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ETF’ 다이렉트 인덱싱 뭐길래

[비즈포커스]



투자자가 직접 주식 포트폴리오를 설계해 투자하고 관리할 수 있는 ‘다이렉트 인덱싱(직접 조합 ETF)’ 서비스가 등장했다.

‘나만의 ETF’로 불리는 다이렉트 인덱싱은 기존의 인덱스를 토대로 개인의 선호를 반영해 맞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를 고객들의 계좌 내에서 개별 주식 단위로 직접 운용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가 가지고 있던 각종 제약 사항과 단점을 보완하며 훨씬 저렴한 비용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 운용을 가능하게 해 ‘자산 관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라는 얘기도 나온다.선택된 바구니에서 선택한 바구니로“은행주에 관심이 있다면 보통은 개별 종목을 사거나 은행 ETF를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A종목은 넣고 싶지 않은 분들도 있을 거예요. B종목은 비율을 높이고 싶을 수도 있고요. 이럴 때 다이렉트 인덱싱이 유효합니다.”

최근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에 뛰어든 KB증권의 한 관계자는 해당 상품을 이같이 소개했다. 그동안의 패시브 투자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지수를 추종하는 ETF나 인덱스 펀드를 매수해 간접 투자하는 것이었다면 다이렉트 인덱싱은 개인별로 맞춤화한 지수(index)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직접(direct)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KB자산운용·KB증권·NH투자증권이 앞다퉈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KB자산운용과 KB증권은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위한 상품 개발을 끝내고 4월 말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한국 종목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연내 해외 종목까지 자유롭게 담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2022년 7월 자산운용사인 두물머리에서 국내 최초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인 '테일러'를 선보인 이후 NH투자증권이 올해 2월 한국에서 증권사 최초로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화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도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증권사·운용사들이 앞다퉈 다이렉트 인덱싱에 주목하는 것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자신만의 테마 ETF를 개발할 수 있고 취향에 맞게 특정 종목을 빼거나 더할 수도 있다.

예컨대 코스피200 종목 중 삼성전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투자자의 선택은 두 개였다. 해당 지수 그대로 투자하거나 종목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아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다이렉트 인덱싱을 활용하면 자기 마음대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만약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종목만 담아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다면 환경 오염 회사나 담배 회사를 포트폴리오에서 제거하고 ESG 점수가 높은 기업들의 비율을 높여도 된다. 2차전지주가 너무 올라 투자하기 부담스럽다면 2차전지 종목만 빼서 친환경 테마 ETF에 투자할 수도 있다. 기존 ETF에서는 불가했던 일이다.

테마형·액티브 ETF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ETF가 출시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ETF는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투자자는 운용사가 제공하는 ETF에 투자해야 하고 상장된 ETF 중에서 투자자가 원하는 ETF가 없을 수도 있고 설령 유사한 ETF가 상장돼 있더라도 거래량이 적은 ETF도 많기 때문이다.


개인화된 포트폴리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신만의 ETF를 담는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이 향후 ETF 등의 패시브 상품을 일부 대체하며 시장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글로벌 다이렉트 인덱싱의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5000억 달러다. 하지만 최근 3개년 연평균 상승률이 53%에 달하며 2025년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성장이 예상된다. ETF 시장 규모가 8조 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은 작은 규모이지만 빠른 성장이다.

주윤신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연구원은 “이전까지는 니치마켓으로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기술 발전 등에 힘입어 고객층이 확대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의 증가로 직접 투자가 대중화되며 펀드와 ETF 상품 등을 대체해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이렉트 인덱싱의 시발점은 절세였다. 지수 추종 포트폴리오 내 특정 종목 매매를 통해 손익을 통산하거나 이월해 세금을 절감한 것이다. 이에 기관과 초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절세 관리 목적의 수요가 많았다. 매입하는 데 100만 달러 이상의 상당한 투자가 필요했을 정도다.

현재는 절세 외에도 ESG 투자, 팩터 투자, 투자자 개인이 종사하는 산업군을 배제한 투자 등 다양한 목적으로 다이렉트 인덱싱이 활용되며 접근성이 높아졌다. 과거에는 거래 수수료가 비싸고 지수 추종에 필요한 최소 금액 규모가 크다 보니 고액 자산가만이 이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증권사들의 수수료 경쟁과 소수점 거래 도입 등으로 소액 투자자도 다이렉트 인덱싱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IT의 발전 또한 고도화된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 주체별 맞춤형 지수를 산출하거나 투자 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관투자가 중에서도 일부 연기금이나 대형 보험사만이 자신에게 맞춤화된 지수를 산출하고 이에 따라 운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기술과 거래 자동화로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결국은 분산 투자, 만능은 아냐”

미국에서는 이미 주요 금융 투자사들이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초로 인덱스 펀드를 출시한 자산 운용사인 뱅가드는 46년 역사상 최초로 지난해 7월 세금 관리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 업체 저스트인베스트를 인수했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 또한 2020년 11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업체인 아페리오를 인수하며 개인 맞춤형 시장 선점에 나섰다. 패시브 시장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모간스탠리도 미국에서 가장 오랜 기간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해 온 파라메트릭의 모기업을 인수하며 블랙록과 뱅가드가 양분한 패시브 시장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월가에선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 규모가 기존 상장 ETF 규모와 비슷해질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내놓는다. 증권거래세 폐지, 소수점 거래 활성화 등으로 다이렉트 인덱싱 비용이 더 낮아지면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다이렉트 인덱싱 투자에 앞서 고려해야 할 부분도 있다. 단기·위험 투자 성향이 강한 경우라면 다이렉트 인덱싱 투자에서 큰 효과를 볼 가능성이 낮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가 직접 운용을 지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도한 위험을 추구하는 등 본래 예상했던 기대와 다른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다이렉트 인덱싱이 반드시 시장 수익률을 초과할 수 있는 만능의 투자 방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자산의 규모와 상관없이 투자자로 하여금 분산된 포트폴리오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패시브 투자 방식으로 불필요한 거래를 최소화할 수 있어 개인 투자자의 고질적인 투자 행태를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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