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장의 뉴 트렌드, 회사채·반도체·일본 주식 [투자 시장 뉴 트렌드]
입력 2023-06-05 06:01:36
수정 2023-06-05 06:01:36
[스페셜 리포트 - 투자 시장 뉴 트렌드]
종잡을 수 없다. 최근 금융 시장은 분기, 한 달, 1주일이 다르게 변하고 있다. 올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잇달아 파산하며 은행 위기를 촉발하며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거치는 동안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의 부채가 급증했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 중 하나인 미국도 얼마 전까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5월 28일 미국 부채 한도 협상을 최종 타결하며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안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간스탠리는 5월 29일 발표한 고객 노트를 통해 “향후 2년간 부채 한도를 증액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짓겠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부채 한도 문제 해결 뒤에 따라올 ‘리스크’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라는 경고다.
시장의 변화 속도가 빨라진 만큼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붙잡기 위한 머니 무브 또한 가속화되는 중이다. 회사채와 일본 증시 그리고 반도체는 최근 투자 시장의 새로운 테마로 부상했다. 불확실성 속의 기회, 더 빨라진 머니 무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채권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증시 불안정성이 커지면 대표적 안전 자산인 국채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자율은 낮지만 국가가 망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반기에 나올 개인용 국채도 세제 혜택이 기대되는 만큼 노릴 만하다. 최근 들어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회사채까지 넓어지고 있다. 국채와 비교해 안정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금리 매력이 높기 때문이다.
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상이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기대감이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2022년은 채권 투자자들에게 ‘최악의 해’로 꼽힌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채권 값이 추락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회사채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현재 금리가 고점이라면 ‘이자 수익’을 취할 수 있고 향후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상승하며 ‘매매 차익’까지 챙길 수 있다. 우량 기업들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돈을 쟁여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한다. 미국과 한국의 우량 기업들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었다. 투자자들이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거침없이 질주하는 일본 증시도 관심이다. 일본 증시는 ‘잃어버린 30년’ 동안 외면받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다르다. ‘엔저 효과’에 힘입은 일본 상장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닛케이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는 중이다. 올해 들어서만 약 21% 상승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도 일본 주식 매수에 나섰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일본 증시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5월 30일 “중국 증시는 경기 회복 둔화, 위안화 약세, 미국과의 긴장으로 인해 매수할 이유가 거의 없어졌다”며 “갈 곳 잃은 외국인 유동 자금이 중국의 대체 수요처로 일본 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도 느닷없이 테마로 등장했다. 글로벌 증시가 지난 4월부터 반등하는 데 기여한 일등 공신은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AI) 경쟁이다. 이는 반도체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부진을 겪었던 반도체주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신호탄은 미국 엔비디아가 쏘아 올렸다. 지난 5월 23일 어닝서프라즈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20% 급등했다. 5월 30일에는 장중 주가가 7.7% 급등해 419달러까지 오르며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AI 날개’를 단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AI 반도체용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종잡을 수 없다. 최근 금융 시장은 분기, 한 달, 1주일이 다르게 변하고 있다. 올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잇달아 파산하며 은행 위기를 촉발하며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거치는 동안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의 부채가 급증했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 중 하나인 미국도 얼마 전까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5월 28일 미국 부채 한도 협상을 최종 타결하며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안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간스탠리는 5월 29일 발표한 고객 노트를 통해 “향후 2년간 부채 한도를 증액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짓겠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부채 한도 문제 해결 뒤에 따라올 ‘리스크’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라는 경고다.
시장의 변화 속도가 빨라진 만큼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붙잡기 위한 머니 무브 또한 가속화되는 중이다. 회사채와 일본 증시 그리고 반도체는 최근 투자 시장의 새로운 테마로 부상했다. 불확실성 속의 기회, 더 빨라진 머니 무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채권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증시 불안정성이 커지면 대표적 안전 자산인 국채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자율은 낮지만 국가가 망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반기에 나올 개인용 국채도 세제 혜택이 기대되는 만큼 노릴 만하다. 최근 들어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회사채까지 넓어지고 있다. 국채와 비교해 안정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금리 매력이 높기 때문이다.
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상이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기대감이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2022년은 채권 투자자들에게 ‘최악의 해’로 꼽힌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채권 값이 추락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회사채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현재 금리가 고점이라면 ‘이자 수익’을 취할 수 있고 향후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상승하며 ‘매매 차익’까지 챙길 수 있다. 우량 기업들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돈을 쟁여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한다. 미국과 한국의 우량 기업들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었다. 투자자들이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거침없이 질주하는 일본 증시도 관심이다. 일본 증시는 ‘잃어버린 30년’ 동안 외면받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다르다. ‘엔저 효과’에 힘입은 일본 상장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닛케이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는 중이다. 올해 들어서만 약 21% 상승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도 일본 주식 매수에 나섰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일본 증시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5월 30일 “중국 증시는 경기 회복 둔화, 위안화 약세, 미국과의 긴장으로 인해 매수할 이유가 거의 없어졌다”며 “갈 곳 잃은 외국인 유동 자금이 중국의 대체 수요처로 일본 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도 느닷없이 테마로 등장했다. 글로벌 증시가 지난 4월부터 반등하는 데 기여한 일등 공신은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AI) 경쟁이다. 이는 반도체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부진을 겪었던 반도체주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신호탄은 미국 엔비디아가 쏘아 올렸다. 지난 5월 23일 어닝서프라즈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20% 급등했다. 5월 30일에는 장중 주가가 7.7% 급등해 419달러까지 오르며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AI 날개’를 단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AI 반도체용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