소비자 니즈 파편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다양한 감성과 스타일을 결합한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라며 "에잇세컨즈의 기존 상품은 물론 젠더리스 감성의 프리미엄 상품까지 더해져 신선함과 이질적인 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소개 자료에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요.

에잇세컨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 브랜드입니다. 기획부터 제조, 유통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합니다.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면서도 가격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거죠.

그런데 이번에 선보인 유니스 라인은 재킷이 9만원대, 맨투맨, 후디, 스웻셔츠, 팬츠, 스커트 등 대부분의 제품은 5만원대로 책정했습니다. 재킷이나 청바지는 뭐 그렇다고 쳐도, 트레이닝 바지까지 5만원대로 책정했습니다. 경쟁사인 이랜드 스파오가 트레이닝 바지를 1만~3만원대에 내놓은 것과 대조됩니다. 또 다른 SPA 브랜드 신성통상의 탑텐 트레이닝 바지 역시 2만원대부터 시작하는데 말이죠.

SPA 브랜드의 타깃 고객이 1020세대라는 점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중고생들, 대학생들이 SPA 브랜드에서 5만원대 트레이닝 바지를 쉽게 살 수 있을까요.

에잇세컨즈는 2012년 세상에 나왔으나 출시 초기부터 유니클로, 스파오 등 기존 SPA 브랜드와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그래서 수차례 "사업을 접는다", "매각한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습니다. 물론 회사측은 부인했습니다.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으니 낭설이었다고 할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프리미엄을 내세웠습니다. 에잇세컨즈만의 차별화된 감성과 디자인을 선보인다고는 하지만 SPA 브랜드의 핵심인 '가격 경쟁력'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