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BTS 의상 왜 낙찰받았나…30년간 이어진 소장품 사업[최수진의 패션채널]

지난해 미국 자선경매서 BTS 그래미어워즈 의상 7벌 낙찰받아
오는 13일부터 25일까지 켄싱턴호텔서 무료전시 진행
30년간 유명인 착용품 확보 사업…박물관 건립이 최종 목표

이랜드가 켄싱턴호텔에서 'BTS 공연의상 전'을 진행한다. (사진=이랜드)
올해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0주년이라고 합니다. 6월 13일이 BTS의 데뷔일인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2023 BTS 페스타'도 개최합니다. 기업들도 이번 페스타에 참여해 다양한 방식으로 데뷔 10주년을 축하한다고 합니다. 현대백화점 더 현대 서울, 롯데시네마, 컬리, W컨셉, GS25, 아모레퍼시픽 등 다양한 유통 회사들은 굿즈를 판매하거나 BTS 관련 기획전을 진행합니다.

여기에 패션회사인 이랜드도 자체적으로 전시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2021년 열렸던 '제63회 그래미어워즈'에서 BTS가 착용한 다이너마이트 무대 공연의상 7벌을 최초로 공개합니다. 이걸 이랜드에서 만들었냐고요? 아닙니다. 지난해 미국 자선경매에서 낙찰받은 겁니다.

그렇다면 왜 이랜드는 미국까지 가서 이 옷을 가져왔을까요. 이랜드 측은 "한국인 최초로 그래미어워즈 축하무대를 빛낸 BTS의 기념비적인 무대이기 때문에 낙찰받은 것"이라며 "낙찰가는 비공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랜드가 경매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간 대중문화계의 획을 그은 유명인의 소장품을 수집해 왔다는데요. 비틀즈부터 마돈나, 마이클 잭슨 등 전 세계 유명 아티스트의 소장품을 모아왔으며, BTS도 컬렉션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랜드에 물어봤습니다. 왜 소장품을 모으는지. 이랜드가 유명인들의 착용 제품들을 모은 지 벌써 30년 가까이 됐다고 합니다. 이 사업은 '이랜드뮤지엄 사업본부'에서 전담하고 있고요.

목표는 '박물관 건립'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박물관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대중문화, 영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장품을 늘리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타자로 꼽히는 '베이비 루스'의 애장도 이랜드가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이랜드는 50만 점에 달하는 소장품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 유명인들 외에도 이랜드는 박정희, 노태우, 김대중 등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휘호부터 NBA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인 마이클 조던,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유명 선수가 직접 사용한 야구 배트부터 글러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물품을 모으고 있습니다. 여기에 클래식카도 가지고 있습니다.

소장품을 활용해 사업부문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6월 이랜드는 홈페이지를 리뉴얼했는데 올해 5월에만 72만명가량의 고객이 방문했다고 합니다. 주된 이유는 바로 이랜드가 가진 '소장품'입니다. 이랜드 홈페이지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는 마이클 조던 관련 소개 글로, 마이클 조던의 생애를 이랜드뮤지엄에서 보유한 애장품을 연결해 조명했고, NBA MANIA 등 NBA 관련 커뮤니티와도 연계했습니다.

마니아 고객이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경험하고 오프라인(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했던 셀럽 소장품 전)에서 직접 마이클 조던의 저지와 농구화를 실물로 접할 수 있도록 기획해 많은 팬들이 찾기도 했고요.

이외에도, 설악 켄싱턴 호텔에서는 애비로드 비틀즈 뮤지엄 라운지를 통해 비틀즈 소장품을 선보였습니다. 존 레논이 직접 착용했던 TV 방송용 무대 의상, 즐겨 입던 스웨이드 셔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멤버 전원이 친필 사인한 기타, 폴 매카트니의 친필 메시지와 악보, 조지 해리슨이 직접 작성한 친필 가사 등 다양하고 진귀한 소장품을 통해 방문객들이 비틀즈의 시대 유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거죠.

게다가, 예술품 투자로 이랜드만 좋은 게 아닙니다. 대중에게는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영감을 받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소장품 전시를 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전시에서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 새로운 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 겁니다.

이랜드는 이렇게 낙찰받은 BTS 의상으로 별도의 축하 행사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오는 13일부터 25일까지 켄싱턴호텔 여의도 1층에서 BTS 10주년 기념 'K-팝:한국인 최초의 그래미 공연 BTS '다이너마이트' 공연의상 전'을 진행하는 건데요. 이랜드는 이번 BTS 전시를 시작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요 소장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대중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전시는 무료입니다. BTS를 아끼는 팬이라면 누구나 방문해서 체험하고 실물로 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랜드가 BTS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아미에게 전하는 '선물'이라고 하니, 한 번쯤 가서 구경해볼만 하겠네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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