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블루로드, 스트레스 날리는 K-힐링 웰니스 여행지로 주목[지자체장 24시]
입력 2023-03-24 10:39:59
수정 2023-03-24 10:39:59
-김광열 영덕군수
-군민위한 서비스 정신 강조, 청정 환경 도시 영덕의 관광 자원 대폭 확대
영덕군수실 접견 장소에는 윗사람이 앉는 소위 ‘상석’이 없다. 김광열 군수가 부임한 뒤 내린 조치다. 자세를 낮춰 영덕군을 위해 같이 일하고 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김 군수는 ‘공무원이란 군민을 섬기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군민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떤 불편을 느끼는지 듣고 서비스한다는 마음으로 일해야 군의 발전도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영덕군에서 40여 년간 공무원으로 일했던 김 군수가 오랫동안 품었던 생각이다.
실제 지난 민선 8기 선거에서 군수에 당선된 뒤 김 군수는 1주일에 이틀씩 현장에 나가 군민과 현장 관계자들을 만나 직접 그들의 고충을 듣고 군 발전 방향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간부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서비스 마인드 교육도 실시 중이다. 위에서부터 모범을 보여 달라진 영덕군청의 조직 문화가 낙숫물처럼 아래로 흐르도록 한 것이다.
영덕군수 부임 이후 어떤 가치관으로 군정을 이끌고 있나요.
“안으로는 일하는 자세를 바꾸는 노력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영덕을 웰니스의 도시, 청정 환경의 도시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한창이기 때문에 오히려 영덕의 청정 환경이 큰 강점이 될 수 있어요. 울진이나 포항처럼 지역 경제에 일조할 대기업은 없지만 그 덕분에 맑은 공기와 청정 해역, 조용한 도시 문화라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의 발길이 활발하게 이어지는 것도 최근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죠. 지금 전국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역 소멸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영덕도 지역 소멸 위험이 높은가요.
“영덕군 인구의 40%가 65세 이상 노인입니다.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10년 뒤에는 70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어요. 지금 정부 차원에서 생활 인구 확대를 통해 지역 소멸을 막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죠. 생활 인구는 주변 지역과의 연계나 지역에 내려가 머무르는 생활 인구를 늘리는 정책입니다. 관광은 생활 인구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어요. 우선 야간 관광, 블루로드 테마길 등 체험형 관광 자원을 통해 체류형 관광객을 늘리는 데 힘을 쏟는 한편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관계 인구 확대 사업도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축구 전문 매체 ‘베스트 일레븐’과 올해부터 2026년까지 초등학교 클럽 선수를 대상으로 한 대회인 풋볼 페스타를 영덕에서 개최하기로 합의어요. 해맞이축구장·강구대게축구장 등 영덕군 내에 조성된 축구장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또 축구협회와 손잡고 2027년까지 5년간 춘·추계 전국중등(U15) 축구대회 개최 합의를 위한 서류에도 도장을 찍었습니다. 각 대회에는 100여 개 팀 4000여 명의 선수가 참여해 연간 5만 명 이상 방문, 4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지역 경제 발전을 꾀할 주요 산업은 무엇이 있습니까.
“신성장 로드맵으로 잡은 사업이 해양 심해 바이오 뱅크입니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영덕군의 청정 바다 심해 생물 자원 중 산업화가 가능한 소재를 발굴해 분양하는 사업으로 미래 먹거리가 보장되는 블루오션이죠. 지난해에는 국립해양생물종복원센터를 유치해 설계에도 들어갔습니다. 이와 연계한 해양 자연사 교육관이나 고래바다쉼터 등을 조성해 청정 자연환경이 곧 돈이 되는 웰니스 산업으로 지역의 신성장을 꾀할 계획입니다. 예산 확보를 위해 중앙 부처를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세일즈도 하고 있어요.”
관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영덕 관광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외지인들에게 영덕 하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르는지 물어보면 대개 청정 자연환경을 말합니다. 고래불해수욕장의 해안선, 기운 좋은 칠보산, 풍부한 먹거리 같은 거죠. 부산 사람들도 질 좋은 회를 찾아 영덕을 방문한다고 할 정도입니다. 해양과 내륙 문화를 다 보유하고 있는 영덕만의 특징을 살려 인프라 정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금 해안도로를 따라 트레킹 코스인 블루로드를 정비 중인데 그 길을 제가 직접 걸어보고 관광객의 시각에서 뭐가 더 필요한지, 어떤게 불편한지 점검하고 있습니다.”
영덕 블루로드가 영덕 관광의 중심인가요.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90km가 넘는 해안을 끼고 조성된 때 묻지 않은 바닷길 블루로드는 영덕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관광 콘텐츠입니다. 하지만 코스가 길다 보니 정비되지 않은 구간과 비어 있는 곳도 많은 게 단점이죠. 제가 부임 이후 가장 먼저 블루로드 정비에 나선 이유입니다. 자연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추가 코스를 개설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고 있습니다. 임기 동안 전 구간을 정비해 영덕 체류형 관광의 첫째 동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웰니스를 테마로 한 축제인 웰니스 페스타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영덕군 웰니스 관광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자연의 품 안에서 요가나 명상 등의 활동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는 웰니스 관광은 현재 전 세계적인 여행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영덕은 웰니스 관광과 연계 가능한 숲길과 탐방로, 사찰 등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9년 개원한 인문 힐링 센터 ‘여명’을 중심으로 한의학 기반의 명상과 기공 전문가 네트워크도 탄탄합니다.”
영덕 하면 그래도 대게 축제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대게 축제가 펼쳐지는 영덕 강구항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입니다. 블루로드도 바로 이어지고 인근 관광지인 해맞이공원·창포등대·명사20리·고래불해수욕장 등 가볼 곳도 많죠. 지금도 일대에는 축제 때가 아니더라도 대게 미식 여행을 오는 관광객이 많습니다. 이들을 위해 야간 경관 조성도 하고 테마가 있는 색 조명과 미디어아트 공간도 만들고 있습니다. 대체 축제 때만 방문하는 영덕이 아니라 관광객이 사시사철 방문해 다양한 영덕의 매력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게가 많이 알려져 상대적으로 유명세는 덜하지만 영덕은 송이버섯으로도 유명합니다. 자연산 송이버섯 최대 수매량을 자랑하는 도시가 바로 영덕입니다.”
영덕의 다른 자랑거리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영양 남씨 집성촌인 호지마을과 괴시리전통마을은 꼭 한 번 가볼 만한 명소입니다. 이곳에는 괴시파 종택과 영은 고택, 서당으로 쓰던 건물 등이 잘 보전돼 있습니다. 괴시리 대남댁은 조선 영조 52년(1776년)에 남준형 선생이 세운 것으로, 조선 후기 가옥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이기도 합니다. 고려 말 충신으로 알려진 목은 이색 탄생지가 있는 기념관도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영덕이 고향인 지역 출향인들 중 출중한 분들도 많습니다. 요즘 이분들께서 고향 사랑 기부제를 통해 영덕 발전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의료 시설과 교육 환경 조성도 김 군수는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영덕 아산병원은 인근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종합 병원으로 영덕 생활 만족지수를 높이는 주요 인프라로 꼽힌다. 김 군수는 선진화된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초중생 교육 수준 향상도 꾀해 더 많은 인재가 탄생할 수 있는 초석도 다질 생각이다. 최근에는 청년 인구를 늘리는 시작점으로 ‘이웃사촌마을 확산 사업’도 시작했다. 지역 간 연계를 확대하는 것으로 지난해 11월 정부의 ‘두 지역 살기 기반 조성 사업’에도 최종 선정돼 두 사업을 활용한 청년 혜택을 꾸준히 늘려 나갈 계획이다.
김 군수는 영덕이 한자로 찰 영(盈)에 덕 덕(德) 자를 쓴다고 했다. 좋은 덕이 가득 찼다는 뜻이다. 김 군수는 영덕의 좋은 기운이 지역의 미래를 밝히는 큰 힘이 되기 위해서라도 가장 낮은 곳부터 가꾸고 살펴나가겠다고 했다.
이선정 기자 sjlgh@hankyung.com
사진 손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