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수거, 이제 로봇이 해결해 줍니다” [ESG리뷰]

기후 기술 기업 - 에이트테크



이제는 집집마다 쓰레기 분리수거 배출이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플라스틱, 캔, 종이, 비닐 등은 일반 쓰레기와 따로 모아뒀다 분리수거를 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일일이 분리수거 한 쓰레기가 이후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리수거 된 생활폐기물은 안타깝게도 수거 과정에서 재선별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다. 수거 차량이 생활폐기물을 함께 모아 가져가는 과정에서 쓰레기들이 한데 뒤섞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뒤섞인 쓰레기는 ‘재활용 선별장’에 도착한 뒤 다시 재분리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지금은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 이 모든 작업이 진행된다.

에이트테크는 이와 같은 생활폐기물 분리수거 과정을 더욱 빠르고 안전하게 만드는 자원순환 선별로봇 ‘에이트론’을 개발한 기후 기술 스타트업이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재활용품 선별 업무를 자동화한 지능형 로봇이다. 딥러닝 기반으로 종이, 플라스틱, 비닐, 금속 등 유형별 객체인식이 가능하다. 에이트테크의 ‘에이트론’은 재활용 선별 효율을 높임으로써 자원을 회수하고 매립지로 보내지는 재료의 양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자원순환 로봇을 통해 소각되는 폐기물의 양을 줄이고 재활용율을 높일 수 있다면, 이는 기후 위기에 대응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도 직접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 6월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에이트테크의 사무실에서 박태형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 모두의 삶이 윤택해지고 있지만 딱 한가지 퇴보하고 있는 것이 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산업이다”며 “특히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순환 경제’는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적으로도 그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뒤섞인 쓰레기더미에서 페트병 찾기, 로봇으로 ‘더 빠르고 더 안전하게’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는 컨베이어벨트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각각의 컨베이어벨트 마다 사람들 여럿이 붙어 서 있다. 투명페트병과 캔, 플라스틱, 병 등 쓰레기를 골라내기 위해 이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지금 현재 재활용 선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에이트테크의 박 대표는 이와 같은 재활용선별장의 풍경을 바꾸고자 했다. 하루에도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생활폐기물을 사람의 힘만으로 골라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금도 많은 분들이 재활용 선별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속도가 워낙 빠르고 기본적으로 폐기물의 양이 많다 보니 수작업만으로는 놓치는 재활용 폐기물이 너무 많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국내 생활폐기물의 재활용률은 20~3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폐기물들은 일반 폐기물과 마찬가지로 소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한다.

더욱이 현재 재활용선별장과 같은 폐기물 처리 산업은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대표적인 업종이다. 쓰레기가 가득 찬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하다 보니 악취와 소음, 빠르게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의 진동 등으로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명 사고 등의 산업 재해 우려 또한 높다. 그러다 보니 젊은 사람들은 점점 이와 같은 직종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지금도 선별 작업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자가 많다”며 “자동 순환 로봇 에이트론을 통해 재활용율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력 부족 문제 또한 해결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에이트테크에서 개발에 성공해 지난해인 2022년 3월 첫 출시한 자원순환 로봇 ‘에이트론’은 컨베이어벨트를 품고 있는 거대한 로봇이다. 이 컨베이어벨트위에 놓여있는 쓰레기들을 사람의 손 대신 ‘로봇 팔’이 나와 하나하나 골라내고 분리해 낸다. 이 로봇 팔이 쓰레기를 선별하는 데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 AI를 기반으로 한 ‘객체 인식(Object Detection) 기술’과 ‘객체 분석(Object Analysis)기술’이다. 국내 폐기물 재활용선별장에서 얻은 현장 데이터 100만건 이상을 학습해, 색상과 부분 재질 등을 빠르게 식별해낸다. 페트, 유리병, 알루미늄 캔 등 총 12개 재활용품을 분리해 낼 수 있는데, 정확도는 최대 99.3%다. 분류 가능한 재활용 품목 수는 해마다 늘려갈 예정이다.

무엇보다 에이트론의 가장 큰 장점은 재활용 선별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활용 선별장에서 근로자가 분당 약 40개의 폐기물을 선별할 때 에이트론은 100개 정도의 재활용 폐기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류해낸다.

실제 블룸버그NFT의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트론과 같은 산업용 로봇을 활용해 재활용 선별을 했을 때, 폐기물 선별 속도는 240% 증가하는 반면 폐기물 선별에 들어가는 비용은 279%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율주행 ‘객체인식기술’을 자원순환에 적용
박 대표는 캐나다에서 환경과학과 지질자원학을 공부했다. 이후 AGAT연구소 연구원, 서든골드코리아 지질학자, 로햄튼 커뮤니케이션즈(Roehampton Communications) 프로젝트 디자이너, 엘스텍엔바이런먼트 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런 그가 폐기물 재활용 시장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우연한 계기했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생겨 2019년 한국으로 들어왔다”며 “정보통신 엔지니어로 오랫동안 일한 경력 덕분에 자율주행에 관심이 많았고, 그러면서 자율주행의 핵심인 ‘객체 인식 기술’에 대해서도 익숙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국에 귀국 후 처음부터 스타트업 운영에 뛰어들기 보다는 스타트업을 경험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한 스타트업의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우연히 ‘재활용 선별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자율주행의 ‘객체 인식 기술’을 자원순환 로봇으로 연결시켜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박 대표는 “연세 지긋한 근로자 분들이 힘들게 폐기물을 분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것들을 로봇과 AI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체한다는 데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지만, 재활용 선별장처럼 열악한 근로 환경에 사람이 하기 위험한 일은 ‘로봇’이 하는 게 맞다”며 “이런 위험한 분야를 로봇이 대체한다면, 사람을 살리고 보호하는 기술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자원순환 로봇 에이트론은 이처럼 폐기물 재활용 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과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인한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서 사회적 의미가 크다. 여기에 더해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한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아주 간단하게 얘기했을 때, 수작업으로 재활용 폐기물을 선별할 경우 놓치는 페트병 1개를 로봇이 1개씩만 더 잡아낸다고 했을 때, 하루 최대 830kg의 탄소 발자국이 저감 된다”며 “지금은 재활용 폐기물의 80% 정도가 새어 나가는 비중이라고 한다면, 로봇을 활용해 이 비중을 높일 수 있다면 그만큼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직접적인 혜택을 얻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현재는 각각의 재활용 선별장마다 하루에 처리를 해야만 하는 할당량이 정해져 있다. 이 정해진 작업양을 사람의 손만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컨베이어벨트가 더 빨리 돌아갈 수밖에 없고, 놓치는 폐기물의 양은 더 많아진다.

박 대표는 “페트병을 분리해내서 그 재료를 최대한 재사용해서 재생 섬유 등으로 만드는 ‘물리적 재활용’이 있고, 화학적 반응을 통해 페트병을 최초의 원료 형태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이 있다”며 “그런데 지금과 같은 작업 환경에서는 선별돼지 못한 채 컨베이어벨트 위를 통과하는 페트병들은 그대로 매립 혹은 소각된다”고 말한다.

이 페트병들이 화학적 재활용으로 넘어가더라도 환경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열분해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기름과 전력 등 에너지의 소모가 많아지고 그만큼 환경 오염을 발생시킬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와 비교해 에이트론과 같은 로봇을 통해 더 많은 페트병을 잡아내면 잡아낼수록 ‘물리적 재활용’의 비중을 높일 수 있고, 이는 획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직접적인 방안이 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 한다고 해서 ‘자원 순환 경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며 “분리된 페트병을 다 태워버린다면 이는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미 생겨버린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결국 관건은 얼마나 필요한 자원을 ‘회수’하느냐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물리적 재활용’ 비중을 높이고, 이를 실제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는 “에이트론과 같은 자원순환 로봇이 그 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며 “재활용 폐기물 산업은 사회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그 의미와 필요성이 매우 큰 새로운 시장이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재활용 시장, 2030년까지 약 116조원 전망
기후 위기와 관련해 ‘자원 순환’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 새로운 시장을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BCG에 따르면 미국 폐기물 재활용 서비스 시장 규모는 연평균 4.6%씩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3년까지 13조18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폐기물 재활용 서비스 시장 또한 연평균 성장률이 4.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까지 약 116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새롭게 열리게 되는 것이다.

에이트테크는 현재 국내 폐기물 재활용 시장을 약 1조4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생활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 시장을 더했을 때 2023년 기준 국내 총 폐기물 관련 업체 수는 약 1만3000여개로 추정된다. 건설과 지정 폐기물 업체 수는 제외한 결과다. 박 대표는 “이들 중 생활폐기물 처리업체들의 숫자는 약 3000여개로 추정되며, 상위 25%만 에이트론과 같은 자원순환 로봇을 도입한다고 가정해도 앞으로 성장성이 굉장히 높은 시장이 분명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자원순환 로봇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국내 시장 역시 빠르게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의 성과 또한 나쁘지 않다. 2022년 4월 자원순환로봇 에이트론을 국내 한 재활용 선별사업체에 첫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이번달까지 총 10대의 에이트론을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박 대표는 “국내 재활용 선별장 200여군데 정도를 돌아다니며 문전박대도 당하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에이트론의 초기 투자 비용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체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막 첫발을 디딘 에이트테크는 자원순환 로봇 에이트론을 통해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박 대표는 “에이트론을 보다 소형화 간편화해서 공공아파트나 지자체의 행정 센터 같은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시장을 넓혀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재활용 폐기물은 당장 우리의 일상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산업인 만큼, 일상과 더욱 가까운 곳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폐기물을 선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무인 자원회수센터’를 직접 운영하기 위해 인천 서구에 실제 쇼룸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인력의 투입 없이 로봇 만으로 자원회수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임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박 대표는 “사람이 버리는 폐기물을 활용해 자원을 회수하는 ‘도시 광산’을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며 “열악한 자원순환 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환경에 보탬이 되는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기사 전문과 더 많은 ESG 정보는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8월호를 참고하세요.)
상단 바로가기