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가 유일하게 ‘보호’를 인정하는 산업은 뭘까 [김홍유의 산업의 창]



인공지능(AI) 산업 시대에 진입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관련 기술 경쟁이 갈수록 첨예화되는 상황에서 방위 산업 분야에서도 첨단 기술 기반의 방위 산업 육성이 글로벌 방위 산업 경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런 중에 ‘K-방산’이 유럽과 아시아권에 대량 수출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와 대규모 무기 수출을 체결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고 한국산 무기가 세계 방산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 주요 산업군의 하나이고 동시에 국가 안보와 방위력을 책임져야 하는 이중적 특성을 갖는 방위 산업에 대해 정부에서는 ‘2018~2022 방위 산업 발전 기본 계획’에 따라 ‘K-방산’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 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방위 산업은 지난 40여 년간 정부가 가격·물량·원가 등을 직접 통제하는 보호 산업으로 육성돼 저효율 산업 구조로 심화됐다.

2021년 정부는 방위 산업 발전법을 시행함으로써 방위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기존의 방위사업법은 투명한 방위 사업 수행과 방위력 개선 사업 업무 추진 절차에 초점을 맞춘 법이었다면 방위산업발전법은 한국 방위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도와 절차에 관한 근거를 마련하고 산업의 생태계를 건전하게 육성하는 것에 있다.

방위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다른 특수성이 있다. 구매처가 국가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고 국방을 위해 국가에서 방향을 설정하고 육성해야 하는 산업이다. 특히 방위 산업은 국가가 유일하게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보호 육성할 수 있는 산업이다. 최근 들어 각 국가들은 방위 산업을 디페노믹스(defe-nomics)라고 정의하고 방위 산업을 바탕으로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도 최근 10여 년간 방산 물자 공급 시장이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통합화가 급속히 진행돼 왔고 방사청 직납(直納) 중심에서 체계(體系) 대기업(완제품)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방산 수출과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대형화·통합화가 더욱더 요구된다. 특히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체계 방산 대기업은 해외 방산 부품과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아웃 바운드(outbound) M&A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방산 물자 공급 기업의 미래의 이슈는 국방 부품 산업 육성과 소재 국산화를 위한 기술 국산화를 달성하는 것이고 현재의 이슈는 방산 원가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한 생산성 향상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비가 선승(先勝)의 조건에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방위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생산성 경영 시스템(PMS : Productivity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해야 한다. 생산성이 향상되면 판매 증대, 이윤 증가, 소득 증가, 고용 증대가 이루어진다. PMS는 기업의 경영 시스템 수준과 이를 구현하는 경영 체계의 수준을 진단해 인증 등급을 부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 국가가 인증해 주는 공적 제도다.

한국의 방위 산업, 방산 물자 공급 기업은 PMS 제도를 통해 글로벌 방위 산업 기업 육성과 방위 산업 체계별 공급망 관리(SCM)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지금 한국의 방위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이때 방위 산업이 개별 산업이 아니라 미래 산업을 위한 관리의 체계화가 필요하고 퀀텀점프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처럼 미래 안보에 대한 투자와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안보에는 연습이 없고 실수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노(老) 교수의 말처럼 피로 지킨 한국, 땀으로 부흥했고 감동으로 물려줄 나라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김홍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미래방위산업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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