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탄소시장, 한국이 새로운 개척자 돼야”

왼쪽부터 신용녀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임원, 이동혁 하나증권 실장,이용권 산림청 과장, 오덕교 한국ESG기준원 선임위원,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원장,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박호정 고려대 교수.사진=조수빈 기자


정부 주도의 규제 시장이 아닌 다양한 개인의 참여를 보장하는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탄소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다만 자발적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환경적인 무결성,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를 종식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기후변화센터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자발적 탄소시장 글로벌 동향 및 국내 활성화 방향’에 대한 세미나가 지난 8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조강연자로는 글로벌 대표 탄소시장 신용등록기관인 골드스탠다드의 휴 살웨이(Hugh Salway) 마켓 총괄이 맡았다. 이어 베네딕트 챠 싱가포르 국무총리실 국가기후변화전략그룹 국장, 켄타로 타카하시 국제환경전략연구소 부국장, 다니엘 시디 호주 기후변화·에너지·환경·수자원부 국장이 연사로 참여해 각 국가의 자발적 탄소시장 운영 현황과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현재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는 명백하다. 각 국가들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 탄소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센터는 정부, 학계, 민간 분야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동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규범·자발적 시장 분리 모호

휴 살웨이 골드스탠다드 마켓 총괄은 “자발적 탄소시장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차원의 요구를 직면하고 있다. 국제적 차원, 시장 차원, 공급 수요 차원에서 발생하는 압력이 상당하다”며 “어떠한 측면에서 보면 자발적 시장이라는 용어가 맞지 않을 정도로 규범적인 영향이 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참여 주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선택지는 변하지 않는다. 휴 총괄은 “탄소는 무형의 자산이자 거래가 가능한 자산이며 이 거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임팩트도 중요하지만 (탄소 자산의) 퀄리티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발적 탄소시장과 의무시장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으며 의무시장과의 시너지도 기대해 볼 만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각 국가별로 마련하고 있는 관련 인센티브도 눈에 띈다. 현재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등 국가는 탄소크레딧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일본은 오는 4월 이후 자발적 탄소크레딧 거래 시장인 GX-ETS 거래 시스템을 개설할 예정이다. 참여 기업은 679개사로 밝혀졌다. 호주는 정부 차원에서 ‘클라이밋 액티브(Climate Active)’라는 자발적 탄소 인증을 지원하고 있다.

그린워싱 문제는 여전히 과제

글로벌 선진 시장에 비해 한국의 자발적 탄소시장은 아직도 논의 단계에 그친 상태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이미 스스로 룰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 역시 정형화된 규범을 기다리기 보다는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한국만의 룰을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을 둘러싼 그린워싱에 대한 대응도 요구됐다. 오덕교 한국ESG기준원 박사는 “탄소중립이란 기업이 탄소배출량을 최대한 감축한 이후 잔존 배출량을 탄소흡수량으로 상쇄하는 것”이라며 “배출량 전체를 탄소 크레딧으로 접근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ESG기준원은 2021년 8월부터 ESG 모범규준에 탄소흡수 프로젝트를 포함해 평가하고 있다.

이동혁 하나증권 글로벌마켓운용실 실장 역시 “현재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방법론, 신뢰도 등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상태”라며 “가격에 대한 신뢰도는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초기 시장 참여자들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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