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내 멘탈 잡아줄 좋은 동료의 세 가지 조건[김한솔의 경영 전략]
입력 2023-04-20 08:21:16
수정 2023-04-20 08:21:16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쌍둥이’를 동료로 만들어야
멘토로 삼을 ‘롤모델’을 갖는 것도 중요해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힘든 일이 참 많다. 자기가 하기 힘든 일이 주어질 때, 여러 가지 일이 한 번에 떨어질 때, 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이 심할 때 등 업무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일로도 힘든데 ‘사람’ 때문에 지칠 때도 있다.
주변 사람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의도를 오해해 나쁜 소문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흔들릴 수밖에 없는 멘탈을 잡는 노력이다.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게 스스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개인이 모든 짐을 지는 것은 좀 가혹하다. 이때 필요한 게 ‘동료’다. 주변에 자신의 멘탈을 함께 챙겨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멘탈 관리를 도와줄 동료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을 소개한다.기업들이 동기 문화를 갖고 있는 이유가장 먼저 찾아볼 사람은 ‘쌍둥이’다. 말 그대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그래서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주변 사람을 만들자.
문제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은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가장 적합한 상대라는 뜻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동기 문화를 갖고 있는지 모른다. 힘들 때 서로 의지하며 술 한잔 나누기 가장 만만한 대상이니까.
혹시 입사 동기가 없어 막막한가. 중요한 것은 입사 시기가 아니다. 자신이 리더 때문에 자꾸 멘탈이 흔들린다면 다른 팀 다른 리더 밑에서 고생하는 사람이 자신의 ‘쌍둥이’가 돼 줄 수 있다. 이렇게 비슷한 고민을 서로 공유하며 한바탕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정서 관리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게 해결은 아니다. 그래서 다른 차원의 동료도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찾아봐야 할 둘째 사람은 ‘롤모델’이다.
말 그대로 자신이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이다. 업무적으로 탁월한 전문성을 갖고 있어 배울 게 많은 사람, 상위 리더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스트레스가 덜한 동료가 있다면 그가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을 배워 보자. 이를 통해 자신의 역량이 높아지면 멘탈이 흔들릴 위기 상황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회사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많다. 배우기는커녕 ‘따라 하면 안 되는 행동’만 골라 하는 사람밖에 없다는 슬픈 얘기도 한다. 주변에서 롤모델 찾기, 정말 이상적인 얘기일까.
자신이 환경을 바꿀 수는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은 환경을 보는 자신의 시각이다. 모든 것을 따라 할 만한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한 부분’을 배울 만한 사람은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회의 때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지만 주변에 독설을 날리며 분위기를 무겁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에게선 문제를 발견하는 시각을 배울 수 있다. 일 하나 부탁하면 정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긴 하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속 터지게 하는 동료도 있다.
이 사람에겐 꼼꼼함을 따라 하면 어떨까. 롤모델을 한 명의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고 개별 역량으로 바라보자. 그럼 A 선배의 태도에서, B 동료의 업무 스킬에서, C 후배의 업무 지식에서 분명 배울 게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취사선택하면 된다.
완전하게 갖춰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도 재밌다. 하지만 아이들이 완성된 장난감보다 훨씬 더 오래,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곳이 있다. 바로 모래밭이다. 이유는 모래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갖춰진 롤모델이 있다면 그를 따라가면 된다. 아쉽게도 자기 주변에 그런 존재가 없다면 자신이 한 번 만들어 보자. 여러 사람이 가진 각각의 장점을 조합해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신이 누군가의 완성된 롤모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동료의 피드백은 좋은 예방 주사
속사정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쌍둥이와 자신이 배울 점을 갖고 있는 롤모델을 찾아 이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멘탈이 조금은 덜 흔들릴 수 있다.
속이 후련해지기도 하고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명만 더 있으면 금상첨화다.
마지막 셋째 사람은 자신의 ‘거울’이 돼 주는 사람이다. 일을 하다 보면 업무에 빠져 지금 자기가 어떤 수준까지 하고 있는지, 감정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놓칠 때가 많다. 이때 자신의 감정 상태나 현재 업무 현황 등을 제대로 비춰 줄 수 있는 사람이 거울같은 사람이다. 쉽게 얘기하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동료다.
가뜩이나 일하느라 힘든데 옆에서 위로해 주기는커녕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 멘탈 관리에 왜 도움이 될까. ‘진짜 문제’로 커지기 전에 예방이나 대비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신규 프로젝트를 맡아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기도 한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일에도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시간은 흐르고 일은 잘 마무리된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인데 어떤 경우엔 자신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돌기도 한다.
감정 기복이 심한 것 같다느니 동료는 배려하지 않고 본인 일만 생각한다는 식이다. 이때 만약 문제가 커지기 전 자기 옆에서 자신의 상태를 거울처럼 비춰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최근 업무가 많아 이해는 되지만 사람들을 대하는 게 평소와 달라요”라고 말해 줄 수 있다. 일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에 대한 개선점을 얻을 수 있다. 이게 자기 주변에 거울같은 동료가 필요한 이유다. 동료의 피드백을 통해 예방 주사를 맞는 셈이다.
자기 주변에 거울처럼 비춰 주는 동료가 있는가. 만약 마땅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용기를 갖고 요청해 보자. 자신이 평소와 다른 모습이 있거나 주변 동료들이 보기에 불편한 행동을 할 때 혹은 업무적으로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가감없이 얘기해 달라고 부탁하자.
물론 좋지 않은 피드백을 들으면 유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를 지적이 아닌 개선 방향 제시라고 받아들이면 어떨까. 학업 성적을 높이기 위해 시험이라는 게 필요하듯이 자신의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해 피드백을 받는 시도가 중요하다.
‘유리 멘탈’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흔들리는 사람을 일컫는 부정적 느낌의 단어다. 그런데 자신의 멘탈이 유리처럼 투명한 게 꼭 나쁜 것일까.
중요한 것은 그 유리가 ‘어떤 유리’인가다. 강화 유리는 수십 명이 그 위를 걸어도 깨지지 않는다. 자동차의 유리는 깨져도 상처를 최소화하도록 날카롭게 깨지지 않는다. 자신의 멘탈이 유리 멘탈이라고 자조하기보다 어떤 유리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면 어떨까. 자기 주변의 동료를 활용하면서 말이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