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 사직부터 사업 재편까지... 칼바람 부는 IT업계 [이명지의 IT뷰어]

[이명지의 IT뷰어]

청계천을 찾은 직장인들이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펜데믹 기간, 가장 몸값을 불렸던 직군은 바로 ‘개발자’입니다. 대부분의 산업군이 IT서비스로 전환하면서 부르는 게 몸 값이라는 말도 있었죠. IT 기업들도 서비스를 늘리면서 개발자가 더욱 필요해졌습니다. 동시에 다양한 산업군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개발자 아닌 인력들도 필요해졌구요.

하지만 지금 상황은 마치 한 여름밤의 꿈 같습니다.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글로벌 빅테크들은 대규모 감원에 돌입했죠.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미리 허리띠를 졸라 메야 한다는 게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IT업계에서도 ‘시간 문제가 아니냐'라는 걱정이 오갔죠.

이러한 걱정이 검색어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는 권고 사직 등을 걱정하는 직장인들로 가득했습니다. 해고, 권고사직, 실업급여, 구조조정, 희망퇴직, 명예퇴직 등을 포함한 고용 불안과 관련된 키워드의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3.3배 늘었습니다. 특히 권고사직 검색량은 9.3배 치솟았죠. 지난해 1분기 연관 검색어 50위권 밖이었던 ‘당일 해고’는 1년 만에 2위로 올라섰습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시행하던 권고사직 바람은 한국 지사까지 번졌습니다. 5월 29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웹서비스(AWS) 코리아가 감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통보했는데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죠.

이미 외국 기업들의 한국 지사에는 한 차례 권고사직 바람이 불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경영권을 인수한 트위터는 지난해 11월 국내 직원 수십명을 해고했고, 메타(페이스북코리아)와 구글코리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감원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국내 빅테크들은 상황이 어떨까요? 지난 3월에는 네이버의 게임 계열사 라인게임즈가 전체 직원 중 10%에 해당하는 20~30명을 대상으로 권고 사직 절차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신규 채용 규모도 대폭 줄였죠.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펜데믹 기간처럼 활발한 채용을 하기는 어려웠나 봅니다.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것 뿐만이 아닙니다. 카카오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이 결여된 사업은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 중이죠. 구조조정부터 사업재편까지, IT업계는 펜데믹 후유증을 거세게 앓고 있습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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