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도 넘지 못하는 국가별 커피 강자들…팀홀튼·글로리아진스·코스타

[비즈니스 포커스]
최근 한국 커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캐나다의 팀홀튼이다. 올해 하반기 한국에 처음 매장을 열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팀홀튼이 캐나다에서 스타벅스를 누르고 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많은 소비자들이 팀홀튼의 커피 맛을 궁금해한다. 팀홀튼이 한국의 커피 시장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인의 스타벅스 사랑은 유별나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매장 수부터 압도적이다. 미국 스타벅스의 2022년 연간 보고서를 봐도 나타난다.

한국에서 운영 중인 스타벅스 점포 수는 1750개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 중에서 미국(6608개) 다음으로 많고 전 세계 스타벅스 점포의 10%가 좁은 한국에 분포하고 있다.

중남미 전역에 분포한 스타벅스 수 보다 한국에서 운영 중인 점포 수가 더 많다.

이처럼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인기를 끄는 것은 ‘공간을 판매한다’는 스타벅스의 경영 철학과 함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결과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이 같은 전략이 모든 국가에서 먹혀든 것은 아니다. 특히 현지 시장에 진출해 한국보다 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각 스타벅스가 힘을 쓰지 못하는 곳들도 수두룩하다. 팀홀튼을 보유한 캐나다를 비롯해 영국·이탈리아·베트남·호주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캐나다는 스타벅스가 큰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략에 실패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충성 고객’을 갖고 있는 커피 체인인 팀홀튼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 수만 보더라도 현지에서 이 브랜드의 위상이 어떤지 엿볼 수 있다.팀홀튼의 한국 진출이 주목받는 이유현재 팀홀튼은 캐나다 전역에서 3500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반면 스타벅스 매장은 470여 개에 불과하다. 스타벅스의 공세 속에서도 캐나다인에 입맛을 사로잡으며 현지 커피 시장의 부동의 1위를 지켜 내고 있다.

스타벅스는 한국보다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캐나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무료 리필’이라는 제도를 예로 들 수 있다. 캐나다에서 스타벅스는 멤버십 카드로 음료를 구매한 고객에게 무료로 커피를 리필해 준다. 팀홀튼이라는 현지 커피 시장의 강자를 뛰어넘기 위해 꺼내든 파격 정책이다.

하지만 여전히 스타벅스는 팀홀튼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 캐나다인들의 자국 커피 브랜드에 대한 강한 애정이 꼽힌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현재 팀홀튼은 캐나다 회사가 아니다.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을 보유한 브라질계 사모펀드 3G캐피털이 2014년 팀홀튼을 125억 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여전히 충성도가 높은 데는 이유가 있다. 팀홀튼이 지금은 작고한 캐나다의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스타 팀홀튼이 자신의 이름을 따 직접 론칭한 브랜드다. 이런 이유 하나만으로도 캐나다인들은 팀홀튼 커피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을 내세우는 점도 팀홀튼이 1위인 이유로 지목된다. 커피를 마신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자동차와 TV 등을 주는 이벤트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 들어오기 전이지만 벌써부터 팀홀튼이 한국 시장에서 어떤 마케팅 전략을 펼칠지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커피를 즐겨 찾는 영국에서도 스타벅스는 고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스타벅스가 론칭한 해인 1971년 함께 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영국의 커피 브랜드 ‘코스타 커피’에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영국에선 코스타 커피가 최고코스타 커피는 영국에서 27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스타벅스 점포 수(약 840개) 보다 세 배나 규모가 크다.

영국에서 코스타 커피는 길모퉁이·지하철역·주유소 등을 막론하고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커피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코스타 커피를 ‘영국의 스타벅스’라고 부르는 이유다.

스타벅스에 앞서 일찌감치 영국 시장을 선점하며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스타벅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다.

전 세계 32개국에 4000여 개의 매장을 보유 중이다. 참고로 스타벅스의 글로벌 매장 수는 1만7500여 개다. 아직 스타벅스를 따라잡으려면 갈 길이 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타벅스의 뒤를 맹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미국의 코카콜라가 코스타 커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51억 달러를 들여 이 회사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타 커피는 코카콜라에 인수된 이후 유럽 전역을 비롯해 중국 등으로 영토를 넓히며 글로벌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했다.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코카콜라를 등에 업고 머지않아 한국 시장에서도 코스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커피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 시장은 스타벅스가 최근 들어 공을 들이는 시장이다. 하지만 상황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탈리아는 작은 커피 전문점들이 많다. 따라서 커피 시장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사실상 라바짜와 일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18년 밀라노에 첫 매장을 열고 이탈리아에 진출했지만 현재까지 매장 수는 20여 개에 불과하다. 특히 이탈리아는 에스프레소를 고집하는 성향이 강하고 스타벅스처럼 앉아서 커피를 즐기기보다 바와 같은 형식으로 서서 짧게 마시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앞으로도 현지에서 사세를 늘려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에서 해프닝도 벌어졌다. 스타벅스가 현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올리브오일이 들어간 신메뉴 올레아토(Oleato)를 개발해 판매했는데 해당 제품이 복통을 일으킨다는 민원이 쏟아지며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스타벅스가 ‘난공불락’인 국가들이 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베트남과 호주만큼은 예외다.

베트남은 브라질과 함께 전 세계에서 커피 생산이 가장 많은 국가다. 현지인들은 일상에서 특유의 향이 강하거나 연유를 타 마시는 ‘베트남 스타일’의 커피를 주로 즐긴다. 이런 이유로 2002년 1호점을 연 ‘하이랜드커피’가 베트남에서 스타벅스를 압도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약 30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2003년 베트남에 진출한 스타벅스의 매장 수는 70개 정도다.

호주에서는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호주는 단일화된 점포의 매장보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커피숍을 즐겨 찾는 카페 문화가 형성돼 있다. 특히 동네 곳곳마다 저마다의 특색을 갖춘 작은 규모의 카페가 많은데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이런 호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모양의 대형 점포로 승부수를 던진 스타벅스는 결국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스타벅스는 호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만 인기가 좋은 커피숍으로 전락했다. 한때 90여 개까지 점포 수를 늘렸지만 현재는 약 10개의 점포만 유지하며 명맥만 이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벅스는 실패했지만 물론 호주에도 잘되는 커피 체인은 존재한다. 현지인들의 문화와 니즈를 잘 파악한 메뉴들을 앞세운 ‘글로리아 진스’와 ‘더 커피클럽’이 호주 전역에 수백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현지 최강자의 자리를 놓고 싸우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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