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꼬리표’ 떼어낸 타다...위기에도 지속됐던 '모빌리티 혁신'
입력 2023-06-04 15:25:47
수정 2023-06-05 13:59:00
‘불법 콜택시’ 논란 끝에 재판에 넘겨진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전 경영진이 6월 1일 대법원으로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2019년 10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지 약 4년 만이다.
201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 베이직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빌려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모델이었다. VCNC가 쏘카에서 빌린 렌터카를 운전자와 함께 다시 고객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11인승 카니발을 이용하는 만큼 기존의 택시 서비스와 비교해 요금이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타다 베이직은 출시와 함께 폭발적인 시장의 반응을 얻었다. 차량 내부가 넓다는 점과 특히 ‘승차 거부’가 없다는 점을 반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차량 내부에서 와이파이 등의 사용이 간편해 이동 중에 업무를 보기 좋다는 평가도 많았다. 운전사들은 승객에게 쓸데없는 말도 시키지 않았고 담배 냄새 대신 방향제 냄새가 났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출시 9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넘어섰고 곧 170만 명에 다다랐다. 드라이버(운전사) 또한 1만2000명에 달했다. 타다는 한국의 대표적인 ‘모빌리티 혁신’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불법 콜택시’라며 반발했고, 대규모 집회와 법 개정 움직임이 이어졌다. 검찰은 타다 베이직이 옛 여객자동차법상 금지되는 '불법 콜택시 영업'이라고 보고 2019년 10월 이 전 대표와 박 전 대표를 불구속기소 했다. 반면 타다 측은 '기사 알선을 포함한 자동차 대여'로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타다는 1·2심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후 국회를 통과한 일명 ‘타다 금지법’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불법 택시’라는 오명을 벗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타다의 혁신’이 멈춰 선 동안 국내 택시 업계 상황도 많은 부분이 변했다. 지난 3년여간 택시 업계는 ‘카카오 호출 서비스 독점 구조’가 공고해졌다. 택시 기사의 수입이 줄어들며, 상당수 택시회사는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말 10만2320명이었던 법인 택시 운전자는 2023년 3월 7만1066명까지 줄어들었다.
문제는 그 부담이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지는 지난 2월 택시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택시 요금이 대폭 폴랐음에도 여전히 시민들은 심야뿐 아니라 낮 시간에도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시간 법정 공방으로 인해 멈춘 듯 보였던 ‘타다의 혁신’은 2022년 다시 시동을 걸었다. 택시 면허를 가진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승합차 택시 ‘타다 넥스트’를 공식 출시하며 모빌리티 시장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에 지분 60%가 인수되며 실탄을 확보한 덕분에 가능했다. 국내 택시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며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는 상황에서 타다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년간 타다의 성장과 혁신을 짚어봤다.
타다의 새출발 1년, 그 동안의 변화들
2022년은 타다가 7인승 승합차 택시 ‘타다 넥스트’라는 신사업을 시작하며 공급량 확대와 이용자 유치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던 투자의 원년이었다. 시장에서 새로운 플레이어로 발돋움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졌는데, 대표적인 부문이 차량 공급량을 확대였다. 반도체 부족이라는 구조적 이슈로 차량 수급에 일부 차질을 겪기도 했으나, 타다 넥스트로만 1천 건이 넘는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호황을 누렸다. 이는 차량 공급량과 운행 효율을 대변하는 ETA(Estimated Time to Arrival)의 감소치만 봐도 알 수 있는데, 22년 1월 약 9분 수준이었던 타다 넥스트의 ETA는 1년 만에 5~6분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공격적인 공급 확대가 이용자의 편의를 개선하는 데 성과를 이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타다 넥스트 출시 직후 타다는 50% 할인, 토스페이를 연동한 첫 고객 대상 6천 원 페이백 이벤트 등 신규 이용자 유지와 기존 이용자 깨우기에 나섰다. 초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의 결과물로 지난 한 해 동안만 7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고, 현재 280만 명의 누적 가입자를 보유한 상태다. 이후부터는 충성고객 확보에 집중했다. 신규 이용자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 비용은 꾸준히 줄이고, 드라이버 대상 금융 지원도 은행과 연계함으로써 자기자본 활용에 대한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운영 효율을 제고했다. GMV(총 거래액) 대비 마케팅비는 사업 초기보다 1/6 가까이 줄였고, 최근엔 이보다 저 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비 유저들의 이용 빈도를 꾸준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게 타다 관계자의 설명이다.
너무 오른 택시 요금, 타다 ‘여럿이 나눠내기’ 등 요금 부담 해소
이와 함께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을 해소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중형 택시 기본요금이 2,800원에서 4,800원으로 26% 오르고 기본거리도 2km에서 1.6km로 줄면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됐다. 심야 및 야간 할증도 시간대가 확대되고, 할증률이 인상됨에 따라, 야간 기본요금만 시간대에 따라 약 1,200~1,400원이 올랐다. 시민들은 밤길 귀가를 서둘렀고,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2월 첫 주 버스 이용객만 23%가 증가했다.
사실 타다 넥스트와 플러스에는 야간 할증도, 탄력호출료도 부과되지 않는다. 지자체에서 요금 정책을 관할하는 일반 중형 택시와 달리, 타다 넥스트나 플러스는 고급면허 기반의 고급택시라 요금을 플랫폼이 직접 신고하는 구조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용자의 심리적 부담을 해소해 수요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타다는 서비스 이용 매력도를 높여 이용자 심리를 자극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여럿이 타면 이동한 만큼 요금 나눠주는 ‘1/N 요금 보여주기’ 기능이다. 이제까지 택시는 여럿이 명확하게 정산하기 애매한 소비 영역이지만, ‘여럿이 타서 택시 요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동력으로 타다는 ‘N분의 1 요금 보여주기’를 도입했다.
‘N분의 1 요금 보여주기’는 여러 명의 이용자가 타다의 ‘경유지 설정’ 기능을 이용해 이동한 경우, 하차 직후 각자 이동한 만큼에 비례한 요금을 보여주고 요금 정산 요청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이다. 실제 각 이용자가 이동한 만큼의 요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나누기 방식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정확하다.
요금 내역은 경유지 2곳과 최종 목적지 1곳까지 최대 3건까지 분할 가능하며, 승합차 기반의 ‘타다 넥스트’부터 일반 중형 택시인 ‘타다 라이트’, 준고급 세단의 ‘타다 플러스’까지 전 라인업에서 실시간 호출 시 이용 가능하다. 요금 정산 요청 메시지는 문자 메시지 또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간편하게 보낼 수 있다.
이와 함께 장거리 고객의 부담을 완화한 요금 체계를 마련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타다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심야 할증이 부과되는 밤 10시부터 새벽 4시 사이 탑승객 10명 중 6명은 강남역에서 이촌역보다 멀리 가는 8km 이상 장거리 이동객이다. 이중 강남에서 명동까지 거리에 해당하는 10km 이상 장거리 고객은 절반이 넘는다. 타다는 택시 수요를 살리려면 이들부터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고, 요금 체계를 변경해 장거리 고객 부담을 낮췄다.
요금체계 개편의 핵심은 장거리 이용 요금 부담 완화와 넥스트 및 플러스 요금체계 통일로 간접적인 공급 확대로 크게 2가지였다. 특히, 기존 요금 체계가 시간과 거리 요금이 동시병산 되는 방식이었다면, 개편을 통해 8km 이상은 장거리로 분류하고, 이를 초과하는 지점부터는 시간 요금을 부과되지 않도록 했다. 대신, 드라이버의 운행 효율과 수익성을 고려해 기본 요금은 기존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조정함으로써 이용자와 드라이버 양측 니즈의 접점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이용자는 야간에는 서울 안에서 심야 할증 없이 멀리 갈수록 더 합리적인 요금으로 타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타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승차감을 높이기 위한 ‘안전주행미션’도 수행 중이다. 타다는 ‘안전하고 편안한 탑승 경험’에 집착하는 기업이다. 차별화가 어려운 라이드헤일링 시장에서 가장 이용자에게 가장 크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임과 노하우가 부족하면 완벽하게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이 ‘탑승 경험’이기 때문이다. 드라이버가 스스로 운행 건 별, 전체 운행에 대한 급정거 및 급감속 통계를 모니터링할 수 리포트 앱 서비스 ‘주행연구소’에 이러한 기업의 모토가 잘 드러난다.
‘주행연구소’ 서비스는 급가속급감속이 탑승 경험에 불만족한 고객 10명 중 9명이 선택한 불만 이유라는 것과 실제 택시 사고 중 가장 많은 사고 유형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발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는데, 시간당 평균 25.9회 수준이었던 급정거 및 급감속 횟수를 9.4회까지 63% 낮추는 성과를 이뤘다. 서비스 출시 당시 목표로 했던 ‘35% 감소’보다 무려 28.5%p 더 개선된 수치다. 급정거는 기존 13.8회에서 5회로 63% 감소했고, 급감속은 12.1회에서 4.3회로 64% 감소했다. 드라이버 10명 중 6명은 운행 습관을 점검해주는 시스템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야근 후 혹은 먼 출장길도 걱정 없이, ‘타다 비즈니스’ 등 B2B 사업 확장
타다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격이 오르나 내리나 타다를 먼저 부르고 보는 ‘팬’ 유저층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자 차별점이라고 말한다. 최근 행보만 보더라도 타다가 팬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타다 비즈니스’를 통한 B2B 사업의 확장이다.
비즈니스 고객은 비교적 가격민감도가 낮고, 서비스 만족도가 높으면 한 번 유입돼 꾸준히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관리자가 원하는 부분을 잘 긁어주는 시스템과 서비스가 중요한데, 최근 타다가 ‘타다 비즈니스’를 새로 출시하며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타다 비즈니스’는 기업의 관리자가 어드민 사이트에서 계정 이용 방식을 기업 편의에 맞춰 간편하게 설정하고, 전체 이용 내역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단순히 법인카드나 비즈니스 계정을 통한 택시 호출을 넘어서, 기업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게 특징이다. 라이드헤일링 운영사 중 기업 대상으로 B2B 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가 타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유일하다.
둘 간에 차이점이 있다면, 타다는 관리자 전용 포털 사이트 이용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타다 측은 ‘타다 비즈니스’가 택시를 임직원과 이를 관리하는 관리자 양측 모두에게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직원들은 출퇴근 시에 자차 운전이나 대중교통에 대한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미팅이나 출장을 갈 때는 차량이 구비된 무료 와이파이와 충전케이블 등을 이용해 이동 중에도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이동 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야근처럼 이용 목적이 분명한 경우에는 특정 시간대만 이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지정하거나, 탑승 목적에 따라 출발지를 특정 위치로 고정하는 등 기업 측에서 관리에 필요한 서비스도 지원하는 것도 장점이다.
타다의 시간 대절 서비스인 ‘시간 단위 빌리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타다를 이용하는 고객들 또한 ‘확실하게 일정을 보장’해주는 호출 예약과 시간 대절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로 5월 초 황금 연휴 기간에만 타다 호출 예약을 통해 공항에 이동한 이용자가 최대 30% 이상 증가했다. 지난 4월에는 하나투어 ITC 측과 방한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해 MICE 산업이나 해외 관광객과 연계한 상품을 함께 개발하고 이동 서비스 지원을 약속하는 업무 협약도 체결한 바 있다.
연말에 택시 잡기 힘들어지는 이유? 드라이버에 ‘무료 세무 컨설팅’ 제공
타다 넥스트를 런칭하며 타다 이정행 대표는 ‘이용자와 드라이버 모두가 만족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만들어 갈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드라이버를 위한 서비스는 그간 경쟁사들이 외면해왔던 영역을 개선하는 것들이 대다수다. 한 사례로, 타다는 드라이버를 위한 세무 컨설팅을 제공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운행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일이었다.
개인택시의 경우, 연 매출 8000만 원을 초과하면 간이과세자에서 일반과세자로 전환되기 때문에 과세 부담을 피하고자 연말로 갈수록 운행 시간을 줄여 총매출을 조절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택시 수요가 늘어나는 연말에 고객들이 택시를 잡는 게 더 어려워지는 이유다.
타다는 업계 최초로 일반과세 부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로 세무 컨설팅을 지원하고 관련 드라이버 앱 기능을 출시했다. 연 1회 종합소득세 신고 대행 서비스 및 신고 비용 지원, 연 2회 부가세 신고 대행 서비스 및 신고 비용 지원 혜택도 제공했다.
이 외에 드라이버 앱 전용 기능인 ‘매출 달성 미션’ 베타 서비스로 출시해 높은 성과를 얻고 있다. 매출 달성 미션은 매주 목표 매출을 달성할 때마다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기능이다. 매주 미션을 달성한 드라이버에게는 최대 15만 원의 주간 보상금이 지급된다. 4주 연속 미션을 달성하면 매월 최대 60만 원을 받을 수 있고, 오는 연말(12월 31일)까지 연달아 미션을 달성하면 연내 최대 18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타다는 이 기능을 통해 연말로 갈수록 일반과세자 전환으로 인한 과세가 두려워 실 운행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던 드라이버들의 고충을 해소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인제대 서울백병원과 함께 타다 드라이버 대상 의료서비스 혜택을 마련했다. 일종의 패스트트랙 창구를 만들어 하루 안에 외래 진료 접수부터 검진까지 받을 수 있는 파격적 혜택이다. 혜택은 직장인 혜택처럼 가족인 배우자와 자녀까지 포괄해 제공한다.
이정행 타다 대표는 “과거 타다 ‘베이직’이 이동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서비스였다면, 지금의 타다는 택시 시장 안에서 진짜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 묵묵하고 부단하게 달리고 있다”며 “제2의 타다는 현재 타다 그 자체이며, 혁신은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