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북미시장에 진출하는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 7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은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연구·개발 과제에 500억원을 지원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월 7일 민·관 합동 배터리 동맹(얼라이언스)를 주재하고 '민·관 합동 IRA 이후 배터리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먼저 한국수출입은행(수은)과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는 국내 배터리·소재 기업의 북미 시설 투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향후 5년간 7조원 규모로 대출과 보증을 지원한다.
배터리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출한도 확대, 금리·보험료 인하 등의 금융 우대도 함께 제공한다. 수은은 대출한도 최대 10%포인트 확대, 금리 최대 1.0%포인트 우대 할인을 적용한다. 무보는 보험료를 최대 20% 할인하고, 보증 지원 한도(총사업비 기준)를 최대 20%포인트 늘린다.
한국의 배터리·소재 기업들이 이미 LFP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으며 일부 기업은 생산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500억원 규모 이상의 LFP 배터리 관련 신규 과제를 추진해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IRA 이후 역할이 강화된 소재 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최근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대기업 8→15%·중소기업 16→25%)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소재·광물 가공 기업은 더 큰 투자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
산업부는 광물 가공 기술의 세액공제 인정 범위도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의 배터리 3사는 향후 5년간 1조6000억원을 차세대 배터리에 투자하고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정부도 1500억원 규모의 차세대 배터리 R&D 예타를 통해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에 나선다.
배터리 3사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 합작 또는 단독으로 미국 현지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 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혼다 등과 미국 내 합작 공장을 건립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 주에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원통형 배터리 단독 생산 공장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LFP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 주에 2025년 생산을 목표로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SK온은 조지아 주에서 단독으로 배터리 1·2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켄터키 주(2곳)와 테네시 주(1곳)에 합작 공장을 건립 중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