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기기변경처럼?" 트렌비, '명품 셔플'로 적자 늪 벗어날까[최수진의 패션채널]

사용 중인 가방, 다른 가방으로 교체하는 '셔플' 서비스 운영

트렌비가 사용 중인 가방을 새로운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셔플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트렌비 홈페이지)
명품의 인기가 식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국내 명품관과 명품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거죠. 코로나19 보복소비의 수혜를 누린 백화점은 명품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고, 비대면 소비를 강점으로 내세워 고객을 모았던 이커머스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화점만 가도 달라진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1년 전 이맘때, 백화점을 가면 명품관 대기는 기본 30~40분이었습니다. 인기가 많아 대기표도 못 받는 샤넬은 제외하고요. 이것도 평일 오후 기준이고요, 주말에 가면 1시간을 기다릴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같은 지점의 같은 매장을 갔는데 10분 정도 대기했을까요? 들어오라더군요. 요즘은 가격 인상 소식이 들리지 않는 이상 그리 오래 대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백화점의 분위기가 이런데 온라인 플랫폼은 더하겠죠. 그래서 트렌비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최근 '셔플'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고객이 명품을 가지고 있으면 그걸 다른 상품으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합니다. 중고도 괜찮고, 새 상품도 괜찮다고 하고요.

예를 들어, 트렌비 앱에서 소유하고 있는 가방의 견적을 받았더니 100만원이라는 견적가가 나왔습니다. 내가 가지고 싶은 가방이 100만원보다 비싸다면 차액을 지불하면 되고요, 저렴하다면 남은 돈은 돌려받는 방식입니다. 명품을 환승하는 거죠.

우리가 익히 아는 스마트폰 기기변경 방법이 떠오릅니다. 지금 가진 기기의 중고 시세를 따진 다음에, 새로운 기기를 구매할 때 기기를 반납하면 그만큼의 가격을 낮춰주는 방식. 아마 다들 한 번쯤 이용해 본 적이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트렌비가 이런 제품 교환 시스템을 명품에도 적용한다는 거죠. 트렌비 측은 플랫폼이 가진 테크 역량을 적극 활용해 고객들이 원하는 방식의 명품 이용 서비스를 꾸준히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고객의 이용률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결정입니다. 트렌비는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거든요. 지난해 트렌비는 매출 882억원에 영업적자 20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적자 규모는 2021년(310억원)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매출은 줄어들고 있고요.

앱 사용자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앱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이 발표한 '명품 커머스 사용자 수치'에 따르면 트렌비의 사용자 수는 지난해 1월 48만명에서 올해 1월 34만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셔플'은 고객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장롱에 넣어두고 안 쓰는 명품을 꺼내서 지금 사고 싶은 걸로 교환할 수 있다는데, 나쁠 건 없잖아요? 아, 교환할 상품이 '진품'이라는 게 보장이 된다면 말이죠.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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