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저격수' 일론 머스크의 AI 참전 선언...오픈AI 대항마 만든다

"무분별한 AI 개발은 인류에 큰 위험" 경고 해온 일론 머스크
네바다주에 X.AI 스타트업 설립, AI연구자들과 투자자 모집 중

사진=연합ㄴㅠ스


테슬라와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미국 네바다주에 새로운 스타트업인 '엑스닷에이아이'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16일 네바다 주정부 서류를 통해 머스크가 지난 3월 그의 가족 재산 관리인인 재러드 버챌과 함께 새로운 스타트업의 법인을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이 서류에는 두 사람의 이름만 기재돼 있을 뿐, 회사의 목적은 설명돼 있지 않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챗GPT를 개발해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픈AI에 맞서기 위한 인공지능(AI) 개발 회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머스크는 자신이 이끄는 기업들의 사명에 X라는 브랜드를 종종 사용해 왔다. 스페이스X가 대표적이다.

오픈AI의 공동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는 그 동안 ‘챗GPT 저격수’ 역할을 도맡아 왔다. 머스크는 2015년 오픈AI 설립 당시 샘 올트먼 현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10여 명의 공동 창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2018년 오픈AI가 비영리 단체에서 영리 단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사회를 떠났고 현재는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머스크는 그 동안 챗GPT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AI 챗봇의 한계와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지난 3월에는 스티브 워즈니악을 비롯한 업계 리더들과 함께 강력한 성능의 인공지능 개발을 6개월 멈추자는 내용의 공개서한에 서명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자동차, 비행기, 의약품 등이 표준 안전 규제가 있는 반면 AI는 아직 개발을 규제하는 규칙이나 규정이 없다”며 "AI가 자동차, 비행기, 의약품 등보다 사회에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AI의 안정성과 관련한 명확한 규범이 생성될 때까지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개발을 늦추자는 것이다.

머스크는 현재 이번에 설립된 AI스타트업을 위해 AI연구자들과 엔지니어들을 모집하는 한편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투자자들과 접촉해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WSJ는 머스크가 알파벳(구글 모회사) 산하의 AI 기업인 딥마인드에서 퇴사한 연구원 이고르 바부슈킨을 최근 영입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로부터 오픈 AI의 챗GPT와 같은 고성능 컴퓨팅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그래픽 처리장치(GPU) 수천 개를 이미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AI 개발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해 왔던 머스크의 최근 행보가 오픈AI의 빠른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언론플레이였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기자동차 이후 로봇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머스크로서는 로봇 사업에 필수적인 생성형 AI 개발에 뒤쳐지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의도가 무엇이었든 그 동안 ‘무분별한 AI 개발’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쏟아냈던 머스크가 입장을 바꿔 AI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전을 선언하면서,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한 AI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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