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감축 기지 된 편의점…피크타임 수요 조절 참여

케이스스터디 - BGF리테일

[ESG 리뷰]


(사진설명) BGF리테일 한국외국어대학교점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매장의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사진=서범세 기자

3월 17일 방문한 CU 한국외국어대학교점(CU외대점)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여느 편의점과 다르지 않았다. 편의점 내부 밝기나 상품 진열, 직원의 응대까지 일반 편의점과 같았다. 그런데 이 매장은 자동 전력 감축 체계인 오토 DR(auto DR)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CU외대점은 지능형 전력 계량 시스템인 AMI 계량기를 설치하고 자동 센서가 부착된 특수 조명을 달았다. 이를 통해 전력거래소의 전력 수요 감축 명령이 발령되면 최대 밝기 대비 30%까지 매장의 조명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편의점이 전력 감축 기지가 된 셈이다.

실제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매장 내 조도를 전력 수요 감축 명령이 떨어진 상태처럼 7단계부터 10단계까지 조절해 볼 수 있었다. 조도를 조절해도 충분히 밝기 때문에 차이를 크게 못 느낄 정도였다. 매장 영업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CU외대점은 6월께 냉장 집기에도 자동 센서를 부착해 정해진 최적 온도 내에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박채영 BGF리테일 수석은 “편의점으로서는 매장 운영에 피해를 보지 않으면서 전기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고 전력 감축량에 따라 인센티브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자동 수요 반응, 오토DR
DR은 수요 반응 혹은 수요 관리(Demand Response)의 준말로, 전기 소비자가 전력거래소에 수요 조절을 요청하면 전력량을 조절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전력거래소는 2021년 9월부터 공장 등 대형 사업자뿐만 아니라 주택, 소형 점포, 아파트 개별 가구 등 소규모 전기 이용자도 아낀 전기를 전력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DR 제도인 국민 DR, ‘에너지 쉼표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 DR은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기존의 대형 공장 위주의 DR을 국민도 체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전력 사용을 줄이면 조 단위 비용이 들어가는 발전소를 더 짓지 않아도 되고 에너지 소비에 대한 경각심도 생길 것이다.

DR은 보통 전력 수급 비상시나 봄가을 미세먼지가 심한 날 석탄 발전량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발령한다. 오토 DR은 전력 설비를 원격 조정할 수 있는 통합 서버로, 조도와 온도를 자동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즉 예전에는 직접 직원이 수동으로 조절해야 했지만 오토 DR은 자동으로 조절하므로 편리하고 참여 포기율도 낮아진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수동 반응 대비 자동 반응의 감축 성공률은 6.1%포인트 상승했고(51.9%→58.0%), 1인당 감축량은 27%(145Wh→184Wh) 증가했다. 점포도 전력 수요 조절에 참여하면 그 양을 산정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오토 DR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따라 진행된다. 국민 DR 제도의 수요 감축 요청은 실제 감축 시각 30분에서 1시간 전에 발령된다. 이를 수요 관리 사업자인 파란에너지가 앱을 통해 참여 고객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 기기 사업자인 메를로랩이 서버를 통해 참여자의 전력 설비를 원격으로 조정한다. 조명이나 냉장 집기 등 칩이 부착된 스마트 기기는 전력 사용의 효율화를 위한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가전처럼 기능한다.

센서 부착형 스마트 기기 사업자인 신소봉 메를로랩 대표는 “무선 기술과 스마트 조명을 개발하는 IoT 전문 기업인데,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이 에너지 쪽에서 수요가 있어 전력거래소와 협력하게 됐다”며 “전자 기기를 한 번에 2000개까지 연결할 수 있어 전자 기기가 많은 대형 매장에서도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 관리 사업자인 김성철 파란에너지 대표는 “전력거래소와 협력하는 수요 관리 사업자로서 참여하게 됐고 전력거래소에서 요청하면 앱을 통해 발령한다”고 설명했다.


조명만 바꿔도 전력 감축
BGF리테일은 오토 DR 실증 사업에 상업 시설로서는 처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LH주택 등에서 시범적으로 행해지던 오토 DR 사업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친근한 편의점으로 확장된 것이다. 상업 시설은 주택에 비해 전력 사용량이 많은 데다 전기요금 부담도 커 전력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재룡 한국거래소 스마트그리드실 기술사업팀 팀장은 “편의점은 24시간 운영되므로 주야간에 전력을 감축할 수 있고 조명이나 냉장 집기 등 전력 설비를 규격화해 한 점포에서 실증된 효과가 다른 점포에서도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잠재력 높은 업종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채영 수석은 “BGF리테일은 전력 감축 필요성에 공감한 경영진의 적극적 노력으로 기존 DR 사업에도 이미 참여하고 있었고 오토 DR 사업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CU외대점은 이미 초기부터 국민 DR에 참여 중인 점포로, 국민 DR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매장이다. CU외대점이 가장 먼저 오토 DR에 참여하게 된 것은 기존 조명 규격이 새로운 조명을 설치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오토 DR에 참여하려면 조명과 계량기 교체가 필수이므로 초기 투자비용이 들지만 전력 감축으로 인한 인센티브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BGF리테일은 환경부 지정 녹색 매장인 CU서초그린점·CU장안관광호텔점·CU한양행원파크점·CU경기대학교점을 포함해 총 5개 직영 점포에서 실증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으로 가맹점주에게도 오토 DR 참여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안내하며 가맹점의 참여를 도울 예정이다.

실제로 CU외대점 매장이 기존 DR에 참여했을 때와 2월 25일 오토 DR에 참여했을 때 감축량을 앱으로 비교해 보니 평균 감축량이 1kWh가 되지 않는 것에서 오토 DR에 참여한 2월 25일 이후부터 하루 2.0kWh가 감축된 것을 알 수 있었다. BGF리테일 측은 점포 집계를 통해 2월 25일 이후 감축 실적이 4배 이상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오토 DR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인센티브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점포가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는 감축량 kWh당 1000원이다. 전력거래소의 인센티브는 1300~1500원인데, 수요 관리 사업자가 300원 정도를 가져가고 나머지 1000원을 소비자가 가져가는 구조다. 오토 DR에 참여한 가맹점에서 전력 소비를 줄이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맹본부인 BGF리테일 본사도 가맹점 상생 측면에서 이를 적극 알리고 있다. BGF리테일의 선례를 보고 다른 상업 시설도 오토 DR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시범 사례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최민건 BGF리테일 ESG팀장은 “기존 CU의 11개 점포가 DR에 참여해 연간 464kWh의 전기를 아낄 수 있었다”고 말하며 “계산해 보면 한 점포당 감축량이 27kWh 정도 되는데 앞으로 CU의 전 점포인 1만7000곳이 오토 DR에 참여하면 전력량 소비 감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정부 정책에 적극 참여하고 전력 감축과 관련해 맡은 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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