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노믹스 시대…“생존 달린 플랫폼 혁신 시계 빠르게 돌아간다"

=산업 곳곳에서 플랫폼 디지털 전환
=내년 1월 ‘롯데 메타버스’ 출격
=가상 공연장에서 입장권·굿즈 거래
=컴투스는 기업용 메타버스 개발

[스페셜 리포트 - 토크노믹스 시대 열어가는 STO]

전우종 SK증권 대표가 6월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산업플랫폼 혁신포럼’에서 토크노믹스 시대로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김기남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방탄소년단(BTS)은 싫고 뉴진스만 좋아하는 투자자라고요. 그러면 하이브 주식 대신 ‘뉴진스 코인’을 사면 됩니다.”

전우종 SK증권 대표가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에서 6월 8일 열린 ‘산업 플랫폼 혁신 포럼’에서 꺼낸 얘기다. 이날 행사는 한경미디어그룹과 INF컨설팅이 공동 주최했다. 주요 기업 경영진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전 대표는 이날 ‘자본 시장 디지털 혁신과 플랫폼 전략’을 주제로 기조연설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자산을 콕 찍어 유동화하고 거래하는 ‘토크노믹스’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다”며 “전통적인 금융회사도 생존을 위해 열린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금융회사는 거래의 장과 거래 도구만 제공하고 고객이 직접 자신이 원하는 투자 상품을 설계하는 플랫폼이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통 금융업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의 화두는 ‘디지털 혁신과 플랫폼 전략’이었다. 시장 전반에서 플랫폼 재편을 통한 디지털 혁신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 행사 참가자의 공통 설명이다. 특히 서비스를 위한 도구로 여겨지던 플랫폼의 중요도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포인트, 가상 플랫폼에서도 쓴다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는 ‘디지털 경제 플랫폼의 지향점’을 주제로 한 두 번째 기조연설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토크노믹스 시대엔 기존과 다른 차원의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남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토크노믹스는 가상자산을 수단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경제 활동 생태계를 일컫는다. 금융위원회가 올 하반기 디지털 증권 시장 개설을 위한 규제 특례(샌드박스)를 허용하는 것을 기점으로 한국의 토큰 증권 발행(STO)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토근 증권(ST)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이론적으로는 상업용 빌딩, 예술품, 명품 잡화, 지식재산권(IP) 등 모든 비정형 자산에 대한 권리를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ST의 시가 총액은 내년 34조원에서 2026년 100조원을 넘겨 2030년에는 367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포럼에서는 세계 산업계가 ‘토크노믹스’를 구현하는 플랫폼 혁신 격전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새로운 플랫폼 전략을 수립 중인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업종을 막론하고 기업이라면 어디든 플랫폼 디지털 전환 전략을 제대로, 서둘러 짜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는 ‘디지털 경제 플랫폼의 지향점’을 주제로 한 둘째 기조연설에서 “내년 1월 ‘롯데 메타버스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토크노믹스 시대엔 기존과 다른 차원의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계해 활발한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플랫폼을 만들려고 고민했다”며 “현실 매장에서 쌓거나 충전한 엘포인트를 가상 매장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크노믹스에 대한 법률적인 리스크가 사라지는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그때 토크노믹스 시장에 정조준할 플랫폼을 선보이기 위해 계속 고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정보통신은 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8만50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콘서트홀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곳 입장권과 아티스트 굿즈 등을 판매하는 서비스 도입을 두고 대형 기획사와 논의 중이다.

노 대표는 “K팝은 글로벌하게 영향력 있는 콘텐츠여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이용자도 다수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명품관을 옮겨 놓은 듯한 쇼핑몰도 운영하며 판매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내년부터 교육·의료·금융·제조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플랫폼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플랫폼 혁신 기술을 제공하면서 얻는 수익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메타버스 내 토크노믹스 구현
송재준 컴투스 사장은 셋째 기조연설에서 오는 8월 말 출시할 기업용 메타버스인 ‘컴투버스’의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직원을 형상화한 아바타가 가상 업무 공간의 로비, 보안 출입구(게이트), 팀 회의실 등을 체험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송 사장은 “컴투버스를 통해 출근·회의·공지·퇴근 등의 과정을 가상 공간에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며 “직원들의 출결 관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영상 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컴투스는 기업용 메타버스를 한국 주요 기업에 판매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다.
해당 메타버스 내에서 토크노믹스를 구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송 사장은 “메타버스에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개인 간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보상과 소비가 이어지는 토큰 생태계를 구축하면 더 많은 이용자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혁신하는 플랫폼만 남을 것”
이성열 INF컨설팅 부회장은 이날 ‘산업 플랫폼과 토크노믹스가 그리는 기업의 미래’란 주제 연설에서 “각종 디지털 플랫폼이 ‘산업 플랫폼’이란 이름으로 통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커뮤니티·전자상거래 등 사업 시작점이 다른 플랫폼도 결국엔 특정 산업의 플랫폼으로 한데 만난다”며 “이렇게 되면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산업 자체를 혁신할 수 있는 플랫폼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기업이 플랫폼 시장 변화를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야 뚜렷한 플랫폼 전략 목표를 세우고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플랫폼 혁신이 활발한 주요 산업군으로 소비재·유통, 금융, 게임·엔터테인먼트, 제조·물류 등을 꼽았다. 소비재·유통은 커머스 플랫폼과 커뮤니티 플랫폼을 연계하는 ‘양방향 소통’ 형태로, 금융은 STO 플랫폼과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준비하는 분야로 꼽혔다.

이 부회장은 변화 속도를 높여야 하는 분야로 금융을 제시했다. 그는 “금융 산업에선 기업이 고객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STO나 마이데이터 영역에서 규제가 풀리면 플랫폼 혁신 사례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토크노믹스의 출현으로 디지털 전환(DX)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 아이티센그룹의 강진모 회장은 “플랫폼에 올라타지 못한 기업은 토크노믹스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DX의 속도를 높이며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3년 내 ‘디지털 전환’이 제조·금융·유통처럼 하나의 대표 산업군으로 분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립토뱅크(가상자산 전문 은행)’가 미래 주요 사업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시했다.

정지은·선한결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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