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의 패션채널] 명품앱 유저들, 어디 가세요?

명품 플랫폼 사용자 지속 감소세…1월 사용자, 전년 대비 33% 줄어

명품 앱 사용자가 감소세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반사이익을 누리며 성장한 곳이 있습니다. 명품 시장. 해외여행이 막히고, 대외활동까지 어려워지자 보복소비가 모두 이곳으로 몰렸기 때문이죠. 오프라인은 말할 것도 없고, 온라인 시장까지 커지면서 다양한 명품 플랫폼이 수혜를 봤죠.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이 확보한 시장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가장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연간 거래액은 발란이 6800억원, 머스트잇 3500억원, 트렌비 3000억원이거든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며 앞다퉈 수치를 발표하는 등 잘 되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오늘(7일) 앱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이 '명품 커머스 사용자 수치'를 발표했는데, 올해 1월 주요 명품 앱 사용자 수가 86만명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전년 대비 33% 감소한 건데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150만명 가까운 이용자를 유지해왔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129만명, 2월에는 145만명, 3월에 153만명까지 급증하다가 4월부터 소폭 줄어들어 148만명, 5월 145만명 등을 기록했죠.

사용자가 크게 떨어진 것은 얼마 전부터입니다. 지난해 12월 사용자가 90만명으로 떨어지며 100만명 아래로 내려왔는데요. 올해 1월에는 이보다 더 떨어진 86만명을 찍으며 지난해 9월 이후 지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년 사이 앱별 사용자 수(1월 기준)는 트렌비가 48만명에서 34만명으로, 발란이 43만명에서 25만명으로, 머스트잇이 23만명에서 16만명으로, 오케이몰이 15만명에서 11만명으로 내려왔습니다.

요즘은 주변에서 명품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든데,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와이즈앱에서는 명품 쇼핑의 선택지가 다양해진 것을 사용자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보복소비의 수혜는 끝났다는 의미입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단계적 일상회복을 추진하면서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여객 운항횟수를 확대하기 시작했고, 올해도 국제선 정상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월 기준으로 국제선 운항편수는 60% 회복됐고 여객 수는 58% 회복됐습니다. 중단거리 노선의 여행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입니다.

주머니에서 나올 수 있는 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해외여행을 가게 되니 명품 구매는 '다음에'가 되는 거죠.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 일부 명품 브랜드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걸 다들 알고 있으니 해외여행 갔을 때 한 번씩 사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면 이제 더 이상 진품일까 가품일까 걱정해야 하는 명품 앱에서 사야 할 이유가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여기에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새로운 온라인 명품 쇼핑의 선택지로 떠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기존 이커머스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명품 거래에 관심을 두고 있거든요.

결국, 기존 고객들이 명품 시장을 떠나는 건 아닌 겁니다. 대체재를 찾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다른 '구매처'를 찾은 것뿐이죠. 그래서 이름부터 '명품 앱'인 이들은 고민이 많을 겁니다. 돌파구를 찾아야 할 테니까요. 이들이 올해 생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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