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파랑새의 지저귐…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2010년대 전성기 달렸지만 페이스북 약진으로 위축…트위터 내부 혼란은 지속 중

[비즈니스 포커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트위터 본사.(사진=연합뉴스)


미국에서 팟캐스트 업체를 운영하던 젊은 사업가 에반 윌리엄스는 2006년 짧은 메시지로 소통하는 메신저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는 비즈 스톤, 잭 도시와 함께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서 착안한 ‘트위터’의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해 3월 22일 잭 도시는 ‘방금 내 트위터를 설정함(Just setting up my twttr)’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의 시작이었다.

2010년대 들어 트위터는 ‘CNN보다 빠른’ 소식 전달로 전성기를 달렸다. 하지만 최근 트위터의 영향력은 예년 같지 않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소셜 미디어 이용자 순위에서 트위터는 7위를 기록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밀린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트위터가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손 대는 것마다 성공해 왔던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얼마만큼 바꿔 놓을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간 트위터가 가져 왔던 정체성이 이제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1. 140문자가 불러온 트위터의 전성기
트위터는 유저의 발언을 ‘트윗(tweet)’이라고 부른다. 이는 ‘새의 지저귐’이라는 뜻이다. 메시지를 140문자로 제한하면서 짧은 글로 빠른 시간 안에 소통이 가능하게 설계했다. 이 때문에 트위터는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상황을 중계하는 것에 특화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트위터의 성장에 불을 붙였다. 2008년 미국에서 트위터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활용돼 당선에 일조했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뉴욕 허드슨강에 여객기가 불시착했다는 소식을 제일 먼저 트위터가 전했다. 이 불시착 소식은 리트윗(재전송) 기능을 통해 퍼져 나갔고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위터가 언론을 대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꽃을 피우는 순간이었다.

이후 트위터는 마이클 잭슨 사망, 인도 뭄바이 대규모 테러, 이란 반정부 시위 등 굵직굵직한 뉴스를 기존 언론 매체들보다 먼저 소개하면서 영향력을 넓혀 갔다.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에 적극적인 한국에서도 트위터의 확산이 시작됐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한국인 최초로 트위터 팔로워 수 100만 유저를 달성해 ‘트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재계에서는 박용만 전 두산 회장이 활발한 활동으로 소탈한 이미지를 구축해 트위터를 잘 활용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리트윗이나 멘션을 통해 유명인들과의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한국에서의 트위터는 소통의 벽을 허무는 매체로 성장해 나갔다.
2. 페이스북과 인스타의 약진, 그리고 트럼프
하지만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장문의 글을 업로드할 수 있는 페이스북이 사용자를 넓혀 갔고 2010년 출시된 인스타그램의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트위터가 가졌던 파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쇼트 플랫폼이 성장했다. 미국 10대는 스냅챗에서 틱톡으로 옮겨 갔다. 트위터가 설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래도 트위터에 남은 사람들이 있다. 트위터는 ‘관계’가 아닌 ‘주제’로 유저들을 모은다. 사용자들의 개인적 이야기나 현실에서의 친분을 이어 가는 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는 조금 다르다. 이 때문에 트위터는 관심사가 같은 유저들이 집결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SNS로 꼽히고 있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상을 타인과 손쉽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트위터다. 대중성을 잃었다지만 케이팝·드라마·클래식·스포츠 등 같은 관심을 가진 ‘덕후’들이 트위터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절대로 뺴놓을 수 없는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2016년 미국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를 활발히 사용하면서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의 활발한 ‘트윗’은 지지자들을 집결시키는 역할을 했다.

미국 대선에서 트위터의 영향력이 입증됐지만 허위 사실을 유포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생겨났다. 한때는 8300만 명의 팔로워를 두고 트위터 세상에서 대통령처럼 군림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트위터에서 ‘영구 정지’를 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패배한 뒤 트위터를 통해 지지자들을 부추겨 미국 연방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대선 패배와 관련해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리고 2022년, 트위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영구 정지를 풀었다. 이는 트위터의 새 주인이 결정한 일이었다.
3. 머스크 품에 안긴 트위터의 결말은
2022년 10월 머스크 CEO는 440억 달러를 들여 트위터를 인수했다. 혁신적인 사업가지만 변덕스러운 면모를 지닌 머스크 CEO의 행태는 트위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두 번의 시도 끝에 트위터를 손에 넣은 머스크 CEO는 적자를 이유로 직원의 절반을 해고했다. 이유는 ‘생산성 향상’이다. 트위터는 최근 10년 중 8년이 적자일 정도로 재무 사정이 좋지는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 CEO는 남은 직원들에게도 생산성의 최대치를 주문하고 있다. 여기에 유료 구독 서비스 ‘트위터 블루’의 가격을 올리는 등 수익 향상에도 몰두하고 있다.

머스크 CEO의 이러한 행태는 트위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대규모 정리 해고로 인해 엔지니어들이 이탈하면서 트위터의 보안 기능에 결함이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동시에 유력 언론사들의 계정을 정지시키면서 머스크 CEO는 사유 재산처럼 트위터를 대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혼란은 이용자들의 탈퇴로 이어지고 있다. 재스민 앰버그 인사이더 인텔리전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혐오 발언 콘텐츠 등의 확산으로 좌절감을 느끼며 내년부터 플랫폼을 떠날 것”이라며 2024년까지 3200만 명이 트위터를 이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머스크 CEO는 뛰어난 사업가다. 그가 트위터 인수를 통해 그리는 큰 그림이 있을 것이다. 최근 머스크 CEO의 행동과 발언에서 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4월 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직원들에게 ‘트위터 2.0’에 대해 설명하며 기업 가치를 10배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트위터 2.0’은 암호화 다이렉트 메시지, 장문 트윗, 지급 기능 등이 포함된 것으로, 머스크 CEO는 트위터를 ‘모든 것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진화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위터를 활용해 머스크 CEO가 디지털 뱅킹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구상을 담은 것이 슈퍼 앱 ‘X’다. 4월 11일(현지시간) 머스크 CEO는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별다른 부연설명 없이 ‘X’라고 트윗했다. 이는 과거 머스크 CEO가 “트위터 인수는 모든 것의 앱인 ‘X’를 만들어 내는 촉진제”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슈퍼 앱 ‘X’ 안에 트위터와 지급 결제 기능 등 모든 기능을 넣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의 파랑새 로고를 도지코인의 시바견으로 바꿨다가 8일 만에 다시 파랑새로 교체한 바 있다. 기업의 상징인 로고를 ‘잠시나마’ 바꿨다는 점에서 머스크 CEO가 그리는 트위터의 미래는 분명 과거와는 크게 달라 보인다. 이 과정에서 ‘파워 트위터리안’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머스크 CEO는 신경 쓰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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