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도 반도체처럼 제작·설계 분리되는 시대 온다”

이혜민 핀다 대표 주제 연설

[스페셜 리포트 - 토크노믹스 시대 열어가는 STO]




“금융업은 반도체 산업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가 분리된 것처럼 금융 상품도 제작 작업과 설계·유통 작업이 분리될 것입니다.”

대출 비교 플랫폼 업체인 ‘핀다’의 이혜민 대표는 6월 8일 ‘산업 플랫폼 혁신 포럼’에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 핀테크 시장과 디지털 뱅킹 플랫폼의 미래’를 주제로 한 이날 주제 연설에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기존엔 대출과 같은 금융 상품을 제작하는 일과 설계·유통을 특정 금융사가 모두 했다면 지금은 대출 제작 작업을 금융사가 하더라도 설계·유통은 대환 대출 플랫폼과 같은 테크핀 업체가 수행하며 시장이 분리되면서 발전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분업화된 반도체 시장에서 제작에 집중한 TSMC와 설계에 집중한 엔비디아는 크게 성장했지만 통합 전략을 고수한 인텔은 시장에서 뒤처지게 됐다”며 “금융 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미국 금융 시장은 애플이 금융 라이선스 없이도 유통 기업을 별도로 보유하며 금융 상품을 유통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 시장도 빠른 속도로 분업화될 것으로 이 대표는 내다봤다. 지난 5월 31일 대환 대출 플랫폼이 출범하면서 앞으로 플랫폼을 통한 금융 서비스 이용이 더 확대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르면 올해 전체 신용 대출의 4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가 비교 플랫폼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예·적금과 보험 상품의 비교 서비스도 시작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핀다는 은행업 라이선스가 없는 테크핀 업체다. 이 대표는 “핀다는 금융 상품의 설계·유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현대차·기아·배달의민족 등과 함께 대안 신용 평가 시스템(ACSS) 모델을 개발해 보다 나은 금융 상품을 개발(설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진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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