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대이동’…뜨겁게 달아오르는 로펌업계 인재 쟁탈전

기업 관련 이슈 산적…변호사 뺏고 빼앗기며 전력 강화 박차

[비즈니스 포커스]

세종이 위어드바이즈에서 영입한 박준용(왼쪽부터) 변호사, 배태준 변호사, 정연아 변호사, 안준규 변호사, 김영주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세종 제공


3월 22일 로펌업계에서 화제가 된 변호사들의 이적 소식이 전해졌다. 세종은 기업법무 분야에서 떠오르는 신생 로펌인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 소속 변호사 5명을 3월 2일자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세종은 이들 5명의 변호사를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ICT)그룹 내에 ‘신사업플랫폼팀’을 신설했다.

세종은 ICT 산업이 가파르게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법률 이슈들이 많아지는 것에 주목했다. 이커머스·인공지능(AI)·신기술 금융(Fintech)·모빌리티를 넘어 최근에는 챗GPT까지 등장했다. 이와 관련한 법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재 영입을 앞세워 효율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로펌업계의 인재 영입전이 가열되고 있다. 전관 출신이나 경쟁 로펌의 핵심 인재를 적극적으로 끌어오는 로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 이목이 쏠린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기업 관련 이슈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세종이 주목한 ICT 관련 이슈 외에도 올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에 따라 기업 구조 조정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노조 회계 투명성 확보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 개혁이 화두다. 이 밖에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 지침 시행에 따른 공정 거래 이슈 등 기업들이 로펌의 문을 두드릴 만한 일들이 산적해 있다. 뛰어난 인재 영입에 로펌들이 공을 들이는 이유다.세종, 위어드바이즈에 ‘복수전(?)’스타급 변호사 인재 영입은 주로 대형 로펌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이런 분위기도 달라졌다. 중견 로펌들이 잇달아 힘을 합치며 대형 로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법무법인 클라스와 법무법인 한결이다. 두 로펌은 1월 합병을 결정해 변호사 수 150명, 매출 200억원이 넘는 새로운 대형 로펌의 탄생을 예고했다. LKB파트너스와 법무법인 린도 마찬가지다. 2월 통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150명 이상의 변호사가 소속된 대형 로펌으로 거듭났다.

이후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합병을 결정한 직후 법무법인 한결은 판사 출신인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영입하며 송무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린 역시 광장 출신의 이동재 변호사와 세종과 대륙아주에서 근무한 최효종 변호사를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두 로펌 모두 합병을 통해 한국 로펌 순위 10위 이내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한정된 한국의 법조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의 등장 예고는 기존 대형 로펌으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형 로펌들이 사세를 불린 이들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게 하기 위한 답은 결국 ‘인재 영입’으로 맞불을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대형 로펌들도 이들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기 위해 뛰어난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며 전력 보강이 한창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세종이다. 이번에 위어드바이즈에서만 무려 5명의 변호사를 영입했다. 이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이들은 정연아·박준용 변호사다. 두 변호사 모두 ICT업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최고의 실력자들이라는 평가를 받아 온 인물들이다.

정연아 변호사는 네이버에서 사내 변호사로 재직하며 그룹 법무 총괄 임원을 역임하는 등 9년간 법무 업무를 수행한 인물로 ‘1세대 사내 변호사’의 대표 주자다. 플랫폼·디지털 산업과 관련한 규제 대응, 공정 거래 이슈에 다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박준용 변호사는 대형 로펌인 태평양에서 15년 정도 몸담았던 경험이 있다. 특히 방송·통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태평양의 간판 변호사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2020년 위어드바이즈로 옮겼다가 이번에 다시 세종의 일원이 됐다. 두 변호사 모두 ICT 분야에서 세종의 역량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이번 영입으로 위어드바이즈와 세종의 ‘변호사 쟁탈전’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위어드바이즈는 2019년 설립된 새내기 로펌이다. 당시 세종에서 활약하던 김병철·김남훈 변호사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이후 많은 세종 변호사들이 위어드바이즈로 향했다. 김지훈·김지호·이호 변호사, 김무언 외국변호사 등이 세종에서 위어드바이즈로 소속을 옮기 대표적 인물들이다. 반대로 이번에는 세종에서 위어드바이즈 변호사들을 대거 영입해 ‘주고받기’가 이뤄진 모양새가 됐다.
이광선 영입한 율촌, 노동부문 신흥 강자로세종이 위어드바이스의 주축 변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면 법무법인 광장은 ‘세종의 미래’라고 평가받는 ‘젊은 피’ 변호사들을 연이어 수혈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오경원 변호사, 박샛별·김보배 외국변호사가 광장 소속이 됐는데 세 변호사 모두 1990년대생이다.

세종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력을 앞세워 탄탄한 경험을 쌓고 있는 이들을 한 번에 빼앗겨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들 외에도 광장은 광주경찰청장을 역임했던 강인철 변호사, 판사 출신의 성창호·정수진 변호사를 영입한 성과를 냈다.

그런가 하면 조세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법무법인 율촌은 법무법인 지평에서 스타급 변호사들을 영입하며 비교적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노동 부문에서 전력 향상을 이뤄 냈다. 지평은 그동안 노동 부문에서 두각을 보인 대형 로펌이다.

법무법인 지평을 대표하는 노동 전문 이광선 변호사는 이번에 율촌 소속이 됐다. 이 변호사는 지평에서 여러 굵직한 노동 사건을 도맡아 처리하며 노동계에서 지평의 이름을 알려 왔다. 노사관계 부문에서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였다. 이번 영입으로 율촌의 노동그룹의 전력이 크게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평 노동팀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며 굵직한 노동 사건을 수행해 온 구자형 변호사와 산업 안전 보건과 중대 재해 분야를 주로 맡으며 최근 안전보건공단 본부에서 파견 근무한 김동현 변호사도 지평에서 영입했다.

율촌 관계자는 “율촌 노동팀은 인력 보강을 통해 자문과 송무, 국내외 기업과 새로운 노동 이슈까지 두루 강점을 보일 수 있는 프랙티스 그룹으로 나아갈 토대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화우는 태평양 출신의 홍송봉 외국변호사를 영입했다. 그는 한국에서 오랜 기간 국제 중재 및 중국 관련 법률 문제에 전문성을 쌓아 온 인물이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상용차 프로젝트인 사천현대기타유한회사의 설립부터 그 이후 구조 조정·증자 등 일련의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한 주인공이 그다.

홍송봉 변호사는 화우 기업자문그룹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인바운드와 중국으로의 아웃바운드 투자 관련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의 조준형 변호사도 화우로 이직했다. 검사 출신이기도 한 그는 김앤장에서 약 10년간 변호사로 활약했다. 현대·SK·대우 등 주요 대기업의 형사 사건 변론에 관여했다. 삼성전자 법무팀장(부사장)으로 재직하기도 한 그는 올해 화우 소속이 됐다.

잇단 중견 로펌들의 합병으로 10위권 자리를 위협받는 동인도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인은 최근 문성관·윤도근·박노수 부장판사, 박기종 전주지검 군산지청장, 이태일 부장검사, 이자경 검사 등 6명의 전관 변호사를 영입했다.

또 해산 절차를 밟고 있는 부티크 펌 법무법인 경문의 정혁진 대표 변호사를 비롯한 소속 변호사들을 대거 합류시키며 전력을 강화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