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 혼자서도 할 수 있겠네” 엔터계 장악한 카카오엔터

IPO 여부 “확정된 것 없어”…SM 인수 성공하면 영향력 더 커질 듯

[비즈니스 포커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사진=한국경제신문)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카카오의 자회사 수는 187개에 이른다. 한국에서만 134개의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200여 개의 자회사 중 최근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곳은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인수 시도가 화제가 되고 있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콘텐츠부터 제작, 아티스트 소속사를 산하에 둔 회사로 진영을 갖춘 지 오래다.
웹툰부터 케이팝까지 한 손에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웹툰·K팝·K-드라마를 모두 영위하는 한국 유일의 법인이라는 점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밸류는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부터 제작 환경, 출연 배우까지 모두 다 자회사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회사가 된 것이다.

모회사 카카오가 200여 개의 자회사를 둔 것처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다수의 기획사를 인수했다. 어썸ENT(박서준·김유정 등),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한효주·한지민·김고은·박보영 등), 제이와이드컴퍼니(이보영·이상윤 등), 킹콩바이스타십(송승헌·유연석·이동욱·이광수 등), 숲엔터테인먼트(공유·공효진·전도연·정유미·수지·남주혁 등), VAST엔터테인먼트앤미디어(현빈·이연희 등) 등을 자회사로 확보했다. 유재석과 유희열 등이 소속된 안테나 역시 카카오의 자회사다. 소속된 아티스트들의 명단만 훑어봐도 웬만한 시상식을 방불케 한다.

K팝 분야도 마찬가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59.7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는 아이브·몬스타엑스가 소속돼 있고 ‘아이유 소속사’인 이담엔터테인먼트도 카카오의 자회사다. 이 밖에 크로스픽쳐스·바람픽쳐스·메가몬스터·로고스필름 등 다수의 드라마·영화 제작사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매출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웹툰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픽코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픽코마의 지분 18.2%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웹툰 시장을 석권한 카카오픽코마가 매출의 24%를, 나머지 76%는 일본 외 웹툰·뮤직·드라마·영화 제작업이 차지하는 구조다.

꾸준히 확보한 자회사들을 토대로 현대차증권은 올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툰 거래액 1조6000억원, 드라마·영화 제작 편수 30편, K팝 음반 판매량 750만 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 시나리오다. 향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마저 성공한다면 매출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가 인수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독과점 문제는 카카오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자신감을 내비치는 부분도 콘텐츠 전 분야에 폭넓게 발을 뻗고 있다는 점이다. 2월 28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김성수 대표의 성명문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와 다각적 사업 협력을 추진해 각 사의 강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해 아티스트와 산업 내 파트너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북미와 남미 등 지역에서 아티스트들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가 합작 법인을 설립해 아티스트와 지식재산권(IP) 경쟁력 강화에 협력할 것”이라며 그 이유에 대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뮤직뿐만 아니라 스토리·미디어 부문에서 IP 밸류 체인을 토대로 국내외 IP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북미 타파스엔터테인먼트, 일본과 유럽의 카카오픽코마 등 글로벌 사업을 통한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IT와 시너지 가능 vs ‘또 카카오?’ 독점 우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돈도 많다. 지난 1월 싱가포르·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에서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삼자 배정 유상 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다. 이 투자에는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와 싱가포르 투자청(GIC)이 각각 6000억원씩 참여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투자에서 인정받은 기업 가치만 해도 약 10조원 수준이다. 카카오 자회사뿐만 아니라 한국 콘텐츠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잊힐 만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는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2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현용 애널리스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픽코마를 포함해 최소한 기업 가치 25조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미 양 사의 프리 IPO 가치만 20조원에 육박한 상황이므로 무리한 목표치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상장되면 모회사 카카오와 함께 이중 상장의 문제가 다시 튀어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엔터계에서 영향력을 점차 넓히자 한국의 엔터테인먼트·문화업계의 ‘큰손’인 CJ ENM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미디어 채널부터 콘텐츠 제작, 기획사까지 보유한 CJ ENM처럼 문화계에서 카카오의 점유율이 어느새 크게 커졌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뿌리는 정보기술(IT) 기업이다. 콘텐츠와 IP 확보 등은 본업인 IT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네이버는 2021년 온라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 ‘브이라이브’를 하이브에 매각해 한국의 1위 팬 플랫폼 ‘위버스’로 키워 냈다. 또 웹툰과 웹소설 역시 카카오와 네이버가 자웅을 겨루고 있는 분야다. 양 사는 일본과 북미 시장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 사가 주력하는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분야는 IT와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몸집 키우기’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2020년 불거진 골목 상권 침해 논란, 지난해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또 공모 주가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한 일부 자회사들의 주가 하락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카카오가 뛰어들자 일각에서는 ‘또 카카오’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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