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십 원격 관리…운항 최적화로 탄소 배출 감축

케이스 스터디 - HMM

HMM 선박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선박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HMM 제공

(사진설명) HMM 선박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선박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HMM 제공

“현재 중국에서 화물 하역이 지연되고 있네요. 한 번 보세요.”

지난 4월 14일 방문한 부산 HMM 오션서비스 선박종합상황실. 여러 스크린 위에 지도와 숫자들이 보였다. 변상수 HMM 오션서비스 해사디지털팀장이 가리킨 대로 이중 물동량이 집중된 중국 항구 일부에서 붉은색 점들이 보였다. 하역 스케줄 지연을 보여주는 상태 창이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시기 미국·중국 등지에서 심각했던 하역 정체는 많이 풀렸지만 일부 혼잡한 구역에서는 화물 하역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면 해당 항구에 들어오는 다음 선박의 스케줄을 미리 조정할 수 있다.

한가운데 띄운 지도에는 현재 임대 선박을 포함한 HMM 선박의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취재 당시 34척이 싱가포르 근처 항구에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래에는 ‘HMM 스톡홀름’ 등 주요 도시 이름을 본뜬 스마트십 이름과 이들의 속도와 위치 등 현재 상황이 보였다. 선박종합상황실에서는 기상 예측 시스템, 전자해도(ECDIS), 항해 통신 장비, 레이더, CCTV 등을 스마트십과 공유하며 선박의 위치와 항로 정보, 속도, 운항 패턴, 화물 정보, 연료 효율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5000개 센서 부착, CCTV도 활용

현재 선박종합상황실은 변상수 해사디지털팀장의 끈질긴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향후 디지털 시대에 스마트십 선박 관리 능력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20년 9월 선박종합상황실을 오픈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선박종합상황실의 기본 설계를 하고 핵심 디지털 기술을 확보하는 데만 6년 정도 걸렸다. 4년 전 회사의 정식 승인을 받고 2년 전부터 구체적 준비에 들어갔다. 변 팀장은 “글로벌 선사들을 벤치마킹한 것이 아니라 이런 곳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부에서 선구적으로 추진했다”며 “대형화·디지털화·친환경화라는 해운업계 큰 과제의 해법을 만들어가는 전초 기지”라고 말했다.

선박종합상황실은 2018년 정부 주도의 해운 재건 사업의 일환으로 건조된 초대형 스마트십 20척과 지난해 추가된 4척 등 현재 총 24척의 스마트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스마트십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운항의 안전성과 효율을 끌어올린 선박으로 운항·기상·기기 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선박이다.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을 개조해 선박종합상황실과 연계하고 2024년 말 인도되는 1만3000TEU의 스마트십 12척까지 연계하면 향후 총 60척의 스마트십을 집중 모니터링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HMM이 속한 공동 운항 협의체인 디얼라이언스 소속의 HMM 임대 선박까지 합하면 110척에서 많게는 470척의 일반 선박까지 관리하고 있다.

변 팀장은 “스마트십은 약 5000개의 센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로 운항 성능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 빅데이터를 통한 상태 기반 모니터링이 업그레이드되면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선박종합상황실은 인공위성 등을 통해 받은 데이터를 볼 수 있는 35개 디스플레이 화면이 배치된 메인 상황실과 선박 안전성을 모니터링하는 세이프티룸, 엔진 데이터를 분석하는 퍼포먼스룸으로 이뤄져 있다. 직원들은 오퍼레이터 5명과 개발자 5명, 운항 담당자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최적의 항로로 연료 효율 극대화

선박을 모니터링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선박의 안전과 퍼포먼스(관리 성과)다. 안전은 선박이 운항할 때 태풍을 만나거나, 항로를 바꾸거나, 화물에 대한 충돌을 회피하거나 화물을 유실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퍼포먼스 측면에서는 연료를 적게 쓰는 항로로 운항하게 하고 화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싣는 것 등이다. 하나의 선박에 250~300개 정도의 기계 장비가 탑재돼 있는데 이 기계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알람이 떠 고장을 알아챌 수 있다. 스마트십 내부의 기계 장비 상태는 물론 화물 상태, 냉동이나 냉장 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

위험한 상황이 예상되면 선박종합상황실과 해당 선박 선장의 응급 통신으로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예컨대 해당 지역의 급격한 수심 변화나 해상 풍랑 등 위험이 식별되는데 선장이 이를 인지하지 못할 때 배 전체에 응급 통신(이머전시 콜링)을 연결한다.

배 외부와 내부의 CCTV도 선박종합상황실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구에서 매연이 감지되는지 직접 드론을 띄워 파악하는데 이를 CCTV로 관찰해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다. 부두에 접안할 때나 부두에서 화물을 하역할 때 이상이 없는지도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선박 간 교통사고’, 즉 선박 간 충돌이 발생할 때 CCTV가 증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박이 부두에 접안하면서 정박한 우리 선박의 라인을 끊은 경우 등이 발생할 수 있다. CCTV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면 보험 보상이 쉬워진다. 선박종합상황실에서 ‘HMM 더블린’이라는 선박이 수에즈운하의 좁은 공간을 통과하는 모습을 실제로 모니터링하면서 운항을 돕는 모습을 지켜보니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같은 시스템은 HMM 내부에서 선박을 관리하는 데는 물론 화주에게도 도움이 된다. HMM은 이 시스템을 전 세계 물동량 예측에 활용하기도 한다. 유조선·컨테이너선·벌크선 등 다양한 배의 운항 정보를 알 수 있어 선대 운항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화주에게는 택배처럼 현재 내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 도착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변 팀장은 “예전에는 선박이나 선박 내 기계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전화나 메일로 보고해야 하고 엔지니어가 직접 선박에 가 정비했다. 이제는 선박종합상황실에서 관리할 수 있어 소프트웨어 문제 등은 엔지니어가 원격으로 접속해 바로 고칠 수 있다. 시간적·금전적으로 절약된다”며 “지난해 그런 문제가 50건 정도 발생했는데 상당한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량 10년 새 절반 이상 감축

기상 변화가 있을 때 항로를 변경해 연료를 절약하는 방법도 선박종합상황실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해당 선박은 열대성저기압(태풍)이 형성되자 원래 항해선인 노란색 대신 빨간색으로 항로를 바꿨다. 변 팀장은 이러한 항로 변경으로 상당량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료 절감은 탄소 배출 감축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HMM은 고효율 초대형선을 ‘스마트하게’ 운항한 결과 탄소 배출량을 10년 새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다. HMM은 자체 분석 결과 컨테이너 1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를 1km 이동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2010년 68.7g에서 2021년 29.05g으로 57.7% 감축했다.

선박의 무게가 무거워지면 연료가 많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화물 정보와 선박 적재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평가한다. 화물을 잘못 실어 한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면 배의 중심을 맞추기 위해 평형수가 추가로 필요하다. 평형수가 늘어나면 무게가 늘어나고 연료 소모도 증가한다. 이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화물을 싣기 전과 실은 후 선박의 무게와 평형 등을 점검한다. 최근에는 평형수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적의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현재 모습이 기술의 종착점은 아니다. 변 팀장이 디지털 트윈이 적용된 미래의 선박 운항 모습을 시범적으로 보여줬다. 실제 선박의 모습을 가상 공간에 구현해 실제처럼 운영하며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이다. 향후에는 증강현실(AR)을 결합한 AR 자율 운항도 가능할 것이다. 기자가 본 AR 운항이 구현된 화면에는 현재 선박의 항로가 파란색 선으로 표시되고 주변의 위험 지역은 빨간색으로 표시됐다. 위험 지역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변 팀장은 2030년쯤에는 음성 인식 AI 기술이 데이터 분석 기술과 합쳐져 데이터 분석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로 데이터만 넣으면 물동량 분석과 연료 절감 분석 등 다양한 분석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변 팀장은 “앞으로 스마트 자율 운항과 디지털 트윈, AR 등 다양한 기술이 선박에 적용돼 해운 산업의 모습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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