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우영우는 언제쯤? KT의 미디어 산업 승부수는[이명지의 IT뷰어]

KT, 2025년까지 미디어 매출 5조원 달성 기대
1분기 영업이익 주춤... 경영 공백은 여전한 불안 요소

[이명지의 IT뷰어]

KT의 미디어 콘텐츠 라인업.(사진=KT)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신생 채널 ‘ENA’를 단번에 각인 시켰습니다. 최고 시청률 17.5%를 찍으며 역대 ENA 채널 최고 시청률과 함께 넷플릭스에서도 글로벌 1위를 찍었죠. 또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우영우를 연기한 박은빈 배우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우영우 방송 이후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8일 KT는 KT스튜디오지니, ENA와 함께 ‘KT그룹 미디어 데이’를 개최했는데요, 앞으로 KT그룹의 미디어와 콘텐츠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였죠.

현재 ENA는 김태호 PD와 협력한 ‘지구마불 세계여행’과 ‘혜미리예체파’ 등 오리지널 예능을 17편 제작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드라마 부문에서는 ‘종이달’이 칸 국제 페스티벌에 초청됐습니다. 이러한 활약 덕분에 지난해 KT 그룹의 콘텐츠 분야 매출은 약 50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콘텐츠를 포함한 KT 그룹 전체 미디어매출은 전년도 대비 9% 가량 성장한 4조 2000억원입니다. 20205년까지 5조원 매출 달성을 기대하고 있죠.

숫자가 보여주는 성과는 좋은데 한 가지가 아쉽습니다. ‘우영우’가 너무 성공한 덕분일까요? ‘우영우’를 잇는 두 번째 히트작의 소식이 아직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날 미디어데이에서는 앞으로 방송될 드라마의 라인업도 공개됐는데요 지난해 ENA가 휴먼 드라마와 로맨스에 강했다면 올해는 스릴러와 판타지 등으로 장르를 확장합니다. 5월 31일 첫 방송인 이엘, 진서연, 차예련, 박효주 주연의 ‘행복배틀’을 시작으로, 김태희, 임지연 주연의 ‘마당이 있는집’, 전혜진, 수영 주연의 ‘남남’ 등이 순차적으로 방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 중 ‘우영우’처럼 ENA를 다시 각인시킬 작품은 무엇이 될까요?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드라마 업계에는 ‘드까알(드라마는 까 봐야 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캐스팅과 막대한 투자 규모를 앞세웠어도 막상 방영이 되어야만 반응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우영우’도 방영 전 그렇게 주목받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결국 성공한 것처럼요.

KT그룹은 이처럼 자체 채널 운영과 콘텐츠 제작사 운영을 통해 미디어 업계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통신 외에 또 다른 먹거리로 외연을 확장하는 거죠.

다만 그 전에 경영 공백은 우려로 남습니다. KT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861억원으로 전년비 22.4% 감소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현재 대표 이사 자리가 공석인 것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여기에 경기 불황으로 광고 매출이 줄면서 콘텐츠 부문 자회사들의 매출도 7.6% 감소한 2499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콘텐츠는 투자가 중요한 분야죠.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꾸준한 투자를 진행해야 히트작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불경기가 눈 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투자할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에는 리더의 판단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양질과 다량의 콘텐츠 확보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KT는 어떤 전략을 구사할까요? 경영진 재정비를 통해 발 빠른 투자가 집행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제 2의 우영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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