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를 위한 ‘커뮤니티 브랜딩’의 3단계

기업 신념·문화를 생태계화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딩’ 필요

[브랜드 인사이트]

ESG가 부상한 이유. 그래픽=송영 기자



2004년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코피 아난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개념을 등장시킨 후 지금까지 ESG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ESG가 왜 부흥했는지, ESG와 브랜딩을 결합해 어떻게 경영의 지혜를 더할 것인지 살펴보자.

ESG가 부상하게 된 이유는 인류가 당면해 온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문제 해결의 본질은 기대 수준과 결과물 수준의 균형이다. 또 문제 해결의 기대 수준은 시대적 상황과 맥락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인류는 오랜 기간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해 왔다. 기업은 이런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해 왔다. 경제적 결핍이라는 문제에 대해 고용과 생산, 이를 통한 이윤 창출이라는 결과물로 화답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ESG는 왜 떴을까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인류의 욕구는 달라지고 있다. 생리적 욕구의 단계에서 ‘자아실현의 욕구’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이제 인류는 ‘나’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문제까지 기꺼이 해결하려는 준비가 돼 있다. ‘기후 변화’, ‘자원의 부족’, ‘사회의 불평등’이라는 우리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됐다. 자아의 확장이 일어난 것이다.

게다가 이런 시대 상황에서 기업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 영향력은 긍정적 영향력과 부정적 영향력 모두를 포함한다. 기업은 사회에 해결책을 던져주는 동시에 골칫거리가 되는 이중적 특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은 기존 검색 방법을 사용하던 인류에게 더 나은 솔루션을 제공하지만 환경적인 문제 역시 야기한다. 거대 규모의 AI 모델이 입력 데이터가 있을 때마다 전체 매개 변수가 갱신되는데 최근 챗GPT가 학습에 소비한 전력이 55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렇듯 기업의 증가하는 영향력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구 수준 변화가 결부돼 기업의 인류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 수준과 방식이 모두 달라졌다. 이것이 ESG가 현재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중심에 있는 이유다.


‘커뮤니티 브랜딩’의 3단계. 그래픽=송영 기자

ESG는 리더에게 어떤 걸 요구하나

ESG는 현재 인류가 풀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식으로서 비즈니스 리더에게 2가지 변화를 요구한다. 첫째, 기존의 비즈니스 중심 사고방식에서 가치 중심 사고방식으로의 관점 변화다.

단순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종합적 가치를 판단해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환경을 위한 ‘배터리 여권’을 도입해 제조 이력·ESG 성과·재활용 데이터 등을 수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둘째, 권력에서 권한으로의 변화다. 이제 기업의 비즈니스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는 소수의 권력에서 커뮤니티의 다양한 권한들로 분산된다. 이들이 만드는 의사 결정과 영향력이 중요해진다.

그들은 ESG에 대한 기업의 모습을 함께 만들어 간다. 이처럼 경영자는 전보다 다뤄야 할 비즈니스 범위가 넓어진 것이고 이런 커뮤니티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어떻게 가치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기업을 둘러싼 커뮤니티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커뮤니티 브랜딩’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커뮤니티 브랜딩은 ‘내부 임직원 커뮤니티·고객 커뮤니티·이해관계인 커뮤니티 모두가 하나의 신념을 바라보게 하고 이를 기업 고유의 라이프스타일로 실천하도록 돕는 전략적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커뮤니티 브랜딩은 ESG가 곧 비즈니스·브랜드·영업 등 기업의 모든 요소와 일체화되도록 한다. 맨프레디 리카 인터브랜드 최고전략책임자(CSO)가 “(현 시대의) 위대한 브랜드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동일한 목표를 가진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고 한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ESG를 위한 커뮤니티 브랜딩은 3단계의 과정(B-E-L Model)을 통해 탄생한다. 브랜드만의 신념을 선포하고(신념·Belief), 이에 걸맞은 생태계를 구축해 가며(생태계·Ecosystem), 커뮤니티의 라이프스타일로 스며 들어가는 과정(라이프스타일·Lifestyle)이 그것이다.

기존의 브랜딩이 브랜드에 대한 ‘인지’에서 출발해 ‘애정’으로 향했다면 커뮤니티 브랜딩은 ‘애정’에서 시작해 ‘인지’로 나아간다.

기존의 브랜딩 과정이 ‘대중에게 브랜드를 알리려는 노력→우수한 상품(서비스)을 제공해 신뢰 얻기→지속적 관계 맺기를 통한 브랜드 호감도 증가’의 과정이었다면 커뮤니티 브랜딩은 ‘설레는 비전과 신념에 공감해 커뮤니티 형성→상품(서비스)을 사용하며 입소문→대중으로의 인지 확장’의 과정이다. 즉 기존 브랜딩 문법과는 반대다.


커뮤니티 브랜딩의 특이점. 그래픽=송영 기자


① 신념

‘신념(Belief)’은 기업의 신념을 창조하고 선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기업과 이해관계인이 비즈니스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신념들을 하나의 원칙 가이드라인으로 명문화하는 것이다.

ESG 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재구축’이라는 ESG 가치 제안과 함께 진정성·존중·책임감이라는 핵심 신념을 갖고 있다.

ESG 원칙을 E·S·G 각 영역하에 명확하게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기술로 지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AI 포 굿’ 등의 ESG 활동을 하는데 ESG 브랜드 전략 시스템이 이런 실천 활동의 기준이 돼 준다.

② 생태계

‘생태계(Ecosystem)’는 정립된 기업의 신념이 기업 고유의 라이프스타일로 풀리기 위한 가교 역할 단계다. 1단계에서 정립한 신념이 무형의 가치라면 그것을 유형의 가치로 전환해 가는 과정이다.

현대자동차는 브랜드 비전 ‘인류를 위한 진보’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제한 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한다는 신념을 선포한 뒤 그에 따른 생태계를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

로봇 공학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미래 모빌리티 연구 조직인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에 투자하는 등 신념이 실체화될 수 있는 유형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날수록 비즈니스 브랜드와 ESG 브랜드 영역 간의 차이가 모호해지는데 현대차는 이에 대한 적합한 예시다.

③ 라이프스타일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은 기업을 둘러싼 커뮤니티의 삶 속에 기업 고유의 신념이 하나의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의미한다.

나이키의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살펴보면 그들은 사람(People)·지구(Planet)·놀이(Play)로 ESG 활동의 카테고리를 나눈다. 그중 특히 ‘놀이’가 눈에 띈다. 나이키는 ‘몸이 있다면 당신도 운동 선수다’라는 브랜드 비전(신념)을 갖는데 이런 신념의 라이프스타일화를 위해 ‘놀이’ 카테고리의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 3단계를 통한 커뮤니티 브랜딩은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까. 보이지 않는 ‘신념(가치)’과 보이는 ‘성과’의 선순환이다. 보이지 않는 기업의 비전이 보이는 재무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테슬라와 같이 최근 급격한 기업 가치 증가를 보인 기업들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이 증명된다.

‘신념’만 있고 ‘생태계’와 ‘라이프스타일’이 빈약한 기업은 충분한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성공적인 ESG를 위한 커뮤니티 브랜딩은 3요소 모두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성공의 핵심은 실행이다.


민경찬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민경찬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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