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네 명만 차봤던 티파니의 128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류서영의 명품 이야기]

1878년 남아공에서 발견된 287.42캐럿, 절반 손실 감수하고 1년간 82면으로 커팅

류서영의 명품이야기
티파니③


2019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전설의 티파니 노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한 레이디 가가 출처 ; instagram tiffayandco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착용했던 리본 로제트 노란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128.54캐럿짜리다. 지금까지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한 사람은 네 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포스터에서 헵번이 이 노란 다이아몬드를 선보였고 다른 한 명은 미국 사교계의 여왕으로 불린 마리 화이트하우스 부인이다. 그녀는 1957년 미국 로드 아일랜드 뉴포트에서 열린 티파니 무도회에서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했다. 가수 비욘세와 레이디 가가도 이 목걸이를 착용했다. 레이디 가가는 2019년 오스카 시상식 행사 때 이 목걸이를 하고 나와 주목 받았다.

1878년 남아프리카의 킴벌리 광산에서 발견된 287.42캐럿의 이 노란 다이아몬드는 티파니 창업자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매입한 것이다. 당시 남아프리카는 영국의 식민지였다. 킴벌리 광산의 흑인 노동자들은 끔찍한 노동 조건과 열악한 임금을 견뎌야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티파니가 사들인 다이아몬드는 티파니의 수석 보석학자인 조지 프레드릭 쿤츠 박사가 1년간 연구한 끝에 128.54캐럿의 쿠션 브릴리언트 컷으로 탄생했다.

쿤츠 박사는 노란 다이아몬드 본연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사이즈가 절반 이상이 줄어드는 손실을 감수하고 총 82면으로 커팅했다. 마치 안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것과 같다고 표현될 정도로 최고의 광채를 만들어 냈다. 1955년 뉴욕 5번가에 있는 티파니 플래그 스토어의 윈도에 전시됐을 때는 길 건너편에서도 다이아몬드가 빛나는 것이 보일 정도의 광택이 나 지나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최고의 시설·전문가로 엄격한 감정 ‘최고 명성’
티파니의 잔 슐럼버제가 디자인한 바위 위에 앉은 새(사진①) 출처 ; instagram tiffayandco


다이아몬드는 투명도와 함께 커팅 기술이 중요하다. 당시의 기술로는 다이아몬드를 58면으로 커팅하던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티파니는 더 나아가 82면으로 커팅해 다이아몬드를 더 반짝이게 하는 기술의 진보를 선보였다.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노란 다이아몬드로 기록된 ‘티파니 다이아몬드’다.

많은 여성들은 결혼할 때 티파니의 다이아몬드를 결혼반지로 받기를 원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티파니는 엄격한 다이아몬드 감정 기준을 적용한 최상급 다이아몬드라는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티파니는 상당히 공을 들인다. 우선 최고의 기준을 정해 다이아몬드를 엄격하게 선별한다.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최고의 보석학자들이 감정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벽한 품질을 보증하는 ‘티파니 다이아몬드 증서’를 발행한다.

티파니의 뛰어난 세팅 기술도 티파니의 명성을 더한다. 티파니는 다이아몬드를 6개의 프롱(prong·갈래)으로 지탱해 밴드와 다이아몬드를 분리한다. 마치 다이아몬드가 떠 있는 듯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세팅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런 티파니의 세팅 기술은 빛이 다이아몬드의 하단까지 완전히 통과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다이아몬드 광채를 극대화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 명료한 디자인도 티파니 세팅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티파니의 잔 슐럼버제가 디자인한 리본 로제트 목걸이(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포스터에서 헵번이 착용했던 목걸이)는 1995년 ‘바위 위에 앉은 새(Bird On A Rock)’라는 작품으로 다시 세팅됐다(사진①). 2012년에는 티파니 창립 1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20캐럿이 넘는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함께 목걸이로 제작됐다.

슐럼버제는 티파니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프랑스 출신이다. 1956년 티파니에 입사한 그는 부사장 자리에까지 오른 유명한 보석 디자이너다. 재클린 케네디, 오드리 헵번,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많은 유명 인사들이 그가 디자인한 주얼리를 좋아했다. 슐럼버제는 보석을 화폐 가치로 평가하는 것을 경멸해 “차라리 옷깃에 수표를 꽂고 다녀라”라는 어록을 남긴 바 있다. 그만큼 자신의 디자인에 자존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으로, 이는 샤넬이 “진주 목걸이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은 목에 수표를 달고 다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말을 연상케 한다. 이후 샤넬이 디자인한 진주 목걸이에는 모두 인조 진주를 사용했다고 한다.

티파니에는 슐럼버제를 잇는 유명한 디자이너 팔로마 피카소, 엘사 페레티, 프랭크 게리 등 3인이 있다. 1980년대 큐비즘의 대가인 피카소의 딸 팔로마 피카소는 보석 디자인에 다양한 유채석을 사용해 강렬한 이미지의 티파니 보석을 만들었다. 올리브 잎사귀, 베네치아 컬렉션 등으로 이국적인 디자인을 발표했다.
◆피카소 딸도 티파니 보석 디자이너로 일해
엘사 페레티가 디자인한 오픈 하트 목걸이 출처 ; instagram tiffayandco
팔로마 피카소가 디자인한 올리브 리프 팔찌 출처 ; instagram tiffayandco


엘사 페레티는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모델로, 로마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고 오스카 드 렌타, 할스턴 등 유명 브랜드의 향수와 코스메틱 디자이너로 활약하다가 1974년 티파니에 입사했다. 그녀는 티파니의 오픈 하트 컬렉션·눈물·불가사리 등 형태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캐나다 출신의 프랭크 게리는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건축가다. 독일의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익스피리언스 뮤직 프로젝트,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는 2004년 티파니와 첫 파트너십을 맺고 재료와 구조에 대한 이해력을 바탕으로 금속·나무·돌과 같은 재료를 사용해 모던한 디자인들을 선보였다. 피시(fish) 컬렉션, 톨크(torque) 컬렉션이 프랭크 게리의 대표작이다.

2013년 9월 티파니의 새로운 그룹 총괄 디자인 디렉터로 프란체스카 엠피티어트로프가 임명됐다. 그녀는 샤넬·펜디·마르니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를 위한 주얼리 라인을 디자인한 경력이 있고 1837년 티파니 창립 이후 여덟째 디자인 디렉터이자 최초의 여성 디자인 디렉터로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그녀는 2014년 티파니의 이니셜인 T자 컬렉션을 선보였다. 모던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의 T자 컬렉션은 출시 이후 큰 인기를 얻었고 티파니의 매출 상승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참고 자료 : ‘최고의 명품, 최고의 디자이너(명수진, 삼양미디어)’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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