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체험기]

비전공·무스펙 서른 다섯 지원자의 현대차 생산직 지원기, “그런데 울산 집값 비싼데…”



매주 수요일 1주일간 취재한 기사를 마감한다. 그런데 오전 9시 41분 메신저가 울렸다.

“현대차 생산직 지원한다는 소문이 있더라. ‘현대차 어플라이 해보니’라는 제목으로 기사 써봐.”

기사 하나 더 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마감 시간이 빡빡한데 또 쓰라니, 새벽 근무는 확정인 셈이다.

분노의 마음을 담았다. 격식을 내려놓고 대한민국 직장인으로서 기사를 썼다.

‘현대차 생산직에 지원’했다. 그냥 지원한 게 아니라 진심을 다해 지원해 봤다. 365일 이슈에 레이더망을 켜며 매주 마감을 하면서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상사(데스크)는 무슨 궁금증이 그렇게 많은지 독자가 궁금해 할 기사를 쓰라고 매일 같이 닦달한다. 그러다 현대차에서 생산직을 뽑는다는 얘길 들었다. 10년 만에 채용한다고 뭐라뭐라 하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고액 연봉, 안정적(?) 직장, 마감이 없는 삶.’ 이 세 가지 키워드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어차피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은 힘들지 않은가.

하지만 접속부터 쉽지 않았다. 3월 2일 접수 시작과 동시에 채용 홈페이지는 먹통이 됐다. 출근하고 점심 먹고 퇴근하고 홈페이지 접속을 시도해 봤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이튿날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나이는 물론 성별도 학력도 국적도 보지 않는다니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3월 6일 월요일. 이때부터는 접속하기가 쉬웠다.

3월 2일 현대자동차 채용 홈페이지 접속에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대기자가 2만 명 이상일 경우 위에서처럼 ‘다수’라고 표기된다. 사진=현대자동차 채용 홈페이지 캡쳐


그런데 다음이 문제였다. 지원서 작성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자기소개서 작성 항목이 3가지나 됐다. 성격 장단점, 협업 성과, 목표 달성과 위기 극복 같은 전형적인 질문은 물론 ‘자신이 모빌리티 기술 인력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묻기도 했다.

혹시나 싶어 유튜브 등을 뒤져봤다. 한국 사람들 정말 대단했다. 유튜브엔 이미 현대차 생산직 자기소개서 쓰는 법이 넘쳐났다. 맛보기 영상으로 수강을 유도하는 곳도 있었고 자기소개서 항목을 조목조목 따지며 모범 답안을 설명하는 영상도 있었다. 예컨대 두괄식(모빌리티 기술 인력의 정의, 갖춰야 할 역량)-근거(경험)-차별화된 강점-활용 방향-포부 등 글의 흐름을 설명하는 식이다. 창의력이나 도전 정신 등 생산직에 필요하지 않은 역량을 단점으로 제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서술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어쨌든 동영상은 많았다. 하루도 안 돼 조회 수 1만 건이 훌쩍 넘거나 사흘 만에 3만 건이 넘는 영상도 더러 보였다. 돈 버는 사람들은 따로 있나 보다.

다시 지원서. 우대 사항으로 국가 기술 자격 항목이 괜히 있던 게 아니었나 보다. 지원서에 자격증 항목이 있었다. 문제는 그 흔한 영어 자격증도 만료돼 없었다. “휴~” 그나마 다행히 영어는 취급을 안 했다.

직장 경력 쓰라는데 이번 채용에 기자 경력이 쓸모가 있을까. 솔직히 없을 것 같다. 인사팀에서 보면 기술 자격증은 없으면서 목소리만 클 것 같은 지원자인 셈이다. 맙소사! 그래도 지원했다. 자기소개서에 영혼을 담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고졸 70%, 초대졸+대졸 30% 뽑을 것이란 소문이 나돈다. 고학력자는 필터링하고 마이스터고 졸업생이나 자동차 관련 전문 기술 자격증 소지자가 합격한다는 얘기다. 소문일 뿐이지만, 사실 상식적인 말이다.

그래도 다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희망’을 품고 지원한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가고 취업 준비해 직장에 들어가도 한국의 평균 연봉이라는 4000만원을 못 받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철밥통이지만 연봉 낮고 상하 수직 관계 강조하는 공무원도 이젠 매력이 없다. 집값도 월세도 쌀값도 높지만 내 월급만 쥐꼬리라 결혼도 출산도 미룬다.

“직장인들에게 인생 역전(?)을 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아닐까.” 지원서를 써낸 공무원 친구의 말이 씁쓸하게 와 닿는다.

그런데 현대차 생산직은 정말 꿈의 직장일까. 울산 집값이나 알아봐야겠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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