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규제 구름, 친환경 선박으로 헤쳐 나간다[ESG리뷰]

스페셜 리포트 - 업종별 탄소 중립 전략 ③ 조선

[ESG 리뷰]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021년 인도한 메탄올추진 PC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 제공 = 한국조선해양



조선업과 관련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가 강화된다. 유럽연합(EU)은 2024년부터 해운업 탄소 배출권 거래제(ETS)를 시행한다. 선박 연료 규제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도 해운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2050년까지 50%에서 100%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이러한 국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2월 14일 국적 선사가 보유한 선박을 저탄소·무탄소 연료 선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IMO 등 국제 규제 대상인 5000톤 이상 외항선 867척을 대체 건조할 때 친환경 연료 선박으로 바꾼다. EU 규제에 대응해 유럽과 미주 정기선 60%를 포함해 총 118척을 친환경선으로 전환한다.

해운사도 발주 물량의 상당 부분을 친환경선으로 교체하는 등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의 2022년 3분기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신조선의 71%가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친환경 연료 선박으로 발주되는 등 시장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한국의 조선 3사 역시 국제 규제에 대응해 대체 연료 추진선 개발과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에너지 효율 향상 등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사에 확신을 줄 수 있는 대안 선박의 조기 개발과 판매만이 조선업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조선 3사 탄소 중립 목표 ‘2050’

한국의 조선 3사인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와 공시 자료를 취합한 결과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2050년을 탄소 중립 목표 연도로 설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기후 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 지지 선언을 바탕으로 2050 탄소 중립 선언과 로드맵 수립을 준비 중이다.

2050년을 탄소 중립 목표 연도로 설정한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탄소 중립을 위한 세부 로드맵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조선해양은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 참여를 통해 추후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이행 로드맵을 담기로 했다.

각 사의 세부 로드맵은 없지만 부분적 계획은 공개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 선박 건조 프로세스를 내세웠다. 강재 전처리와 조립, 선행 도장, 독(dock) 작업, 검사·시운전 등 프로세스 전반에 친환경 기술을 접목해 기후 변화 대응에 나선다.

삼성중공업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고 탄소 저감 고도화를 통해 신연료·신선종을 개발한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설비 효율을 제고하고 고정 이동 연소를 줄이기 위해 노후화된 장비를 전기와 수소 설비로 바꾼다. 또 한국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2030년까지 업무 차량을 전기차로 100% 전환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제품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외부에서 공급받는 전력을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수송·운송 장비도 수소와 전기차로 교체해 물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한다.

신호식 목포해양대 교수는 “국가가 정책 시행을 주도하고 해운 선사가 필요한 선박을 발주하면 조선사가 이에 대응하는 측면이 크다”며 “건조한 선박의 운영 연한은 평균 30년이므로 2050년 탈탄소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기준으로 장기적 탄소 중립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선, LNG DF 이어 메탄올·암모니아로 확대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모두 탄소 중립을 위한 대체 연료 추진선을 개발하고 있다. 메탄올·암모니아·수소 등을 활용해 탄소 등 오염 물질이 나오지 않는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메탄올 추진선은 LNG와 달리 생산 단가가 낮고 극저온 벙커 탱크, 연료 가스 처리 시스템 등 시설이 필요하지 않아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 3사는 각각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계획 중이다. 한국조선해양은 2025년까지 1MW 규모의 그린 수소 시스템 개발 실증 및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2025년까지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한국조선해양은 LNG 이중 연료 추진 운반선(LNG DF)과 메탄올 추진선 수주에 적극적이다. 국제 해운사가 발주한 99척의 메탄올 추진선 주문 중 절반이 넘는 54척을 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가 수주하기도 했다. 중소형 선박 연료전지 추진 시스템과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시스템 상용화도 계획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LNG DF 수주를 이어 가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22년 하반기 단일 조선소 기준 전 세계 254척의 LNG DF 발주 중 41척을 수주했다. 조선해양 통합 LNG 실증 설비를 보유해 기술 차별화에 성공한 모습이다. 2025년을 목표로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한다. 차세대 연료 기술 부문에서는 연료전지 추진선을 2025년까지 상용화할 예정이다. 원자력 추진선도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는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이 중 연료 추진 선박, LNG선, 해상 풍력 발전기 설치선 등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비율은 수주 금액 대비 60% 이상이다. 단기적으로는 메탄올과 암모니아, 장기적으로는 액체 수소 저장 기술과 수소 연료전지 추진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친환경 연료 선박을 개발한다.


온실가스·원 단위 배출량 증가 추세

조선 3사의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20만853톤(tCO₂eq)이 늘어난 152만2889톤으로 집계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17.6% 감소했지만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소폭 상승해 전체적으로는 증가했다.

한국조선해양의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 1·2)은 전년 대비 2.4% 상승한 95만5342톤이다. 스코프 1(직접 배출) 배출량이 42%, 스코프 2(전력 사용 등 간접 배출) 배출량이 58%를 차지했다. 온실가스 배출 효율성을 나타내는 원 단위 배출량은 10억원 기준 59.9톤으로 전년 대비 0.7톤 감소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실제 배출량이 적어 통계가 왜곡될 수 있는 지주사(한국조선해양)를 제외하고 조선 자회사 3곳만 통계에 포함했다.

삼성중공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7만771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스코프 1과 스코프 2 배출량이 한국조선해양과 마찬가지로 각각 42%, 58%를 차지했다. 다만 10억원 단위 배출량은 전년과 비교해 3.89톤 늘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9만6776톤으로, 나머지 두 조선사와 달리 스코프 2 배출량 비율이 66%로 비교적 높았다. 10억원 단위 배출량은 66.2톤으로 15톤 증가했는데 2021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2조5561억원 감소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일부 조선사는 온실가스 절대 배출량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원 단위 배출량이 2019년 대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스코프 3 선제 공시

조선사의 스코프 3(공급망 등 총외부 배출량)는 타 업종 기업의 배출량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1년 한국 수출 물동량 9억5800만 톤 중 해상 물동량은 9억5500만 톤으로, 99.7%의 비율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조선업은 스코프 3, 특히 판매된 선박의 사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하다.

스코프 3 공시와 관련해서는 한국조선해양이 앞서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한국의 조선사 최초로 원자재 조달부터 선박 운항 및 최종 폐기까지 포함된 10개 카테고리(공급망·자본재·에너지 관련 활동, 판매된 선박의 사용·투자 등)를 공시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2021년 스코프 3 배출량은 9998만 톤이다. 전체 배출량의 99.05%가 스코프 3에서 배출됐다. 판매된 선박의 사용(당해 연도 인도 선박 기준)이 9496톤으로 가장 많았다. 원부자재와 서비스 구매가 475만 톤을 차지했고 자본재와 기타 에너지 관련 활동, 원부자재 운송, 판매된 선박의 폐기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조선해양은 스코프 3 배출량 통계를 기반으로 모든 영역의 배출량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스코프 3 공시에 나선다. 최근에는 미국 선급 기관인 ABS와 스코프 3 산정 방법론을 공동 개발했다. 한국표준협회에서 조선업계 최초로 개발한 스코프 3 선박 운항 단계 탄소 감축 방법론에 대한 신뢰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2021년 배출량에 대한 제삼자 검증을 완료하고 올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도 CDP,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 같은 공신력 있는 이니셔티브 참여를 통해 스코프 3 탄소 배출량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조속히 공개할 방침이다.

TCFD·SASB 공시 내용 일부 차이

조선 3사는 기후 변화 관련 지배 구조, 전략, 리스크, 지표와 감축 목표를 공개하는 기후 변화 관련 TCFD 보고 기준과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산업별 기준,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기준 등을 모두 적용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다만 공시 내용 측면에서는 일부 차이가 났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에너지 총사용량, 그리드 전략 사용 비율,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등 에너지 관리 공시 측면에서 상세함이 돋보였다. SASB의 사용 단계 연비와 배출량 항목도 한국조선해양은 선적 규모별 질소산화물 가중 배출량 등 통계를 최대한 제공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온실가스 에너지 검증 의견서 등 제삼자 검증 부문에서 핵심이 되는 조직 경계와 운영 경계 포함 방식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기술해 신뢰성을 높였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25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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