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이 깨트린 500만원 작품···김운성 작가 “내 잘못, 아이 혼내지 않았으면”
입력 2023-05-24 09:17:22
수정 2023-05-24 09:17:22
김운성 작가 “작가의 부주의도 있어, 아이 혼내지 않았으면 해”
깨진 작품 다시 붙여 갤러리에 전시
“작품 파손에 대해 이해를 시켜 주시되 (아이를) 혼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 제1전시관에서 500만원 상당의 작품이 파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작품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모전 ‘사람 사는 세상’에 출품된 김운성 작가의 조소 작품이었다.
전시를 보러 온 엄마와 유치원생 남자아이는 김 작가의 작품을 보던 중 아이가 호기심으로 다가간 순간 작품이 넘어져 깨졌다고 갤러리 측은 설명했다. 작품이 깨진 상황에 놀란 것은 아이와 엄마, 갤러리 관계자 모두였다. 갤러리 관계자는 급히 김운성 작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상황설명을 들은 김 작가는 메시지를 통해 “아이에게 혼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변상 보상도 생각 안하셨으면 합니다”라며 작가의 부주의도 있었던 일이라고 전했다.
또 “작품이 파손되고서 받았을 부모님과 아이의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며 “작가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 주시고 잘 이해를 시켜주시면 하는 마음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일화는 23일 류근 시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류근 시인은 페이스북에서 “저는 오늘 이 일화를 접하면서 진심으로 코끝이 찡했습니다.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예술가의 마음이 그 어느 예술작품보다 감동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는 그렇게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위해 싸웠고, 노무현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분투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작품을 깬 꼬마를 먼저 걱정하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요? 조각가 김운성 형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전시는 수요일(24일)까지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갤러리측은 깨진 작품을 김 작가가 다시 붙여 22일 전시장에 전시해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