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의 패션채널] '아디다스' 품 떠난 리복, 샤킬 오닐 시절 영광 재현할까

LF, 지난해 리복 국내 판권 계약 체결…적극적으로 마케팅 나서

리복은 나이키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프로농구의 전설 '샤킬 오닐'을 모델로 활용했다. (사진=연합뉴스)
LF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의 국내 판매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지 이제 10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꽤 열심히 합니다. 최근 캐나다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다임, 스트릿 브랜드 니들스 등과 협업해 한정판 스니커즈도 출시했고요. 오늘(23일)은 브랜드 공식 엠버서더인 배우 옹성우, 조이현을 활용한 화보도 공개했죠.

올해부터는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패션 아이템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미 예전 명성을 잃은 리복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리복은 1895년 시작해 올해로 128년이 된 영국 스포츠 브랜드입니다. 한때는 미국의 나이키, 독일의 아디다스 등과 직접적인 경쟁을 할 만큼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었고요. 1990년대 전성기에는 미국 NBA 스타인 샤킬 오닐, 앨런 아이버슨과 함께 마이클 조던의 나이키와 맞짱을 뜰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런 역사가 있었기에 사세가 기울어지고 있던 2005년 아디다스가 31억유로(약 4조원)를 주고 리복을 인수한 것 아닐까요. 리복이 가진 부채(5억5000만달러)까지 떠안았죠. 당시 아디다스는 시장 1위 나이키를 뛰어넘기 위해 애를 썼는데, 시장점유율 8%를 확보한 리복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죠. 인수는 2006년 마무리됩니다.

그때만 해도 리복은 40억달러(약 5조원, 2004년 기준)의 매출과 2억900만달러(약 39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브랜드였죠. 이미 매출 하락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아디다스는 브랜드를 다시 회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디다스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리복의 영향력은 크게 줄었거든요. 리복의 글로벌 매출은 2011년 19억4000만유로(약 2조7000억원)에서 2014년 15억7800만유로까지 크게 떨어졌고, 2020년에는 14억900만유로(약 1조9000억원)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리복이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약 중인 배우 옹성우, 조이현과 함께 2023년 봄/여름 시즌 ‘벡터 93 컬렉션’ 화보를 공개한다. (사진=LF)


결국 리복 인수 15년 만인 2021년, 아디다스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이 공동으로 투자해 만든 어센틱 브랜즈 그룹(ABG)에 약 25억달러(약 3조원)를 받고 매각합니다. 약 2조원 가까이 손해를 보면서도 손을 뗀 거죠.

그럼, LF는 왜 이렇게 어려운 리복을 가져왔을까요. 지금 국내 스포츠 시장은 3~5위 싸움이 치열하거든요.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입지는 공고합니다. 1, 2위는 변하지 않을 거라는 의미죠.

예전에는 3위 자리도 꽤 탄탄했습니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일본의 데상트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2020년 완전히 밀려나면서 5위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자리를 두고 뉴발란스와 휠라 등 주요 스포츠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고요. LF는 리복을 앞세워 이 싸움에 들어온 겁니다.

리복이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입니다. ABG가 매출 목표를 50억 달러로 잡은 만큼, 당분간은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거고요. 한국 사업도 비슷하게 전개될 것 같습니다. LF가 리복을 통해 얼마나 스포츠 시장을 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물론 한번 꺾인 브랜드가 다시 살아나 치고 올라오는 것은 마케팅 책에 나온 만큼 드문 일입니다. 경영학 책에 성공사례로 쓰일지, 실패사례로 쓰일지 관심입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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