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통화 정책 압력 높아져, 1개월 만에 약세로 돌아선 위험 자산
[머니 인사이트]지난 한 해가 참 힘들었고 올해는 변동성을 줄여 가면서 대응할 여유 정도는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경기는 심각한 침체는 벗어나되 물가 하향 안정 경로를 확인하면서 통화 정책의 긴축 압박은 수위가 누그러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1월은 그 기대가 과도하게 앞서 나가면서 위험 선호 강세가 과도하다고 봤다. 그럼에도 그 기조 자체는 인정했고 금리 또한 등락 과정은 있어도 미국채 10년 기준 작년 12월 고점인 3.9%는 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불과 1개월 만인 2월 시장 흐름은 다시 반대로 흐르고 있다. 1분기부터 미국 경제 지표 둔화를 좇아 물가의 추가 안정을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미국 경제는 양호, 아니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그 덕분에 인플레이션 하향 경로마저 의심이 늘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확인 이후 물가 리스크 확산을 염려했지만 1월 개인 소비 지출(PCE)은 그 염려를 보다 현실화시켰다. 시장의 민감도는 이제 금리 안정→달러 약세→위험 선호 과정을 그대로 뒤집어 금리 상승→달러 강세→위험 기피로 돌아서고 있다. 2월 자산 시장 성과만 봐도 1월과는 극명하게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외 지역의 경기 개선도 만만치 않아 미국 경기 모멘텀 대비 달러 강세가 지난해보다 강하지 않다고 하지만 분명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달러 약세만큼 금리가 하락하지 않았지만 달러보다 저점이 막힌 형국에서 달러지수 상승은 시장 금리가 다시 전고점을 트라이할 수 있다는 긴장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자산 배분상 다시 대부분 금융 자산에서 리스크 관리 모드에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펀더멘털에 민감도가 높은 금리가 먼저 약세가 두드러졌으니 주식 시장을 중심으로 한 위험 자산의 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졌다. 나스닥 중심 성장주뿐만 아니라 실질 금리 상승은 주식 시장 전반에 불편한 환경이다. 상반기 아직은 안전 자산인 채권의 지위 회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Fed 긴축 압박의 부담핵심은 현재 양호한 미국 경제가 둔화 기조 속 ‘일시적 반등’이냐 정말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노 랜딩(No-landing)’까지 인정할 정도냐에 달렸다. 필자는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기대감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표면적으로 경제 지표가 좋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제시했던 전망보다 1월 수정 숫자가 영국과 한국 등을 제외하고는 주요국 대부분 상향 조정했다.
주간 단위로 확인되는 미국 신용카드 매출은 2월에도 높아진 수준을 유지 중이라는 점에서 ‘양호한 고용→임금 소득 확보→소비 확대→서비스업 지지’의 연결 고리가 단단해 보인다. 아직 예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도 덩달아 낮아질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경제 지표가 양호하고 침체 우려가 줄어드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현재 금융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를 기반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강도가 더 가혹해지는 것이다.
이번 금리 인상의 끝단인 터미널 레이트(레인지 중간값)가 지난해 4분기 초 5.3% 정도까지 반영했던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Fed의 정책 기대가 가장 완화적이었던 수준인 4.8%에서 5.4%까지 60bp(1bp=0.01%포인트) 정도 정책 기대가 높아졌다. 2분기 중 금리 정점을 기록한 이후 완화 기대 기울기도 완만해져 그 기대치로는 무려 100bp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유동성 정책 기대는 후퇴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재화 중심의 디스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한 지 1개월도 채 안 돼 양호한 경기가 서비스 중심의 물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는 두려움이 높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제시하는 파월 의장의 발언 완화 수위 기준으로 사실 아직 높은 물가 수준에 빗대 크게 낮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미국의 정책 기대 압력이 높아진 만큼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자산은 채권이다. 실제로 미국채 10년 금리는 2월 FOMC 당일 3.3%대까지 하락했다가 PCE 확인 이후 같은 2월 중 3.9% 중반까지 무려 60bp의 충격이 유입됐다. 터미널 레이트 기대의 후퇴만큼의 충격이라고 이해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역사에 ‘새로운 채권 시장 대학살의 해’로 기억될 작년 약세장은 매 분기말 Fed 통화 정책의 포워드 가이던스인 점도표 조정의 충격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다.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오판을 인정함과 동시에 2023년 점도표 중간값을 단번에 3월 회의에서 120bp나 상향했다. 이후 6월에는 100bp, 9월에는 80bp, 12월에는 50bp로 추가 상향을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작년 11월 이후 4.3%에서 3.3%까지 반락했던 금리가 다시 그런 과정을 반복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 금리 변동성 부담이 당시보다 높지 않은 데다 이번 3월 FOMC에서 점도표 상향은 25bp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다. 현재 선물(선도) 금리에 3월 점도표 상향 기대는 녹였고 그 충격의 강도가 이전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양호한 경기 지표 또한 단기적으로 물가 하락과 금리 안정 등에 기인할 것이다. 이는 다시금 부메랑이 되고 있다. 양호한 고용을 기반으로 임금 소득 증가는 기업들의 실적과 원가 부담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구간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다. 노동 공급 증대와 임금 상승 탄력은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1월 실시된 미국 정부의 소득세 감면 및 생활비 지원 같은 재정 지원은 소비 여력 증가에 일시적일 공산이 크다. 미국의 사회 보장 및 생활 보조금인 COLA(cost-of living adjustment)는 올해 8.7% 증가할 예정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실시에 따른 지방 정부 소득세 감면과 함께 긍정적 재정 효과를 유발했다.불안 속 시소 게임이렇게 늘어난 가계의 재정 지원의 소득 효과는 1월뿐만 아니라 2월까지 카드 매출액에 반영되고 있지만 절대 금액의 강도는 소폭이나마 1월보다 둔화되고 있다. 게다가 부채 한도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공화당은 해당 지원책들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해 Fed 정책 못지않게 불확실성이 높다.
그리고 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 여건이 재차 위축될 공산이 크다. 미국보다 유럽 등의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 글로벌 금리 전반에 부담이 높다. 금융 환경이 완화적이어서 Fed 인사들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기존 긴축 시차를 고려할 때 최근 추가 압박은 부담이다.
물가 안정과 금리 하락으로 살아날 듯 보였던 미국 주택 경기 심리 또한 불안해 보인다. 이에 소비 심리 또한 유사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글로벌 경기 개선과 함께 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원자재 가격은 미국 통화 정책 부담보다 미국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금융 시장의 흐름이 이제 분기 단위도 아니고 1개월 단위로 왔다 갔다 할 정도로 높은 불확실성과 투자의 어려움이 극대화되고 있다. 경기 둔화가 부담이어도 물가가 안정되고 금리가 낮아지면 달러도 약세를 기록하면서 유동성 확산에 대한 기대를 가져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Fed 정책 기대가 일부 틀어지기 시작하면서 향후 선도 금리 상장 단기 금리 차 위축이 심화됐고 이는 위험 자산에 긍정적이지 못한 징후다. 우리가 추정하는 중립 금리 대비 연방 금리의 임계치는 5.25%로 추정하는 바 시장이 반영 중인 5.50%는 25bp 인상이라고 해도 체감하는 무게감은 이전과 다를 수 있다. 일부 매파적 투자자들은 다시 6~7%대 연방 금리를 이야기하지만 Fed 내 매파 위원들조차 5.5% 정도를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월 FOMC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다시 불안 속에서 투자를 이어 가야 할 것이다. 작년 4분기 과도했던 침체 우려가 과했다면 올해 1분기 ‘노 랜딩’ 기대도 과한 부분이 있다. 올해 투자는 유동성 공급 기대를 기반으로 한 ‘시소 게임’ 혹은 ‘일희일비(一喜一悲)’ 시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