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복합 위기 투자 전략 :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스페셜리포트]“시장에 패닉이 만연할 때 가치 투자자에게는 해가 떠오른다”는 말이 있다. 피델리티 저가주 펀드의 설립자인 조엘 틸링해스트의 말이다. 복합 위기의 시대에서 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한국의 ‘리틀 버핏(워런버핏)’으로 불리는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올 한 해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며 “가치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에겐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 투자는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 원금의 안정성과 적당한 수익성이 보장되는 행위를 말한다.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지금은 ‘몸을 사릴 때’인가요.
“관점의 차이입니다. 결혼 시장이 비수기를 맞았다고 해서 좋은 상대가 있어도 결혼하지 않을 건가요. 저는 합리적이지 않게 들립니다. 어떤 시장이든, 어떤 경우든 간에 좋은 기업과 좋은 가격의 교집합이 있다면 뛰어들 수 있습니다. 일본 최고의 부동산 부자인 쓰쓰미 야스지로는 1945년 미국이 도쿄를 폭격할 때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내던지는 토지를 사들였습니다. 위기에 취득한 자산은 그를 일본 최고의 부동산 부자로 만들어 줬습니다. 용기에 대한 보상이죠. 자산가들은 대개 남들이 위기를 말할 때 장기적 낙관론을 가지고 사들인 자산이 부를 가져다줬다고 회고합니다. 자본주의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복합 위기 시대에 가치 투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위기와 변동성은 투자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우려와 소음이 없는 시장 환경은 좋재하지 않죠. 가치 투자법은 그나마 (투자자들이) 제일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방법입니다. 좋은 경영진이 운영하는 좋은 비즈니스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 내일의 장이 크게 걱정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모범 택시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는 겁니다. 베테랑 운전사가 위기를 피해 가면서 달려야 할 땐 속도를 올립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안전하게 내려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 투자는 인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가치 투자가 주류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워런 버핏이라는 아주 확실한 증거가 있지만 가치 투자는 여전히 소수의 게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역행해야 된다는 아주 근원적인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분석을 위해 공부해야 하고 남들이 욕심낼 때는 참아야 합니다. 빠른 수익을 가져다주지도 않습니다. 방법은 쉬운데 하기는 어렵죠. ‘다이어트’같은 겁니다. 적게 먹고 운동을 한다는 공식이 있지만 사람들은 ‘3일 만에 살 빼는 법’을 클릭하게 되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쉬운 길을 찾은 사람들보다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어떻게 공부하면 될까요.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가령 테니스를 좋아한다면 어느 회사가 테니스 공을 가장 잘 만드는지는 쉽게 골라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것을 찾는 겁니다. 자신의 직업, 자신의 취미,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서 출발하면 가장 효율적입니다. 다른 영역을 탐구하고 싶다면 공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 중 어디가 가장 좋은 회사인지, 세 회사 간 차이가 무엇인지, 2~3년 후 누가 제일 잘하고 있을지를 말할 수 있다면 정유업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있는 겁니다. 집을 살 때 보통 현장에 가 물도 틀어보고 곰팡이는 없는지 확인하지 않습니까. 주식을 살 때도 부동산을 살 때처럼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올해 추천 업종은 무엇인가요.
“지금 장은 좋아지는 국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는 미리 다 맞고 악재에 내성이 있는 상태죠. 그간 선진 시장 위주로 흘러갔다면 다음 국면은 한국과 같은 이머징 마켓이 각광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적이 좋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 상승기에 소외됐던 종목, 가치보다 저렴한 주식들이 많습니다. 이런 종목들이 재평가를 받는 사이클이 올 것입니다.
최근 3년간 주목하고 있는 것은 ‘K-산업’입니다. K팝·K-드라마·K-에스테틱·K-방산 등이죠. 한국 특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내수가 탄탄한 데다 해외에서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에스테틱은 압도적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모이는 곳, 피부 관리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국민들….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은 더없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소문난 독서광입니다. 투자자에게 추천할 책이 있나요.
“가장 먼저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책이 ‘돈의 심리학’입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이 책을 읽은 후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돈의 심리학’을 읽고 난 후 주식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주식의 대가를 찾아야겠죠. ‘워런 버핏 바이블’이라든지 ‘워런 버핏 라이브’와 같은 책을 읽으면서 주식으로 제일 돈을 많이 번 투자자는 이런 마인드를 지녔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중급 이상으로 가보겠다면 ‘현금의 재발견’을 추천합니다. 주식 투자자에게 좋은 회사와 경영자에 대한 보는 눈을 뜨게 해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종목을 발굴하고 분석하고 매수 매도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과정에서 심리는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한국형 가치투자’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투자자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가치 투자를 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다만 가치 투자로 가는 문을 보여주는 안내자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해에는 VIP자산운용이 공모 운용사로 전환했습니다. 그간 사모 운용사로서 서비스 범위가 소수의 자산가들에게만 국한되다 보니 우리에게 돈을 맡기고 싶어 찾아와도 ‘최저 금액이 5억원’이라는 말로 돌려보내야만 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미안함이 남았습니다. 1호 공모펀드가 성공리에 마무리됐고 후속 공모펀드인 ‘한국형 가치투자’를 4월 3일 출시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설정·환매가 가능한 장기 투자형으로 청년들의 자산형성과 국민들의 노후 대비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죠. 나를 믿어준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고 싶고 그 방법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