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핵전쟁 대비해 만든 초호화 벙커 실체 드러나

미 매체 인사이더, 지하 벙커 도면 등 입수해 공개

호화 별장과 지하 벙커로 들어가는 두 개의 입구가 언덕 아래에 위치한 모습 / 사진=FBK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전쟁을 대비해 은신처로 만든 지하 벙커들 중 한 곳의 내부 구조가 공개됐다.

미국 경제 매체 인사이더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 휴양 도시인 켈렌지크에 위치한 푸틴의 지하 벙커에 대한 도면 등 건축 계획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흑해 벙커’라고 불리는 이 시설은 험준한 절벽에 위치했다. 두 개의 터널과 입구와 제3의 입구를 갖고 있다.

두 개의 터널은 튼튼하고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로 지어졌다. 충분한 담수와 환기 시설, 광범위한 케이블망 등 러시아 수뇌부가 며칠 또는 몇 주까지도 머물 수 있을 만큼 생존에 필요한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호화 별장의 모습. 사진=FBK


내부에는 라운지, 아이스 링크 등 초호화 시설들이 구비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FBK


특히 인사이더는 벙커의 내부가 와인 저장고와 카지노, 스트리퍼 폴이 있는 라운지, 수목원, 푸틴이 즐기는 아이스 하키 링크 등 각종 호화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반체제 인사로 현재 수감 중에 있는 알렉세이 나발니가 이끄는 반부패재단(FBK)의 조사에 따르면 별장의 규모만 약 1만7600㎡에 달한다.

흑해 벙커의 도면 등 계획서를 검토한 건축 엔지니어 테디우스 가브리셰프스키는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이 터널들은 모든 종류와 안전과 보안을 갖췄다. 소방과 급수, 하수 시설이 있다. 이건 누군가가 살아남거나 나중에 탈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이더는 모든 핵보유국의 지도자들은 극단적인 비상 사태(핵전쟁)에 대비해 비상 대피 계획을 세운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과 버지니아의 웨더산 아래 비상 벙커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흑해 벙커는 미국의 시설과 달리 민간 자금으로 운영됐고 여전히 민간 소유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 개인의 생존만 위할 뿐 정치 체제의 연속성을 지키려는 의도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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