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넘어 행복까지 얻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실리콘밸리를 제패한 동양인의 성공 법칙

[서평]


인생의 격차
우쥔 지음 | 이기원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8800원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동양인 엔지니어이자 투자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우쥔이 새로운 책으로 돌아왔다. 그는 초창기의 구글에서 한국·중국·일본 검색 관련 알고리즘을 만들었고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개발한 핵심 인재다. 투자자로서의 안목도 뛰어나 바이두·테슬라·페이스북(현 메타)의 기업 초창기에 투자해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존스홉킨스대 박사 출신으로 자녀까지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 합격시켰고 딸들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언을 담은 편지를 쓰는 자상한 아빠이기도 하다.

커리어·부·가정생활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성공적인 삶을 소유한 우쥔은 이번 책에서 자신의 인생 철학을 풀어놓는다. 그가 관찰한 결과 첫째, 성공한 사람들은 철저히 현실적이다. 자신의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판단한 후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그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자기에게 맞는 ‘속도’와 ‘리듬’을 찾는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현실 감각을 갖추지 못한 채 살아간다. 둘째, 성공한 사람들은 최대한 적은 일을 한다. 많은 일을 하려고 하지 않고 의미 없는 일을 더더욱 하지 않으며 영향력이 큰 몇 가지 일을 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이와 반대로 행동한다.

우쥔은 현실적인 판단력을 갖추고 더 적은 일을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을 ‘격이 높은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한 사람의 격이 그 인생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유방과 항우,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드로스, J. P. 모간과 마크 트웨인, 라이트 형제, 워런 버핏 등 다양한 인물을 예로 들어 격이 높은 사람과 격이 낮은 사람의 차이를 알려준다. 이들의 사례를 통해 자기 위치·속도·리듬을 찾으며 살아가는 법을 설명하고 독자들도 자기 인생을 한 차원 ‘레벨업’하기를 권한다.

그렇다면 자기 위치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우쥔은 공학자답게 간결한 세 개의 선으로 설명한다. 세 가지 선은 각각 자기 능력의 기저선, 한계선 그리고 기저선에서 한계선으로 올라가는 길(계단)을 의미하며 알파벳 Z 모양을 띤다. 성공한 사람은 이 세 가지 선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기저선은 자기 능력의 출발선을 의미한다. 전문가일수록 보유한 기초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기저선이 높다. 한계선은 인간의 힘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를 의미한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한계선 가까이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기저선에서 한계선을 향해 나아가는 길 위 어딘가에 우리의 위치가 있다.

우쥔은 의외로 많은 사람이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저선을 모른다고 지적한다. 또한 한계선이 어디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실패하기를 반복한다고 꼬집는다.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이 두 선의 위치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있다.

한편 한계선으로 나아가는 길을 끝까지 완주하려면 자기만의 속도와 리듬을 깨우쳐야 한다. 그런데 현대인은 쓸데없이 급하다. 더 빨리, 더 많은 일을 하려고 멀티태스킹을 한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 삶의 리듬을 찾지 못하고 마음에 여유도 없다. 당연히 자기에게 맞는 속도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우쥔은 더 천천히, 더 적은 일을 하라고 권한다. 효과 없는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것은 남에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성공한 사람은 더 적은 일을 하되 영향력이 큰 일을 한다. 우쥔은 애플의 예를 든다. 애플의 시가 총액은 현재 2조 달러를 넘어 세계 1위다. 하지만 애플 제품의 종류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애플은 적은 제품으로 세상을 바꿨고 세상을 바꾼 만큼 큰 성과를 얻었다.

우쥔은 이러한 성공의 방정식이 미래에 더 심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의 격을 높이고 적은 일로 큰 가치를 창출하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래에도 인생의 격차는 계속 크게 벌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정희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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