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아디다스'의 배신, 환경호르몬 검출 …"입고 운동했는데" [최수진의 패션채널]

나이키 포함 8개 스포츠 브랜드, 기준치 40배 달하는 환경호르몬 검출

나이키 등 일부 스포츠 브랜드에서 기준치 40배에 달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 (사진=연합뉴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요즘,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웰빙(well-being),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을 합쳐 건강한 삶을 산다는 뜻의 '웰니스'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죠. 갓생(신처럼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을 꿈꾸는 MZ세대 사이에서는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진 지 오래고요.

운동하는 사람들, 보통 무슨 옷을 입나요? 접근성이 좋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닐까 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나이키, 독일의 아디다스 등이겠죠. 매장이 많은 것도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 같고,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이들의 제품을 신뢰하기 때문일 겁니다.

대중적인 스포츠 브랜드지만 그 가치는 명품 못지않습니다. 영국 컨설팅회사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22년 패션 시장 브랜드 가치 순위'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키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의류 브랜드라는 의미입니다. 심지어, 2위에 오른 프랑스 브랜드 루이비통, 3위 이탈리아의 구찌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인데요. 아디다스는 4위인 샤넬 뒤를 이어 5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브랜드 제품에서 과다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천식, 심혈관 질환 및 비만 등에 원인이 되는 화학물질 '비스페놀A(BPA)'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BPA가 인체에 노출되면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해 심할 경우 당뇨병, 암 등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 CEH(Center for Environmental Health)가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BPA에 대해 조사한 결과, △나이키 △아디다스 △파다고니아 등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설정한 기준치 3㎍(마이크로그램, 1㎍은 100만분의 1g) 대비 최대 40배에 달하는 BPA가 검출됐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브랜드는 앞서 언급한 3개 회사 외에도 △애슬레타 △챔피온 △콜스 △스위티 베티 △패블리틱스 등 총 8개입니다. 이들의 레깅스, 스포츠 브라, 운동용 셔츠, 반바지 등 다양한 제품에서 BPA가 나왔습니다.

CNN은 "BPA는 며칠 내에 신체에서 제거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BPA에 노출될 경우는 우려해야 한다"고 전했는데요.

다만, 브랜드 측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요. 애슬레타 대변인은 CNN에 "인증된 비콥(B-Corp, 친환경 기업)인 애슬레타는 모든 제품이 안전 기준에 맞게 만들어지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며 "CEH 주장은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나머지 브랜드는 이와 관련해 CNN에 별도의 입장을 주지 않았다고 하고요.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BPA 검출과 관련한 입장문은 보이지 않네요.

패션 브랜드 가치 1위의 배신인 거죠. 땀을 흘리면 BPA가 더 쉽게 피부에 노출이 된다고 하는데, 보통 스포츠 브랜드는 운동할 때 많이 입죠. 나이키, 아디다스 등을 믿고 구매한 고객들은 어쩌나요? 한두 푼도 아닌데, 옷장에 있는 모든 옷을 꺼내 버릴 수도 없고.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작은 사건 하나가 불씨가 돼 브랜드를 살리기도 하고, 망가뜨리기도 하는 요즘 같은 시대. 이 사건은 어떻게 작용할지도 궁금합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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