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계절감…여름에도 '니트' 잘 팔린다는데[최수진의 패션채널]
입력 2023-06-21 11:22:52
수정 2023-06-21 14:02:44
겨울 제품에 사용되는 니트, 여름에도 인기 얻으며 제품화돼
올여름에는 Y2K 트렌드로 '니트 두건' 관심 커져
기온이 올라가면서 바로 확인 가능한 변화는 '옷차림'입니다. 한 달 전과 비교해보면, 길에서 보이는 옷들은 더 가벼워지고 짧아졌습니다. 짧은 반바지와 민소매도 자주 보이고요.
이런 변화에도 똑같은 게 하나 있습니다. '니트 제품'입니다. 니트(knit)는 '뜨다'라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실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뜨개질해 만든 옷을 지칭하는 용어죠.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니트 자체가 다른 원단에 비해 보온성이 좋아 보통 겨울에 많이 사용하는데요. 울 소재를 사용해 목도리, 장갑, 스웨터 등으로 주로 제작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런데 요즘은 한겨울에도, 요즘처럼 뜨거운 날씨에도 사계절 내내 입는 제품이 되고 있습니다. 몸에 붙지 않는 레이온과 폴리에스터 혼방 소재, 린넨, 면, 착용감이 시원한 비스코스 원사 등으로 제작되면서 한여름에도 입을 수 있는 반팔이나 조끼, 원피스 등 다양하게 출시됩니다.
수치로도 확인 가능합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 브랜드 일라일(ILAIL)은 올여름 제품의 약 50%를 니트 소재로 제작했는데 일부 제품은 조기 품절돼 재주문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6월 일라일의 니트 누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하며 브랜드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는데요. 니트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일라일 전체 6월 누계 매출은 39.3% 증가했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니트는 고급스럽고 단정한 느낌을 주는데 여름 대표 제품인 면 티셔츠로는 그 느낌을 살리기 어려워 여름에도 니트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며 "여름 니트의 경우 피부에 닿는 촉감이 시원하고 몸에 달라붙지 않아서 오피스룩으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리미엄 여성복 브랜드 델라라나(Della Lana)도 이달 여름 니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니트 민소매는 일부 색상이 출시 이후 바로 품절됐으며, 린넨, 실크,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로 제작된 반팔 니트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여성캐주얼 브랜드 보브(VOV)에서도 니트 제품이 전년 동기 대비 65%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보브는 총 61개의 여름 니트 제품을 출시했는데 절반 정도가 재생산에 들어갔다고 하고요. 남성복도 예외는 아니죠. '스튜디오 톰보이 맨'은 올여름 처음으로 다양한 색감의 반팔 니트 제품을 출시했는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70% 이상 판매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팝업스토어를 오픈한 니트웨어 브랜드도 있죠.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니트 기반 데일리웨어 브랜드 코텔로는 내달 2일까지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합니다. LF가 전개하는 닥스는 지난 달 '반팔 니트' 컬렉션을 출시했고요.
여기에 올해 특별한 이유로 뜨는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니트 두건'입니다. Y2K(Year 2000)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20년 전쯤 많이 사용한 두건 스타일이 다시 관심을 얻고 있기 때문인데요. 두건은 1세대 유명 아이돌그룹 H.O.T.가 선도한 패션이기도 합니다. 저도 생각해 보니, 당시 두건과 머리띠를 합쳐 만든 '두건 머리띠'를 즐겨 했습니다.
면 소재 두건이 유행하던 1990년대와 달리 올해 여름에는 '커치프'라는 이름으로 니트, 레이스 소재의 두건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실제 카카오스타일의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두건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4배(316%) 증가했으며, 연관 검색어도 커치프, 레이스 두건, 뜨개 두건, 니트 두건으로 다양해졌습니다.
올여름에는 다양한 패션 아이템에 니트가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독특한 제품들이 거리로 쏟아질지 기대됩니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 폼생폼사 패셔니스타들에게 더운 것보다 중요한 게 패션일 테니까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