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 와서 애 낳는다…숫자로 확인해보니[평택(平澤), 산업 도시가 되다②]

40만→50만명까지 12년 걸렸는데 50만→60만명까지 '단 4년'
삼성 반도체 캠퍼스 들어서며 젊은층 대거 유입
출산율, 2021년 1.025명 기록…3년 연속 '1명 이상'

[스페셜 리포트]지역 살리는 힘은 기업에서…‘평평한 땅에 연못만 있던’ 평택(平澤), 산업 도시 되다

삼성전자는 2017년 1기 캠퍼스의 가동을 시작했다. (사진=최수진 기자)


평택의 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지표는 ‘인구 통계’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평택시의 인구는 지난 2월 기준 58만1524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3년 인구(44만2034명)와 비교하면 31.6% 증가한 수치다.

평택시는 2007년 인구수 40만2458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40만 명을 돌파했지만 50만 명을 돌파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평택시 인구는 2013년 44만2034명에서, 2014년 44만9555명, 2015년 46만532명, 2016년 47만832명으로 조금씩 증가했는데 본격적으로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오면서다.

최근 5년간 연도별 평택시 인구는 2017년 48만1530명, 2018년 49만5642명, 2019년 51만3027명, 2020년 53만7307명, 2021년 56만4288명, 2022년 57만8529명 등이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평택시는 올해 인구 수 6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40만 명에서 50만 명까지 12년이 걸렸는데 50만 명에서 60만 명까지 걸린 시간은 ‘단 4년’이다.

고용률도 우수하다. 평택시의 지난해 하반기 평균 고용률은 64.8%다. 남성들의 고용률이 여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남성 고용률은 79.1%였다. 지난해 상반기 고용률 73.6%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평택시 남성 10명 가운데 8명은 취업했다는 의미다.

경기도의 다른 시와 비교해도 평택시의 고용률은 높은 편이다. 평택시 근처에는 안성시와 용인시 등이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안성시의 평균 고용률은 62.4%, 용인시는 59.5%다.

인구가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도 늘어났다. 유치원·초중고·대학교 등을 포함한 전체 학교 수는 2017년 219개에서 2018년 227개, 2019년 228개, 2020년 225개, 2021년 228개로 늘었다. 초등학생의 비율이 전체 학생의 40.14%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초등학생은 2015년 2만7812명에서 2021년 3만2911명으로 늘었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특히 ‘출산율’은 최근 3년간 매년 1명 이상을 유지 중이다. 가임 여성 1명당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전국 합계 출산율은 작년 0.78명으로 집계된 데 반해 평택시의 출산율은 2019년 1.102명, 2020년 1.061명, 2021년 1.025명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시 강남구의 출산율이 0.612명(2019년), 0.537명(2020년), 0.523명(2021년)으로 발표된 것과 비교하면 평택시의 출산율은 더욱 두드러진다.

인구 1000명당 혼인율을 의미하는 ‘조혼인율’도 평균보다 높다. 전국 평균 조혼인율은 2021년 기준 3.8건으로 나타났다. 2012년 6.2건에서 급감한 수치다. 반면 평택시의 조혼인율은 2021년 5.3건이다. 2019년(6.1건)보다 소폭 감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5건 이상을 유지 중이다.

이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핵심 숫자가 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다. 지역 내 총생산액을 인구수로 나눈 1인당 연간 생산액을 뜻한다. 쉽게 말게 도시의 경제력을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국가 경제력 지표가 국내총생산(GDP)이라면 도시의 경제력은 GRDP로 알 수 있다.

평택시의 1인당 GRDP는 2014년 4961만원, 2015년 5084만원, 2016년 4951만원 등을 기록했는데 삼성전자가 들어선 이후인 2017년부터 6573만원으로 급등, 2018년에는 7010만원을 기록했다. 현재 소폭 감소해 2020년 기준으로 6091만원인데도 불구하고 경기도 평균 1인당 GRDP(3652만원)를 크게 웃돈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삼성 평택 캠퍼스 가 보니“와, 진짜 크다.”

3월 9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 들어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평택 캠퍼스는 289만㎡(약 87만 평)의 부지를 가진 삼성전자 차세대 반도체의 전초 기지로, 축구장으로 치면 상암경기장(7140㎡) 400개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최첨단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반도체 공장 착공을 시작해 2017년 1기 공장, 2020년 2기 공장 가동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 3기 공장을 완공, 생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 수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4기 공장의 기초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규모가 커 캠퍼스 부지를 한참 돌아서야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입구 밖에서부터 보인 수백 명의 젊은 남성들이 이곳의 규모를 실감나케 했다.

캠퍼스에 진입하려고 하자 보안 요원이 멈춰 세웠다. 이미 생년월일을 비롯한 기본적인 개인 정보를 전달해 사전에 출입 등록을 했음에도 현장에서 진입하려는 차량에 탄 출입자의 신분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외국인들은 여권을 필히 제시해야 한다. 입구를 통과한 순간부터 촬영은 전면 금지된다. 보안 매체도 반입할 수 없다. USB와 녹음기 등은 사용할 수 없다.

나갈 때 역시 보안 요원이 금속 탐지기를 사용해 차량 전체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 출입구 차단기를 올려준다.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요 기술인 만큼 보안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출입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캠퍼스 내부에 들어가서도 외부인이 직접 볼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 있다. 이날 직접 확인한 곳은 1기 공장의 특정 클린 룸이다. 캠퍼스의 모든 클린 룸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이날 확인한 클린 룸은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한쪽 벽을 유리로 만든 공간이다. 클린 룸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고 짧은 시간 동안 유리 너머로 보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윈도 투어’다.

가이드 직원이 리모컨을 들고 버튼을 누르자 불투명하던 벽이 투명하게 바뀌었다. 클린 룸의 핵심은 ‘OHT(Overhead Hoist Transport)’다. 사람 대신 웨이퍼를 운반하는 기계로, 천장 곳곳에 수십 개의 OHT가 달려 있었다. OHT는 1기에만 1850여 대가 설치돼 있다. 현장 관계자는 “OHT 한 개 가격은 그랜저 풀옵션 가격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실리콘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클린 룸은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게 색깔로 구분된다. 우선 장비 문제는 ‘초록·주황·빨간색’으로 나뉜다. 초록은 정상, 주황과 빨간색은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주황색이나 빨간색이 켜지면 직원이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직원은 ‘흰색·파란색·주황’이다. 방진복 색깔로, 흰색은 삼성전자 직원을 뜻한다. 연한 파란색은 엔지니어, 진한 파란색은 협력사 직원, 주황색은 안전 요원이라는 의미다. 다만 협력사 직원은 캠퍼스별로 초록색 등 다른 컬러의 방진복을 입는 경우도 있다.

평택 캠퍼스 클린 룸의 청정도는 ‘클래스(Class) 1000’ 수준이다. 청정도를 수치로 등급화한 것인데, 가로·세로·높이 1피트(ft, 약 30cm)에 들어가는 0.5㎛(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이상의 먼지 입자 수를 뜻한다. 병원의 무균 수술실 청정도가 클래스 100인 점을 고려하면 클린 룸의 청정도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의미다. 후공정 청정도는 이보다 조금 떨어진다.

하나의 반도체 웨이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공정과 후공정(패키징)을 거치는데 평택 캠퍼스는 전공정을 담당한다. 이 클린 룸에서 만들어진 웨이퍼는 온양과 천안 등에 있는 후공정으로 옮겨진다.

삼성전자는 평택에만 200조원 가까이를 투자할 예정이다. 1기 공장과 2기 공장에 각각 30조원을 투자했고 3기 공장 역시 비슷한 수준의 금액이 투입됐다. 삼성전자는 평택에서 6기 공장까지 생산 라인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가정하면 향후 90조원 이상이 더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에서 향후 5년간 신사업 투자에 36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는데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에만 4분의 1이 사용되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곡창 지대로 유명한 평택 평야에서 삼성전자는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고 경기도 용인·화성·평택과 충청도 아산을 잇는 최첨단 실리콘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동 중인 3개 공장 외에 추가로 3개의 대형 반도체 생산 시설이 들어올 수 있어 대한민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나는데 핵심 전초 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고 재고는 엄청나게 쌓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전쟁의 한 축이 반도체가 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100조원을 투자해 공장을 계속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간만에 삼성전자다운 결정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황에 대규모 투자를 해 호황기가 오면 그 수익을 거둬들이는 대담한 전략이 평택에서 실행되고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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